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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미술관 서울 종로구 사간동 78번지 Tel. 02_720_5114
일상의 반복과 특별함 ● 작가 문경원은 그간 우리의 삶 속에서 이벤트에 가까운 생일, 소풍, 결혼 등의 특정한 경험 혹은 버려진 인형들이 시각화된 드로잉이나 사진 작업을 발표했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경험들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반복적으로 긴 시간을 들여 묘사하거나 컴퓨터, 영상 스틸 애니메이션 등의 여러 제작 과정을 거쳐 표현되었다. 이와 같은 특정한 경험들이 반복적으로 시각화 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문경원의 작업에 등장하는 인형 혹은 사건들은 감상하는 이에게는 오히려 매우 일상적인 기억을 환기시키는 작용을 하였다. 즉, 인간의 일생 중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시각화되어진 이미지들 즉 드로잉이나 사진들을 이용하여 재현함으로써 관람자의 잠재된 기억을 현재로 불러와 작품과의 오버랩을 의도한 것이다.
반면, 이번에 전시되는 작업들은 무게의 중심을 보다 일상적인 것에 두고 있다. 이전 작업이 인간의 일생이 비 일상적이면서도 불연속적인 이벤트중심의 사건들로 이루어진다는데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을 아무런 꾸밈이나 과장 없이 캔버스에 쏟아낸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기법적인 면에서도 흑백 드로잉을 사용하여 시각적인 색채 요소들이 생략되었다는 점에서 단조로운 일상의 표현이 더욱 부각되며 비디오 영상물 설치 작업을 통해 이미지의 반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었다. 이로써 이미지들의 집합체가 일반적인 일상 자체를 드러내며 하얀 화면 위에 쏟아진 무수한 이미지들, 색도 빛도 시간도 공간도 규정되어 있진 않지만 무엇인가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이미지들을 통해 의미 없는 일상적인 시간이 표현된 것이다.
그렇다면 작가 문경원이 가지는 일상의 이미지를 통한 대화, 소통은 어떤 의미일까? ● 겳痢? 항상 만나는 이미지, 기억, 체험, 삶 속에 존재하는 관계, 즉 이 관계를 만들어주는 단서인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며 이미지를 소비하고 소통을 이루는 힘과 에너지를 생각하는 것이 새로운 대화를 만든다. 모든 보여지는 이미지, 경험되는 시공간 속에는 관계와 소통이 있다. 나는 그것이 가진 절대적 진리나 보편성으로부터 자유로운 호흡과 이미지를 만들고자 한다. _작가의 말
즉, 작가는 일상적인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일상 속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 부유하는 이미지를 통해 새롭게 공간(작가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기억을 환기시키고 대화를 한다는 것이다. 시각적인 작업들을 관람객들과 작가와의 의사소통의 문제로 한정시켜서 생각해보면 이번 작업은 그 대화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였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의 소재를 보다 평범한 일상으로 넓혀감으로써 중요한 삶의 가치, 즉 일상 속에 늘 존재하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자 한 것이다. "자신의 가치의 산정은 자기의 주변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성립될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작업들의 소재는 늘 우리주변에 널려있는 그러나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 우리 자신들의 주변 이야기이다. 자기중심적 사고체계 하에서는 무심코 지나치는 이미지나 이야기들이지만 그것들과의 대화 또는 관심이 우리를 풍요롭게도 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표현인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일상의 삶 속에서 작가가 느끼는 관계 속에서의 소통의 문제를 보는 이들과 더불어 향유하고자 한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자신의 삶만은 특별하기를 원하지만 각 개인의 삶은 매우 파편화 되어있고 일상은 대부분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시간들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본다면, 문경원이 표현하고자 한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적인 화면들은 비 일상적인 삶의 순간들만을 쫓아서 일생을 살고있는 우리들에게 더욱 우리의 삶을 다시금 반추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유숙
Vol.20020313a | 문경원展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