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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2_0501_수요일_04:00pm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02_720_8488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로서는 아이들에 대한 기억을 대부분 사진에 의존한다. 사진에 담겨진 모습을 통해서 아이들의 모습을 다시 기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을 더 많이 찍어 둘수록 더 풍성한 이미지 저장고를 갖게 되는 셈이다. 그것이 내가 아이들을 사진 찍는 한 가지 이유이며, 덧없이 날아가 버리는 순간들에 대항하여 글 표현에 둔한 내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 카메라를 통해서 나와 아이들, 사람들, 세상이 서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기에는 사진을 시작하고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상과 내가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서 짧은 순간이라도 서로 교류되는 느낌… 나중에 사진이라는 결과물을 통해서 그 순간에 대한 기억과 감정은 더 증폭되는데… 우리 삶의 유한성이 이 모든 순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
어느 때 나는 셔터를 누르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노는 모습을 기록하기만 한다. 아이들은 사진 찍기를 하나의 의식으로 치르는 어른들과는 달리 놀이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더 쉽게 마음을 열어주는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작업할 때 나는 많은 이미지 조각들이 프레임 앞에 떠다님을 느낀다. 카메라 앞에서 끊임없이 뛰노는 아이들… 내 앞의 공간에서 떠다니는 이미지 조각들… 나는 이것들을 얼마나 잘 잡아낼 수 있을까? 나는 이 이미지들에 대하여 얼마나 많이 준비되어 있을까?
모든 것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글로 기록할 필요도, 그림으로 남길 필요도 없을 것이다. 특히 끊임없이 변화를 거치며 유한점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의 경우에는 이 과정의 필요성이 더 절실할 것이다. 사실, 기록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아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하였다. 전에는 정물과 풍경을 다루느라고 미처 몰랐지만 이 두 훌륭한 피사체와 매일매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내겐 더없이 큰 행운이다. ■ 정현자
Vol.20020512a | 정현자展 / JUNGHYUNJA / 鄭現子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