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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1019 서울 노원구 상계5동 156-94번지 2층 Tel. 02_957_2000
꿈을 꾼다.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옥상을 건너뛰면서 하늘 높이 비상한다. 전깃줄을 타고 논다. 전깃줄을 이용해 하늘로 높이 비상한다. 건물 난간들을 뛰듯이 걸어다니다가는 어깨 밑에 날개가 있기라도 한듯이 하늘로 올라간다. 하늘은 거의 매일 깜깜한 밤하늘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높이 올라가다가는 내리꽂히듯 떨어진다. 중학교때부터 15년을 넘게 난 그런 꿈을 되돌이표 따라 반복하듯 꾸었다. 날고 싶은가……. 날고 싶었던 건가……. 물 속에 있다. 물 속을 걸어다닌다. 물 속에서 호흡을 한다. 물 속에서 나를 바라본다. 그렇게 날고 싶어하던 내가 요즈음은 1년을 계속해서 물 속에 있는 꿈만을 꾼다. 꿈 속에서 더이상 나에게는 하늘이 없다. 아직도 난 날고 싶은데 하늘은 더이상 나를 받아주지 않는다. 그런 나를 물이 받아주었다. 물 속에서 나는 나의 집도 보고 나의 친구들도 보고 늘 돌아다니는 거리도 발견한다. 불쑥 튀어나온 물고기와 대화도 나눈다. 눈으로 나누는 대화…….
깬다. 꿈을 깨면 난 항상 그 꿈 속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잠을 청하곤 한다. 꿈을 깬 낯선 내가 싫어서……. 다시금 난, 이불깃을 만지작거리며 베개 속으로 머리를 깊숙이 처박는다. 그러나, 난 깨어있는 나를 발견한다. 마지막 꿈에서 이상하게 바라보던 물고기의 눈길을 지우지 못한 채 아파트를 나선다. 거리가 낯설다. 늘 보던 건물인데, 물에 젖어 있는 것 같다. 늘 걷던 길거리인데 울고 있다. 거리의 사람들도 모두 낯선 사람들인데, 이상스레 어디선가 본듯한 사람들만 내 곁을 스치는 것 같다.무엇이 나를 바꾸어 놓았는가. 지금 내가 보는 게 사실대로 보는 것인가. 몽롱한 눈빛으로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필름에 잠상을 남겨두는 행위뿐이다. 꿈벅꿈벅 나를 쳐다보던 그 물고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흐물흐물 걸어다니면서 가끔 호흡하듯 셔터를 누르는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찍는 의미를 염두에 두지 않고 찍는 그 순간부터 나는 자유로와지기 시작한다. 꿈속을 걷듯 유영하듯이 마른 숨을 내쉬면서, 나는 셔터 누르는 것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 개월을 살아내고야 나는, 비로소 나를 발견한다. 그렇게 사진찍는 것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던 내가 비로소 자유롭게 나를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음을 느낀다. 그것이 참된 나인지 꿈속의 나인지 모르지만…….
지금 이렇게 느끼는 내가 바로 나다. 사람들은 사물을 바라보거나 세상을 바라볼 때 자신만의 눈으로 보는 것을 두려워하도록 교육받아 왔다. 아니 내가 그래왔다는 것이 맞겠다. 남을 의식하면서 나를 찾아가는 길이 얼마나 힘들고 지난했던지……. 어항 속의 물고기는 어항 속 굴절된 시선으로밖에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어항에 갇혀 세상을 바라보던 때가 있었다. 내가 거부한다고 해서, 내가 인식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이해할 수 없다고 해서, 내가 홀로 나만을 주장한다고 해서 세상의 그 무엇도 바뀌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제 내가 아는 것은 내가 바뀐다는 것이다. 가느다란 타자의 시선과 목소리에도 흔들리곤 하던 내가 이제서야 알 수 있는 것은 나의 시선과 목소리로 나의 꿈을 꾸며 살아감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꿈을 꾸듯, 나를 버리듯 시작된 이번의 사진찍기는 나를 하늘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하늘로 마음껏 유영하게 만든다. 가끔 꿈을 현실화하는 것을 꿈꾸던 나에게 비로소 날개를 달아준 것만 같다. ■ 강옥희
Vol.20020424a | 강옥희展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