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2_0417_수요일_06:00pm
덕원갤러리 4층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Tel. 02_723_7771
일상, 낯익은 낯설음. 그 낯익은 낯설음 속 어딘가에 놓여있다. ● 젊은 작가 이용석은 이 낯익은 낯설음 속에서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경험하는 다중적 삶과 자신의 현 좌표에 주목했다. 그는 그러한 관심을 일상에 스스로를 유연하게 대비시키고 조심스레 그 속에 개입시켜 나가며 화면에 풀어놓는다. 최근의 작품들은 지난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화면의 황량하고 어둡고 메마른 표정들을 조심스레 해방시켜 나가는 작은 변화를 보여준다. 구구절절 풀어놓으면 끝이 없을 이야기이지만, 이용석은 여전히 자신의 모습을 화면 전면에 내세우는 대담함과 함축성을 보인다. ● 그것은 주로 자신의 얼굴을 중심으로 일부 배경에 분산되어 있다. 밝고 생기 넘치는 배경과는 달리 화면 속의 이용석은 다소 경직되어 보인다. 그러나 전에 비해 비교적 밝게 묘사되고 있으며 화면 전체의 분위기도 스스로 밝아진 느낌이다. 삶과 현실의 문제에 대한 작가적 고민이 좀더 성숙되고 있음이다. 이용석의 무거워 보이는 외투에서 부분적으로 다소간의 존재의 버거움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된 배경과는 달리 작가가 세상과 계절에 흔들림없이 견지하려는 작가의 굳건한 존재의식의 발로로 이해된다.
정면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바라보는 시선 너머에 자리한 그 무엇을 응시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은 일체의 감정이 배제되어 있다. 이내 곧 어둡고 무거운 존재의 짐을 훌훌 벗어버릴 태세이다. 이것은 삶에 대한 창조적 주체로서의 인식과 끊임없는 반성의 결과로 이해된다. 버리려고, 덜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욱 무거워지는 어깨. 나를 결코 버릴 수 없듯이 이를 기꺼이 감당할 때에만 그 짐은 벗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이용석은 깨달은 듯하다. ● 연습처럼 붓을 잡는 일상. 손톱 밑 까만 아픔을 딛고 조금씩 살아나는, 소태보다 쓴 삶과 존재의 잔해가 젊은 작가 이용석 어깨에 내려앉는다. 이제 이용석은 그가 자라난 대지를 두발로 당당히 딛고 서서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경험하는 다중적 삶을 이야기하는 자신을 조용히 바라본다. 이용석의 조용한 응시는 이것들을 힘껏 자신의 폐 안으로 끌어들인다. 반복되는 들숨과 날숨. 이내 텅 비어있는 화면 속 온 세상에 이용석이 꽉 들어찬다. 이용석은 그리고 난 그림이 다시 그림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현실을 등에 지고 이를 반복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이용석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행위를 통해 모든 나태와 초조를 지울 뿐이다. 현실 도처에서 발견되는 모든 초조와 욕망의 거품들을 지워 나간다. 이제 그는 희망과 작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용석의 가슴 속에서 꺼낸 작은 희망이 무게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가볍게 그의 어깨를 짚는다. ● 도도히 흐르는 강물. 텅 비어 있는 도시, 이름 모를 꽃들. 오늘도 이 낯익은 낯설음 속에 우리는 살아간다. 이용석은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잊고, 잃고 살아온 낯익은 낯설음에 주목했다. 이용석은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살아있음과 세상에 대해. 우리 자신에 대해 지켜야할 약속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려한 것이 아닐까? 바로 이점이 이용석이 이번 전시에서 풀어보고자 했던 중요한 과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 박천남
Vol.20020426a | 이용석展 / LEEYONGSUK / 李容碩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