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2_0710_수요일_06:00pm
덕원갤러리 5층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Tel. 02_723_7771
흔들기_내가 흔들리는 것은 살아가는 방식이며 자신에 대한 반항이다. ● 흔들어 보는 것은 내 자신에 대한 반문과 감각을 실현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정신 세계를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으로 말이다.
흔들려 보기_나를 주체로 육체가 흔들리거나 정신이 흔들리는 현상을 잡고 싶다. 때로는 의도된 연기일지 모르지만 그것을 느끼는 나의 육체와 정신은 작은 이미지의 합일을 느끼기도 한다. 사물을 인식할 수도 있고 내가 사물이 되어서 그것들의 작은 움직임에 오감으로 반응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 ● 소백산 갈대밭에서 갈대처럼 요리조리, 코털 뽑기 전 손가락으로 움직여보기, 선인장 가시로 손가락에 상처 만들기, 머리카락 뽑아 작업실 장식하기, 바람부는 날 걸어서 한강 건너기, 축구보며 붉은 물결로 나의 이성을 담을 때, 입김으로 인해 유리창은 뿌연해지고 그 곳을 통해서 바라보는 세상과 나, 어머니 직사각형 나무에 안장하고 나무못질을 하던 마지막순간, 동물원의 "너에게 감사해"라는 음악을 듣다 흐르는 눈물, 덜컹거리며 시골집 가는 버스 안에서 보이는 저녁 노을의 시작과 어둠으로 세상을 감싸안은 시간
흔들어 보기_현실에서 나를 억압하는 혹은 도덕적인 나를 느낄 때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육신은 사라지고 도덕이나 윤리에 적응되어 때로는 로봇처럼 판단하고 살아간다. 벗어나는 길을 느끼며 누군가랑 진실로 대화하고 싶다. ● 강아지 꼬리잡고, 선거포스터 화장실에 거꾸로 매달아 보기, 소주에 간장섞어 친구에게 먹이기, 어항에 식초타기, 자전거 뒤로타기, 가지런한 부모님의 산소 둥글게 쌓아올린 봉분잡고...
흔들리는 것들_나는 정지해 있다 하지만 움직인다. 그것들은 나를 대변해주기도 하고, 그것들은 나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것들은 나를 그리움의 무덤으로 인도하기도 하고, 그것들은 지쳐버린 나의 정신을 안아주기도 한다. ● 옆집 할머니 손가락, 긴장하면 떨리는 눈썹, 엉덩이 부근에서 부르르~~ 부르르~~ 요동치는 핸드폰, 부르릉거리는 오토바이의 매연통, 나뭇잎의 작은 흔들림, 버스안 에어콘 바람에 지친 커튼, 토실토실 살이오른 붉은 앵두의 표피, 작은 나비 수천마리의 움직임, 어머니가 병석에서 흔드셨던 나의 은빛 나비,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의 눈빛, 버스 안에서 잠들어버린 무의식의 순간과 간극 대롱대롱 낙엽이 사라진 나뭇가지에 흔들거리는 나비번데기,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기_그리움을 작은 나무에 전이시키고 눈을 감아본다. 어둠이 있는 산자락에서... 뚜벅거리며 다가와 어깨위로 소리없이 응원해주시던 긴 수염 ● 그리움에 대해 달과 이야기 해본다. 여명이 옷에 머금은 들판에서... 밭고랑만큼 깊었던 주름 속에서 긴 한숨 대신 작은 미소를 보내주시던 ● 오늘밤 달과 나무를 가슴에 간직하고 가슴이 쓰리도록 그리워 할 사람을 찾아 눈에 담았습니다. ● 부족했던 과거라는 덩어리를 작은 액체로 남길 때... 그리움은 더 깊어가고... 버거운 관념의 틀에서 돌파구를 찾고 그곳에서 변화를 느끼는 것도 잠시... 또다시 나에게 찾아오는 그 무엇... ● 참지 못할 시간이 오면 남아있는 육신을 버리고 싶습니다. ● 어머니 아버지.. 이 전시를 두 분의 영혼에 바침니다. ■ 정인엽
● 이 전시는 덕원갤러리 지원전시「Zeit 2002」의 일환으로 기획되었습니다. ● 도와주신 분들_조희승_장덕종_유지훈_전유영_신혜명_박성근_황과용_유형석_오경은_정미영_김종록_류한길
Vol.20020703a | 정인엽展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