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ing, The Supper, The Time

박영근展 / PARKYOUNGGEUN / 朴永根 / painting   2002_0511 ▶ 2002_0524

박영근_시간_캔버스에 유채_150×150cm_2002

초대일시_2002_0511_토요일_05:00pm_갤러리 상

2002_0511 ▶ 2002_0524

금산갤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02_735_6319

2002_0511 ▶ 2002_0520

갤러리 상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9번지 Tel. 02_730_0030

감각의 재현 ● 검은 바탕의 캔버스 위에 속도감이 느껴지는 선들은 마치 녹아 내리는 듯한 시계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식탁 위의 만찬을 묘사하기도 하며, 멀리 보이는 풍경을 그리기도 한다. 「시간」, 「만찬」, 「여정」으로 각각 명명되어진 이 세 시리즈가 박영근이 근래에 집착하여 하고 있는 작업이다. ● '재현'이라는 문제는 미술사에서 가장 많이 논의가 되어지는 것들 중 하나일 것이다. 재현과 관련된 논의는 실재의 물건, 그것의 실재 이미지, 그리고 그에 대한 정신적 이미지, 이 세가지 요소와 그들 사이의 관계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런데 사실 예술에서의 재현은 단지 실재의 사물을 그대로 표현하여 실재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정신적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말해, 미술작품이 실재의 사물을 얼마나 똑같이 묘사했느냐가 논의의 쟁점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그 작품이 사물에 대한 감각, 지각, 개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사진을 찍어놓은 것과 같이 똑같이 그려낸 작품보다는 몇 안되는 선을 가지고 추상적으로 분위기만을 만들어내고 있는 작품에 더욱 감동을 받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박영근_만찬_캔버스에 유채_150×150cm_2002_부분
박영근_만찬_캔버스에 유채_150×150cm_2002

이러한 재현이라는 문제의 관점에서 박영근의 작품은 매우 흥미롭다. 그는 실재의 사물들, 시계, 식탁 위에 놓여진 그릇들, 풍경 등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묘사는 단순히 있는 그대로를 충실히 옮겨내려는 것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그 사물들에 대한 감각과 개념들을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일필로 그려진 듯한 그의 「시간」속의 시계는 시계 자체의 재현이라기 보다는 시계가 나타내는 추상적인 개념인 시간 흐름의 주관적이며 추상적인 묘사인 것이다. 「만찬」속의 식탁의 모습은 그 모습 자체라기 보다 차려진 음식의 냄새와 만찬의 식탁을 둘러싼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고 있다. 또한 「여정」에서는 풍경에 대한 재현이 아니라, 여행지에 대한 기억과 그곳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과 동경이 묻어나고 있다.

박영근_만찬_캔버스에 유채_150×150cm_2002

사물에 대한 사실적 재현이 아닌 그 사물에 대한 추상적인 감각이나 개념을 재현하고 있는 박영근의 작품이 가능했던 것은 그의 작업방식에 있다. 보통의 재현들이 캔버스 위에 물감을 올림으로써 완성이 되어지는데, 그는 그와는 정반대의 작업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물감을 올리고, 그것을 다시 긁어내면서 재현을 하고 있다. 그가 판화를 오랫동안 해왔다는 점에서 판화기법의 연장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이 방식은 사물에 대한 정보의 축적의 재현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보들을 지워나감으로 가능한 재현인 것이다. 다시말해, 작가는 사실 그대로 사물을 완벽하게 묘사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완벽한 묘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긁어내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사물 자체보다 그것이 나타내는 추상적인 개념들, 혹은 그것으로 환기되는 감각들을 재현하려는 것이다. ● 박영근의 모든 재현은 속도감 있는 일필의 선으로 나타난다. 마치 우리가 세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이 -사물이든, 사건이든, 어느 장소이든, 시간이든- 너무나 발리 우리의 기억과 감각 속에서 잊혀지는 것을 안타까와하여 그 모든 것을 재현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 김민아

Vol.20020524a | 박영근展 / PARKYOUNGGEUN / 朴永根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