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2_0708_월요일_06: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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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거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인생으로서 감정보다 생활이 필요하다면 봄비의 남은 물을 상평(上坪), 하평(下坪)에 실어 두고, 밭 갈며 씨 뿌리고 김매는 것이, 사람의 주관으로서 꽃 피고 새 우는 것보다 더욱 좋은 봄이 아닐까._만해 한용운 「문예소언(文藝小言)」에서
우리가 세상에 와서 살 때 우리를 싸안고 있는 우리 주위의 것들은 우리와 상호 교호한다. 일종의 얼림 현상인데, 우리나 우리를 싸안고 있는 것이나 이제는 따로 떨어져서는 존재가 안될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글쎄, 인간이 없었을 시기에도 우리를 싸안고 있는 것들은 분명 저들끼리 있었을텐데도, 어쩌면 작은 돌멩이 하나보다 더 못할 시간의 기럭지를 살아갈텐데도, 우리는 우리가 없으면 저들, 우릴 감싸왔던 것들은 하찮은 것이거니 하여 눈을 내려깐다 오롯이 홀로 청청할 수 있다는 태도다. 비단, 꼴로 드러난 것들만이 아니더라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제도, 관습, 권력 등이 우리를 감싸는 또 다른 주위일 수 있다. 당대의 우리를 유별난 것으로 규정하는 이런 '사람이 만들어낸 주위(surroundings)'는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것임에도 우리를 옭아매고 우리 얼굴 모양마저 바꾼다. 그리하여 사람과 그 주위는 서로 영향을 미쳐 하나의 독특한 꼴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름다움이든, 유혹이든, 우리는 이런 상호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의 작업에서 '사람과 사람의 주위의 상호성'에 대한 작은 천착으로부터 이 작업은 시초되었다. ■ 김우룡
Vol.20020630b | 김우룡展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