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사진

김정현展 / KIMJEONGHYUN / 金正炫 / photography   2002_0217_일요일 하루

김정현_나쁜사진_비디오 영상과 사진_2001

스페이스 사진 서울 중구 충무로 2가 52-10번지 고려 B/D 1층 Tel. 02_2269_2613

The self-portrait ● 사진을 찍는 행위가 충분히 폭력적이라고 이해한 혹은 인정한 사진가의 자화상, 사진가가 자신은 폭력의 가해자 라며 고해하는 듯한 사진가의 이 자화상은 이례적이다. 그가 고백하는 사진의 폭력성-카메라가 재현을 위해 대상에 대해 가하는 인위적 조작, 그 폭력적 터치에 대한 일화들은 그의 사진의 폭력성이라는 일련의 비디오 작업에서 볼 수 있다. ● 그러나 사실 그 폭력은 사진가 개인이 책임져야할 것이 아니다. 그 폭력의 기저엔 카메라라는 기계의 눈으로 재인식되어야만 신원이, 그 대상의 존재가 확인되어지는 우리 시대의 표상체계가 깔려있다. 즉 이 사진의 폭력은 사진재현의 객관적인 증언을 담보로 한 시대가 사회를 관리, 통제하기 때문에 기원(基源)한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김정현_self-portrait_컬러인화_10×14.8cm_2001

사진의 객관성이라는 개념이 조작된 신화임을 인정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조직을 욕망 하는 근대적 인간 때문에 발명된 카메라는 여전히 그 객관성의 신화로서 지금도 연명하고 있다. 세상에 대한 동일한 표상체계를 일구어낸 이 신화에 길들어진 우리는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사회 구조 내에서 여전히 카메라에 의해 훈육되고 있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우리가 카메라에 의해 훈육되는 과정이 그의 비디오 작업에 위트 있게 드러나고 있다.

김정현_나쁜사진_합성사진_10×14.8cm_2001_부분

The making a hole in the spectacles ● 처음 이것은 매너리즘에 빠진 다큐멘터리에 대한 조소같이 보여졌다. 그러나 이들은 내가 좀 더 사색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 진지하지 못하게 다큐멘터리의 극적인 장관을 방해하는 사진가가 삽입되어있는 이 이미지들이 주는 부조리함은 다큐멘터리 이미지의 닫힌 구조에 구멍을 뚫었고 나는 그 구멍을 통해 비로소 실재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러니까 나는 이미지는 단지 이미지일 뿐이라는 것을 새삼 느껴 알게되는 것이다.

김정현_나쁜사진_합성사진_14.8×10cm_2001_부분

작가가 사라진 자기 지시적인 이미지는 우상의 자리에 서고 우상숭배자의 입장에 선 우리들은 ... ... 이미지 자체를 직접 찬양하라는 유혹을 받게된다는 『이미지의 삶과 죽음』에서의 레지스 드브레Regis Debray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덧붙여 이러한 이미지는 순간을 물신화하고 역사를 탈 역사화하며 최소한의 인과관계의 고리를 무색케 하고(이것은 '실재'라는 이미지 이전의 선(先)존재에 대한 망각에 대한 지적일는지도 모르겠다), ... 세상에 대한 거울로서의 이 이미지들은 실재를 대신하게 됨으로써 스스로 존립하게 된다고 말한다. 자기 지시적인 이미지가 스스로 고유한 현실이 되는 상황에서 이 거칠게 삽입된 사진가라는 존재의 모습은 이미지와 실재의 전도를 고발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 조은지

Vol.20020212a | 김정현展 / KIMJEONGHYUN / 金正炫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