단촐한 만남-새로운 알레고리

김영세展 / painting   2002_0719 ▶ 2002_0809

김영세_a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5×72.5cm_2002

초대일시_2002_0719_금요일_05:00pm

대구MBC Gallery M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1번지 대구문화방송 1층 Tel. 053_745_4244

김영세 작가의 신작은 어떤 動勢를 담아내고 있다. 심심한 바탕에 기하학적인 선들이 집산 되어있고 이 집산의 흐름은 표면에서, 표면너머로, 선들의 내면으로 끊임없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화면 속의 움직임이 유인하는 것은 보는 이의 상상력, 즉 보는 이의 심적 운동(움직임)이다. 상상력을 동원해 우리가 만들어내는 환상은 움직이는 모든 것들에 대한 개인의 경험과 지성이 총동원된 무엇이다. 바로 '환상 속에 그대가 있게'되는 것.

김영세_a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60.5cm_2002

그러면, 심심한 바탕에 담아내는 움직임(動勢)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움직임은 운동, 動勢를 말한다. 움직임을 따라 흘러가는 것은 시간이고, 이것을 '변화'라고 한다. 변화는 필히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고개를 돌려 옆사람을 본다는 것은 돌리는 동안 시간이 흐르고 그 움직임을 따라 정면에서 측면으로의 변화가 일어나며 이런 모든 것은 '도화지 같은 바탕, 공간'이 있어야만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끊임없는 움직임은 시간이 흘러간다는 것과 동시에 이 운동이 행해지는 공간의 문제를 걸고있는 셈이며, 이것은 우리의 모든 입장을 떠나 삶의 場, 살아가는 우리의 마당을 묘사하는 말이기도 하다.

김영세_a6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134cm_2002

그렇다면 김영세 작가의 '심심한 바탕과 절제된 형상, 형상에 누적된 붓질'이 보여주는 움직임은 우리의 경험이 놓이는 조건을 회화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新作을 두고 '새로운 알레고리'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어한다. 사실, 이것은 알레고리라기 보다 알레고리의 은유이다.

김영세_a7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0×134cm_2002

'알레고리'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어하는 태도는 이전의 전시 '회화의 비밀'展과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작가가 말하는 회화의 비밀은 작가와 관객으로부터 독립된 회화 스스로 지니는 자율성을 말하는 것이고, 자율성이 강조되는 작품은 관객이 작품의 자율적 코드를 읽어내야 하기에, 그 작품은 '코드를 갖는 비밀'이 되는 것이다. 비밀은 '비밀'이라는 발음과 함께 정말 비밀스럽게 느껴지는데, 발화(發話)의 마술은 바로 이런데 있다. 문자나 발화의 힘을 동원해서 비밀스럽게 유지하고 싶었던 것이 김영세 작가가 갖는 회화의 욕심이었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이 욕심을 넘어 그 코드를 해체하고 인간이 사는 마당(시간·공간)과 인간의 조건(상상력)만을 상응하게 하는 여유가 드러난다. 화면이 갖는 조형미가 회화자신의 홀로서기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이 상응을 향해 모아지면서 유지되고 있으며 그 상응의 단촐함은 아름답다. 단촐함에 이르려는 작가의 복잡한 고민이야 작가의 숨은 역사일 테고, 단촐한 상응 속에 개인 각자의 경험이 살아난다면 또한 풍성하고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관객의 몫으로 남긴다. ■ 남인숙

Vol.20020714a | 김영세展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