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2_0123_수요일_06:00pm
갤러리 보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9번지 Tel. 02_725_6751
드로잉은 조형어법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며, 모든 작품의 출발은 드로잉에서 시작된다. 현대의 다양한 매체를 통한 여러 가지의 이미지들은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지만, 드로잉만큼 작가의 개성과 생각이 막힘 없이 분출되는 곳도 없을 것이다. ● 선이 갖는 힘은 매우 매혹적이다. 하나의 선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동양 미학에서처럼 선을 그을 때의 물리적인 행위와 반복되어진 선이 나타내는 깊이감의 위력은 크다. ● 나는 드로잉을 작품을 위한 부속물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양식으로 발전시키기를 원했으며 드로잉 자체가 갖는 무한한 가능성의 실험을 시도하였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군중은 나의 일부이다. 그들의 존재는 필요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당위의 모습으로 내 삶에 자리 잡는다. 군중의 당위성은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때로는 무거운 의무감으로 때로는 안정된 친밀감으로 다가온다. Mylar 종이는 비닐 같은 재질 때문에 색연필이 즐겁게 미끄러져 나가기에 좋은 재료이다. 검은 색연필을 휘두르며 나는 거침없이 거리의 사람들을 그려낼 수 있었다. 불투명하고, 투명한 비닐들이 서로 엇갈리며 군중들의 분주함을 더해준다.
머리카락 시리즈는 인체의 상반신 드로잉으로 시작해서 머리 그리고 머리카락으로 발전되어졌다. 머리카락이 갖는 물질적 성격보다는 시각적 이미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었다. 머리카락의 이미지는 재미있다. 그 자체로 매우 구상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추상적이기도 하다. 또한 단순하기도 하며 복잡하기도 하다. 그것은 마치, 머릿속에 가득 채워져 있는 갖가지의 상념들이 서로 엉클어져 있는 모습과도 같다. 가다듬어진 생각들은 삶에 충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만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는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하얀 종이 위에 바쁘게 움직이는 선들은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마음속의 이야기들을 토해낸다. 날카롭게 지나가는 선은 청명한 쾌감을 내게 선사하며, 모든 미학적 화법을 뒤로하고 선을 그어대는 그 본능적인 행위에 가장 매료된다. ■ 장성아
Vol.20020120a | 장성아展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