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2_0628_금요일_06:00pm
송은갤러리 서울 강남구 대치동 947-7번지 삼탄빌딩 10층 Tel. 02_527_6282
나의 작품은 종교적 관점에서의 의미이기 보다는 인류사적으로 확산된 시점에서 제시된 비판과 성찰의 한 물음이라 볼 수 있다. ●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과 그 대안의 실마리를 단순히 종교사적 내용의 기록이나 종교적 방법론이 아닌, 인류사적인 모색과 고민을 통해 찾고자 하는 것이다. ● 국가간의 헤게모니, 종교, 인종간의 갈등, 자본주의적 논리의 계층격차, 환경파괴에 따른 생존의 위기감 등 이러한 갈등과 반목에는 냉소주의적 비판이 아닌, 위안과 제시, 교정과 대안 등 인류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담겨져 있다. ● 이것이 바로 12사도가 갖는 의미이며, 그 언어가 소통될때, 나는 비로소 작가로서의 제 구실을 찾게 될 것이며, 또한 그것이 예술이 이루어야 할 또 하나의 의무라는 나의 자각에의 진정한 공유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김성호
김성호는 삶의 형편을 구차하게 얘기하지 않는다. 그저 비시시 웃는다. 웃어도 말이 되는 놈이다. 차라리 자기 살갗을 때려 소릴내는 깃발처럼 처절한 모습으로 꿈꾸고 있는 자, 찔끔 찔끔 피를 흘리는 고통이 아니라 각혈을 덜컥 덜컥 쏟아내고 종내는 오랜 고통도 곰삭아 그냥 멍한 아름다움이 되어버린 괜찮은 사람. ● 택시 운전수로, 빵 배달부로, 주물공장으로, 심야 지하철 자갈을 교체하는 노무자로...., 마치 신앙을 실감하는 서낭당 나무처럼 그는 현실을 실감하며 우뚝 우뚝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력들은 그의 중심을 움직이는 지느러미에 불과하다. ● 예수가 12제자를 피택 할 때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어부이건, 세리이건, 어떤 형편이건 그건 상관없다. 중요한 메세지를 부여 받고 세상 끝까지 전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 이제 12사도는 바람처럼 우리곁을 지나 갔지만 김성호는 그 바람에 눈을 뜨고 말았다. ● 미켈란젤로가 「최후의 심판」에서 산채로 껍질이 벗겨져 순교한 바르톨로메오의 얼굴대신 자화상을 그려 참회하였듯, 뜨겁게 몸살하는 세상에서,어디 성한곳이 없는 우리들이 입어야 할 '정신의 옷'을 하나 하나 깁고 있었던 것이다. ● 계층과 차별, 반목과 갈등, 발전과 파괴, 있음과 없음, 이 모든 것을 아우르고 사랑과 신뢰와 비전과 영광을 같이 나눌 순교의 옷을 정성스레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 삶의 무게를 표현하기에 납덩이 만큼 좋은 재료도 없을 듯 하다. 유연한 납판은 능숙하게 재단을 할수 있으며 시간과 화학물질로 허식을 녹슬게 하더라도 성질을 바꾸지 않는 물성까지 사도를 꼭 닮았다. ● 흐르는 물은 소리가 있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들은 그것을 듣지 못한다. 소낙비처럼 지나갈 그의 언어를 누가 귀담아 들을 것인가? 그의 작품 앞에서 섬뜩 놀라면 될 일을... ■ 김천정
Vol.20020627b | 김성호展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