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 고보연_고예실_권정준_김미경_김지현_김태중 주연(김현숙)_박지은_안세은_안용대_이동재_이윤아 이주은_임경란_주영신_조교연_조이수_한진수
세미나 및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_2002_0706_토요일_02:00pm 성곡미술관 별관 3층 세미나실 02:00~02:40pm_미술관은 슈퍼마켓이 될 수 있을까?_강홍구 02:45~03:15pm_질의 및 토의 03:30~04:00pm_작가와의 대화
성곡미술관 별관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1-101번지 Tel. 02_737_7650 sungkokmuseum.com
현대인들에게 전시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쁜 일상에서 여가를 즐기는데 예술작품을 관람하러 미술관을 찾는 사람은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들의 수보다 훨씬 적다. 미술관에 대한 일반인들의 통념이 미술관을 찾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기획단계에서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가듯 미술관을 찾고 집앞의 슈퍼마켓을 드나들듯 미술관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처럼, 대중과의 소통 문제를 중요한 컨셉으로 택하였다. ● 『슈퍼마켓 뮤지엄』展은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주제 아래 누구나 미술관을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와서 생활 속의 미술관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더불어 '개방성'과 '소통'이라는 의미로 슈퍼마켓을 주제로 하여 일반인이 찾는 미술관과의 부제와 접목시켰다.
슈퍼마켓은 현대인들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슈퍼마켓은 누구나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필요한 것을 고르고 살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는 곳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슈퍼마켓 뒤에는 수많은 상품들을 생산해 내고 유통시키는 과정들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슈퍼마켓에 갈 때 어떠한 마음으로 가게 되는가? 편안한 옷차림과 부담 없는 마음으로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자유로이 구경하고, 구입하고, 돌아올 때는 만족(카타르시스)을 느끼며 돌아오지 않는가. 『슈퍼마켓 뮤지엄』展은 현대의 삶에서 꼭 필요한 공간으로 편안하게 찾을 수 있고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상품들이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는 공간, 옛날 동네 슈퍼보다는 좀더 현대적 개념의 마트나 편의점, 체인형 슈퍼마켓을 `미술관`이란 공간과 공통 맥락에서 연계시켜 보고자 한다.
우리 주변의 미술관, 갤러리, 대형 마켓이나 백화점, 모두 근대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모두 제도권의 문화이며 세련된 취향과 잘 다듬어진 지식을 요구한다. ● 가끔 슈퍼마켓의 상품에서 느껴지는 바코드의 차가움, 브랜드의 퀄리티, 잘 정돈되고 획일적인 공간의 배치, 청결함의 이미지들은 심리적으로 부담감과 불안함, 또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들고 있다. 미술관 역시 제도의 경직된 틀과 공간자체가 주는 압도적인 분위기, 규격화된 작품과 배치, 엄숙함 등의 조건들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부담감을 갖게 한다. 미술관과 슈퍼마켓이라는 공간은 차갑고 규격화되어 있으며 중성적인 이미지와 익명적인 성격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는 미술관과 슈퍼마켓이라는 두 기관의 공통된 관심거리를 '개방성'과 '소통'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서 먼저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을 살펴보면, 미술관의 궁극적인 기능은 대중에게 문화적인 삶을 향유하도록 봉사하는 기관이다. 기존의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저마다의 시스템으로 관람객과 상호 소통의 문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해왔다. 어쩌면 이러한 고민들을 지금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 본다는 것이 다소 진부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미술관이나 여타 다른 기관들에서도 끊임없이 고민되는 숙제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슈퍼마켓은 어떠한가? 우리 주변의 백화점이나 대형 마켓, 그보다 작은 편의점들 역시 직접적으로 소비자와의 소통의 관계를 위하여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자를 시장으로 생각하고 시장 형성의 성공을 위하여 대단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더욱 편리한 미래를 약속하고 언제나 소비자 주변에서 함께 하기를 원한다. 이렇게 성격이 다른 두 기관의 각 특성들은 서로 같은 문제를 두고서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하여 한곳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통념을 없애고 오늘날의 사회가 요구하는 생활 속의 미술관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는 사회, 문화, 공공 장소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는 미술관을 '개방성'과 '소통'의 문제에 주목해야 하고 이러한 궁극적 목적을 위해 슈퍼마켓을 착안해 내었다. 또한 이를 미술관에 연계시킴으로써 미술관과 슈퍼마켓을 생산, 유통, 교류, 만족이라는 공통구조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슈퍼마켓&뮤지엄은 궁극적으로는 다른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는 장소이지만 대중과의 `개방성과 `상호소통의 현상들은 매우 비슷한 구조로 작용한다. 