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2_0718_목요일_05:00pm
개막 퍼포먼스_달아난 손-작업형 신체_허진 셔틀버스_2002_0718_목요일_04:00pm_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6번 출구
참여작가 강운_김보중_박병춘_박신정_안성희_윤애영_이경애 이재효_정소연_정인엽_주상연_최재호_허진
영은미술관 경기도 광주시 쌍령동 8-1번지 Tel. 031_761_0137 www.youngeunmuseum.org
90년대 이후 환경, 생명, 자연 등은 과학과 철학을 비롯 사회 문화 전반에서 자주 언급되며 세기의 화두가 되었습니다. 이는 미술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70년대 미술이 인간 내면의 소리에 침잠한 묵언의 미술이었고 80년대가 인간의 내적 외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발언한 민중미술의 시대였다면, 90년대 이후 미술은 인간의 주제를 넘어서 그들을 둘러싼 유기적 환경, 생태와 자연에 유달리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생태계의 부조화에 의한 생명과 존재의 위기를 절감하기 시작한 후 더욱 가시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을 소외시키고 무분별하게 파헤치는 서구의 인간중심주의 및 도구적 기계론적 자연관에서 부조화의 원인인자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을 만물의 중심에 두고 자연을 타자화시키는 서구의 나르시즘적인 닫힌 세계관에서 인간과 자연의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는 열려지고 동양적인 유기체적 자연관으로 자연스럽게 사고의 틀이 전환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최근 일련의 전시들이 동양적인 사유에 집착하고, 식물성을 강조하며 자연과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외치는 것도 이러한 사고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러한 미술계의 현상은 90년대 이후 한국 화단에 불어닥친 포스트모더니즘과 때를 같이합니다. 세계 내 존재로서의 인간개념, 자연 환경과 인간의 조화됨을 강조하는 생태미술이 예술자체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모더니즘 미술에서 벗어나 예술의 영역에 주위환경을 포함시키려는 포스트 모더니즘 미술에 가장 적합한 미술언어였기 때문입니다.
이번 『不二-저절로 자연되기』展은 이러한 새롭게 요청되는 녹색 사유 및 미술내에 삶과 환경을 소통시키려는 현재의 미술경향과도 연관됩니다. 그러나 본 전시는 머리와 이성만의 녹색사유가 아닌, 몸과 마음, 감각과 감성 등을 자연에 연루시킨 신체적 사유의 결과물들로 꾸며집니다. 작가들은 영은 미술관의 자연환경을 신체적 체험의 출구로 삼아 자연과 관계 맺기를 시도합니다. 영은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는 곳은 경안천이 흐르는 상수도 보호 구역으로 동 식물 등의 생명체가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는 천연의 입지적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자연에 대한 체험과 정취를 그대로 교감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입니다. 참여작가들은 미술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을 생태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예술 언어로 곳곳에 산재한 자연 생명체와 대화와 소통을 시도하여 결과물을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작품들로 남깁니다. 이러한 시도들은 자연마저 문화화 된 인공의 시대에, 또한 인간과 자연의 독자적 법칙이 뚜렷이 구별되는 시대에, 인간과 자연이 둘이 아닌 (不二) 상호의존적으로 연결된 일원적 존재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적극적인 예술 행위입니다. 여기에는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다른 피조물과 동등한 관계에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어 본래의 생명공동체를 회복함으로써 저절로 자연으로 동화되고자 하는 바램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전시 작품들은 환경 문제를 거친 목소리로 다루기보다는 주로 자연과의 교감을 시적으로 이미지화 한 것입니다. 작가들은 자연을 생명 없는 질료로 간주하고 대상화하여 논리적으로 해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不二와 저절로 자연되기를 일상의 삶 속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자연을 끊임없이 움직이며 상호작용하는 활동의 장으로 간주합니다. 전시 작품에서 드러난 자연의 모습은 완결형의 닫힌 체계가 아니라 보다 생동적인 현재진행형으로 표현되며 또한 관람객과의 소통적 기능을 중시합니다.
자연의 장엄함과 숭고함을 거대한 하늘풍경에 담아온 강운은 이번 전시에서는 바다와 육지의 접점지역에서 직접 관찰한 시시각각 변하는 미세한 생명체의 움직임을 6m가 넘는 대형화폭에 한지재료를 사용하여 추상적으로 묘사합니다. 숲을 그리는 화가 김보중은 선명한 자연색, 밀도 있는 선들, 그리고 나뭇가지 등의 자연재료가 사용된 숲 그림에 자연을 몸으로 체험하는 인간의 신체를 그려 넣어, 그 속에서 노닐고 숨쉬며 교감할 수 있는 공존의 숲을 표현합니다. 박병춘은 한지 위에 먹으로 그린 담묵의 산수화에 삶에서 체득한 기억의 파편들, 다양한 인간의 모습들을 활달한 필치로 담아내며 화면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강원도 자연속에서 작업하는 박신정은 나무재료를 사용한 조각으로 식물들의 발아와 생명현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여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의 질서와 원래 모습을 드러냅니다.
풀을 소재로 작업을 해오고 있는 안성희는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 외부 자연환경을 일종의 캔버스로 삼아 잔디 일부공간을 작가가 설치한 풀들로 작품화 한 대지미술을 선보입니다. 윤애영은 안개 낀 숲 속과 깊은 물 속의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인간의 모습을 비디오 영상으로 표현하여 관람객들이 자신의 몸과 자연의 몸이 동화되는 경험을 하게 합니다. 이경애는 발 밑에 밟혀지는 낙엽이나 벽 틈을 간신히 뚫고 나오는 잎의 모습 등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음지의 자연의 풍경을 클로즈업하여 생명의 죽음의 순간을 회화적으로 표현합니다. 경기도 양평, 사방이 푸름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작업하며 不二를 삶에서 실천하는 작가 이재효는 나무, 낙엽 등 자연 재료를 소재로 자연이 원래 지니고 있는 형태와 질감 등을 최대한 드러낸 추상조각을 선보입니다.
영은미술관 경안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인 정소연은 일 여년 동안 CC 카메라로 관찰한 미술관의 하늘 풍경을 캔버스 대신 10대의 평면 모니터에 비디오 영상으로 담아냅니다. '나비' 를 형상화한 오브제를 이용하여 인간의 다양한 감정적 변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해온 정인엽은 이번 전시에서는 관람자의 접근에 맞추어 흔들리는 '꽃잎' 오브제를 통해 자연 생명체와 인간의 소통상황을 상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상연은 사진매체로 흙과 물, 하늘과 우주의 단편들을 장엄하게 혹은 서정적으로 잡아내어 생명에의 경외감과 미감을 동시에 전달해줍니다. 흙과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자연과의 일체성(不二)을 회복하고자 하는 도예가 최재호는 자연(흙+물+불)과의 물아일체로서의 교감을 순백의 백자로 형상화합니다. 퍼포먼스 아티스트인 허진은 주위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체계로 탈바꿈을 거듭하는 자연물의 속성을 신체를 통해 표현합니다.
시대적 감성으로 인간과 자연의 소통을 섬세하게 시각화한 이번 『不二-저절로 자연되기』展을 통해 속도와 빠름이 미덕인 이 시대에 자연이 주는 느림의 미학과 휴식, 그리고 정서적인 치유를 경험하시게 될 것입니다. ■ 영은미술관
Vol.20020712a | 不二-저절로 자연되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