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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홍경展 / installation   2002_0619 ▶ 2002_0629

신홍경_CHAIN MAN 88-CANDLE LIGHT_1988

갤러리 피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1층 Tel. 02_730_3280 www.galleryfish.com

신홍경의 작품은 문화의 전위를 이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조류에 편승하거나, 장인들에게 전통적으로 전승된 원목이 지닌 깊은 맛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사물의 성질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기계산업의 산물에 대한 사회 문화의 인식을 전환시키며, 기하학적이며 추상적인 조형과 색채의 결합을 통해 지역적인 문화의 차이를 벗어나 인간의 보편적인 정신을 담아내고자 한다. ● 그의 작품은 구성의 변화를 통해 철, 알루미늄, 아크릴, MDF 등의 재료가 지닌 즉물적인 성질을 드러낸다. 양감의 표현을 최소화시킨 작품『Aluminium Chair 1988』은 인간의 무한성을 추구하는 나움 가보(Naum Gabo)의 이상주의적 작품의 기하학적인 선(線)을 연상시키며,『Aluminium Chair 1988』,『Aluminium Chair 1992』,『Interlocking Easy Chair 1999』, 『Aluminium Cart 2001』들은 "형상, 양감, 색채, 표면은 그 자체로서 존재하고 있다. 그것이 전혀 다른 전체의 부분으로서 은폐되어서는 안 된다."는 미니멀리스트인 도날드 저드(Donald Judd)의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신홍경_COLOR_2001

원목으로 제작된 공예품들에서 장인정신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작품의 참다운 멋을 느낄 수 있다는 뿌리 깊은 사회의 통념을 바꾸고자 작가는 생각한다. 그는 기계 산업사회의 산물인 철, 알루미늄, 아크릴 등도 자연에서 산출된 원목과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분명 이러한 작가의 생각은 재료와 형식에 대한 통상적인 해석과는 다른 아이러니한 의미로 비쳐진다. 인공의 사물에 대한 그의 해석은 과학자나 경제학자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미술가의 주관적 세계해석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명화된 사회에서 일상의 삶이 인공적인 산물로 둘러싸여 있기에 자연이란 우리에게 인공적 자연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인위적 문명 속에서 철과 알루미늄, 아크릴과 합성수지 등은 또 다른 의미에서의 자연에서 산출된 재료인 것이다.

신홍경_RED PIN RESTAURANT SEOUL-INTERIOR_1995

이러한 생각을 배경으로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사물의 세밀한 탐색을 통해 부분재료들의 조립과 분해의 메카니즘을 선보이고 있다. 어린아이가 레고 장난감을 가지고 임의적으로 형상을 완성하듯이 그의 작품은 사용자가 그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조립식의 형태로 되어 감상자가 무의식중에 추구하는 '훌륭한 형태(Gestalt)'인 게슈탈트(Gestalt) 심리학의 이념을 느끼게 하며, 창작의 본성인 유희(play)의 개념을 상기시킨다.

신홍경_LACQUERED ON THE ACRYL-COLOR_2001

그의 작품에서 재료의 친화성의 탐색은 기하학적인 구성뿐만 아니라 색 대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작품『Side Table 1986』에서 빨강과 보라색의 대비로,『Table 1987』에서 빨강과 보라색과 파랑의 대비로,『Couch 1988』에서 빨강과 파랑과 노랑 색의 대비로,『Aluminium Angle Flower Stand 2001』에서 알루미늄의 본래의 색과 빨강과 파랑 색의 대비로, 『Candle Stand 2001』에서 빨강과 파랑과 검정 색의 대비를 통해 드러난다. 흑백(검정 색과 흰색)과 원색(빨강과 노랑과 파랑)과 그 보색들(보라, 주황, 초록)이 조화를 이루며 표현되는 그의 작품은 우리의 심성을 편안하게 하여 재료의 친밀성을 느끼게 하며, "색채 자체는 소재에 대위법을 제공하며, 그 자체에 무한한 가능성을 함축한다. 또한 이러한 색 대비는 심성적인 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내적 필연성의 법칙에 의해서 도출된다."는 칸딘스키의 원리를 떠올리게 한다.

신홍경_EASY CHAIR-FURNITURE_2001

색채는 작가에게 있어서 재료의 친화성을 줄뿐만 아니라 기하학적인 선과 면의 분할과 함께 공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부여하는 소재가 된다. 작품『Youth Center Renovation 1988』,『Banquet Hall 1990』,『Furniture Store Verdi 1996』들에서 기하학적인 면을 통해서 공간의 위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며, 색채는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장소로 탈바꿈시킨다. 이러한 예로 『Youth Center Renovation 1988』에서 기하학적인 면은 독일의 뉘른베르그의 시의 지형학적인 지형을 상징하며, 색채는 청소년을 위한 연극과 공연의 장소로서의 청소년의 정열과 이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신홍경_BOBO 1-CANDLE LIGHT_2002

그의 작품들 속에는 기계산업 이후에 생겨난 새로운 소재와 실험적인 구성 작업으로 실생활에서 인간의 참다운 정신을 표현한 모더니스트의 고뇌와 열정이 스며 있다. 모더니즘의 비판적인 관점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생활을 위한 기계"로서 모더니즘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하버마스의『현대성의 철학적 담론』에서 모더니즘의 정신을 이야기한 보들레르의 인용 구절을 깊이 음미해야 한다. "미는 변하지 않는 영원한 요소와 제약되어 있는 상대적 요소로 형성된다. 이 요소는 시간의 단편인 모드와 정신적 삶인 열정으로 서술된다. 신의 케익을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흥미롭게 반짝거리는 크림장식들과 같은 이 둘째 요소가 없다면, 첫 번째 요소는 인간의 본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 조관용

Vol.20020625a | 신홍경展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