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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2_0313_수요일_05:00pm
갤러리 창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Tel. 02_736_2500
"어떠한 행위나 활동에 있어서 집착증상이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현상으로 좋아함과 즐거움의 도를 넘어서 그러한 증상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생활이 서서히 잠식되어 제어할 수 없게 되고 자신을 얽매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그 행위나 활동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내성이 생기면서 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인 피해를 받게 되며 집착이 통제되거나 그 행위에 대한 제재가 따르면 금단현상이 생기게 된다."
꽃의 이미지는 대부분 연애구애를 위한 보조물이나 종교적 신비의 상징물이나 여성의 성적 정체성 등 당대의 사상이나 지배이념을 반영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또한 꽃은 아름다움의 대표적 상징이고 신비스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생물이며 희망, 평화, 화합을 상징하고 인간사회와 정서를 순화시킨다. ● 이 작품들에서 표현하고자 한 꽃 이미지는 영원히 파괴되지 않는 인공생태계의 엄청난 아름다움의 역설이며, 자연보다 더욱 자연스런 화원이자 인간의 본질과 함께 부서지고, 짓이겨지고, 망가지고, 죽어버린 보조자연이고,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현 사회구조에 대한 은유물이다. 기계로 프린트된 규칙적인 이 인공의 꽃들은 자연을 위장하고 표방하는 물질이며 통제되는 규격품이고 또 하나의 규율이다.
구토할 만큼 만발한 꽃 사이에서 강렬한 원색이 뿜어내는 시각적 즐거움에 도취되어 세속의 고통을 외면해버린 인간상들은 꽃으로 아름답게 수놓인 공간 속에서 꽃의 수만큼 반복적으로 길들여지고 무감각해지며 벌레처럼 스멀거리는 꽃들에 중독 된다. 이 꽃들은 더 이상 행복과 황홀로써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향기와 아름다움으로 위장해 서서히 정신을 좀먹어가고 삶의 영역에서 자신을 유폐시키는 환각제로 작용한다. 중독에서 헤어나는 것이 차라리 고통인 이들에겐 편안하게 그 속에 자신을 내맡기고 향유하는 것이 그렇고 그런 삶을 이어가는 방법으로 통념화되었고 인간의 고립을 극대화시키고 정신을 살해한 복지부동의 권력에 기의하거나 항복하는 행위로 이어지게 된다. ● 프린트된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은 정직한 질서와 세련된 지성에 조롱과 야유를 퍼부으며 과장된 신체적 능력과 희화된 몸뚱아리를 찬양하며 고정, 획일, 고착을 밑거름으로 우리를 감각적 쾌락의 세계로 인도한다. 여기에서 세속적 삶의 승리를 구가하는 꽃은 또 다른 틀과 질서로 구축되며 사람들의 욕망과 향락을 유발하는 상징적 기호로 충족되어 진다. 이들의 편안함은 껍데기의 안락이며 탐욕에 가린 부동의 가면으로 기능하고 드디어는 우리를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전지적 우상요새가 구축되어 지는 것이다.
결국 그 환상의 세계 속에서 개개인은 자기 자신을 감정을 가진 자연스런 인간으로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체계에서 감정이 마비된 도구나 고립된 허상의 존재로서 경험하게 된다. 나는 인쇄된 꽃과 회화의 합성, 그리고 꽃의 아름다움에 중독된 인간의 일그러진 모습과 돌처럼 굳어버린 신체를 통해 우리의 전형화된 인간상을 제시하고자 했으며 우리 삶에서의 의미심장한 중요성의 결핍, 즉 규정된 문화와 정의의 뒤틀림과 허구성, 고립과 소외에 의한 개개인의 주체성 상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프린트된 꽃들은 또한 대량생산된 제품들과 무분별한 시각이미지로 뒤덮인 우리의 극한의 환경적 측면에 대한 소극적 고발이며 내 의지에 따라 인쇄 이미지 위에 물감을 올림으로써 반응의 조작을 통해 인쇄된 꽃, 그 통제성과 반복적 규칙, 화석화된 자연을 통해 기존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욕망을 허위의 방식으로 배치하려는 것이다. ■ 이샛별
Vol.20020315a | 이샛별展 / LISETBYUL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