관람객은 이러한 공통구조와 현상들을 접함으로써 미술관을 슈퍼마켓처럼 편안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느끼고, 마침내 생활 속의 미술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전시를 통하여 일반 대중들도 작가의 작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전시장 내에서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고르고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이것은 이전의 미술관에서 판매되는 작품에 대하여 소외되는 관람객에게 자신도 작품을 살 수 있다는 즐거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작가의 작품을 구입함으로서 그 동안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던 전시 관람이나 미술관의 문턱이 더욱 친근함으로 다가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우리는 슈퍼마켓을 전시장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 "슈퍼마켓"에 담겨진 문화적인 의미는 다양하다. 첫째, 미술관이라는 문화공간은 현재까지도 일반대중과 거리를 두고 있는데, 미술관은 고상하고 어렵게 포장된 장소가 아니라는 것, 그 포장과 겉치레를 벗겨내는 일... 이러한 사실을 대중과 함께 공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슈퍼마켓"인가? 슈퍼마켓은 외국에서 들여온 문화이지만 이제는 우리에게도 매우 일상적인 공간이 되었다. 이미 우리의 정서가 정착된 장소이면서, 또한 "슈퍼마켓"과 미술관은 사물/작품, 상품의 진열/작품의 진열, 쇼핑/관람, 소비자/관객과 같은 유사한 체계를 가지는데, 그러나 "슈퍼마켓"과 "뮤지엄"의 차이는 친근한 장소의 슈퍼마켓과, 어렵고 고상한 뮤지엄이라는 차이가 있다. 또한 '상품'과 '작품'이라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기획자 들은 1층에서 "슈퍼마켓"이라는 일상을 제시하여, 작품을 일상생활처럼 바라보고 접해야 한다는 것을 제시하였다. 그래서 대중과 미술관의 '거리 두기'관계를 "슈퍼마켓"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으로 해석하여 미술관과 슈퍼마켓을 연계시켰다.
ACTION SUPER-5천냥 하우스-나는 미술관에서 쇼핑을 한다 ● 두번째로 제시되는 것은 "Action super-5천냥 하우스"이다. "Action super"를 제시하는 목적은 관객이 자신의 안목과 취향을 경험하고, 확인케 하려는 것이다. 상품미학이 등장하듯, 대중은 일반적으로 사물(상품)에 대해 명확한 미적인 판단력을 갖는다. 대중의 기호에 적합한 사물(상품)들은 구체적이면서도 기능적으로 점차 아름다워진다. "Action super-5천냥 하우스"에서 작품을 매매하는 과정은 관람객이 자신만의 미적인 판단력을 통해, 작품을 사는 경험을 갖게 된다. 여기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과연 상품과 작품에 대한 미적 판단력을 동등하게 볼 것이냐 이다. 그러나 관객은 언제나 작품을 감상하고 자신의 취향을 판단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으며 수동자의 위치에 서 있다. 따라서 여기에 제시하는 것은 관객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관람객의 위치로 이끌면서 자신들의 선택과 판단에 따르는 미적인 취향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Supermarket-Museum-미술관 & 슈퍼마켓=communication ● 우리들의 현재 상황에서는 「소비」가 생활 전체를 사로잡고 있으며, 모든 활동은 똑같은 결합방식에 따라 이어지고, 욕망의 충족의 통로는 한시간마다 제시되며, 「환경」은 전면적으로 조절되고 정비되며 또 교양화에 이르렀다._장 보드리야르 「소비의 사회」 ● 「소비사회」라고 불리어 지는 시대에, "슈퍼마켓"과 "뮤지엄" 역시 보이지 않는 유사한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 사물과 그 체계, 체계에 대한 환경의 조성은 차갑고 규격화되어 있으며, 중성적인 이미지와 익명적인 성격들로 재현되어 있다.'슈퍼마켓 뮤지엄'展은 소비사회에 대한 대안없는 공허한 비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전시를 통해 소비사회에 대해 보다 친근하게 다가서서 그 문화를 이야기 하고 바라보며, 잣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그것이 3층 "슈퍼마켓 뮤지엄"의 목적이다.
슈퍼마켓 뮤지엄 전시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공간이 아니다. 미술관 전시장은 현실과 이상이 공존하는 하나의 대안공간을 제시한다. 이것은 미술관 인턴으로서 소망하는 미술관의 궁극적인 목적을 표방하고 있고, 일차적으로는 누구나 갈 수 있는 곳, 더 나아가서는 미술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곳이라는 다양한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한다.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쇼핑을 통해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듯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은 다양한 객체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우리는 이번 기획전을 통해 관람객이 미술관에서 다양한 호기심을 충족하고, 공간의 전이에 따른 감정의 변화를 체험하고, 미술작품을 소유할 수 있는 욕구를 충족하는 장소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 전시는 지난 1년간 미술관에서 전시 기획과 미술관 경영에 참가했던 인턴들이 기획한 전시로 일반인과 함께 완성할 수 있는 전시를 기대하며 기획되었다. 더불어 기존 미술흐름의 통념에서 벗어나 일반인의 참여와 함께 완성할 수 있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 ■ 김영주_마경남_윤영규_한경혜
Vol.20020629a | 슈퍼마켓 뮤지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