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2_0110_목요일_05:00pm
쌈지스페이스 갤러리 서울 마포구 창전동 5-129번지 Tel. 02_3142_1693
올해로 세번째를 맞이하는 Emerging전은 문자그대로 "떠오르는" 신진작가의 발표장으로 쌈지스페이스가 해마다 여는 연례기획전 중의 하나입니다. ● 90년대 후반에 유행하였던 "젊은 피 수혈"은 정치계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유행어를 남겼으며 이를 반영하듯 미술계에도 젊은 작가들을 육성하고자 많은 노력이 있어 왔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호암미술관이나 성곡미술관 등 과거 젊은 작가들은 생각지도 못하였던 미술관들이 젊은 작가들에게 관문을 넓히고 문턱을 낮추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 지난 2000년 6월 홍익대 앞으로 이전하면서 젊은 예술의 산실로 기능하고 있는 쌈지스페이스는 그동안 아방가르드, 언더그라운드, 얼터너티브 정신을 기치로 내걸고 미래지향적인 청년작가들을 후원해왔습니다. Emerging전은 쌈지스페이스의 방향과 미래가 결집되어 있는 대표적인 연례기획전으로 그동안 Emerging전을 통해 배출된 6인의 젊은 작가(김연신 진홍 강영민 성민화 김기철 함연주)들은 모두 미술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신예작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2002년 EmergingⅢ의 작가 구동희·윤미연·정은영은 모두 20대 후반의 신진 여성작가라는 점에서 참신함을 더하며 기존 시스템에 편승하지 않은 실험정신으로 무장하고 2002년 새해 벽두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상상력과 감수성으로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작업을 선보이며 젊은 미술과 여성 미술의 미래를 예견케 합니다. ● 3 differences는 기성미술, 남성미술과 다른 3개의 차이, 즉 차이의 차이들을 가리킵니다. 젠더적 차이에 오버랩되는 개인적 차이가 이번 전시의 내용적, 주제적 의미를 증폭시킵니다.
구동희_ 메인갤러리 ● 구동희는 우리를 둘러싼 일상의 한 부분을 낯설게 사유하기를 통해 그에 내재된 통속성을 들추어내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 「Jump Jump Jump」는 70대의 노인으로 분장한 20대 여인이 계속 줄넘기를 하면서 분장이 지워져 다시 20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비디오로 담은 영상작품이다. 줄넘기라는 반복적이고 육체적인 운동을 통해 일어나는 신체의 변화와 시간이 지나면 숨이 차고 힘들어지지만 모습은 젊어진다는 역설을 통해 신체와 연령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 「Sensation」은 낭만이라는 통속화된 감정에 관한 작품이다. 한 남성이 중세유럽의 복장을 하고 진지하게 시낭송을 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시대착오적인 복장과 원어에 충실하고자 하지만 그의 어설픈 발음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 작가는 우리주변을 둘러싼 지극히 통속적이고 일상적인 소재들을 작품에 끌어들여 새로운 모습으로 표출시키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풍자와 해학을 선사한다. 예일대 재학시절 제작한 작품인 「변기」 역시 일상적인 행위, 그러나 눈여겨보지 않았던 지점을 포착해 드러냄으로써 낯설게 하기를 수행한다.
윤미연_ 프로젝트 갤러리 ● 윤미연은 주로 소녀, 분홍빛 등을 모티브로 자극적이면서 부유하는 듯한 비디오작업을 선보인다. ● 작가 자신이 직접 모델로 출연한 「play with dorothy」, 「dorothy in the night」 등에는 작가의 분신인 한 소녀가 등장한다. 몽환적이고 연극적인 세트와 그 안에 온통 핑크빛으로 분장한 소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불안정한 정체성을 연상시킨다. 작가 자신이 말하듯 여기서의 소녀는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아시아 여성작가의 한 모습을 대변한다. ● 최근작 「l am superstar supershy girl」은 수퍼스타를 꿈꾸는 그러나 수퍼스타가 되지 못한 소녀의 절규를 담고 있다. 윤미연 자신이기도 한 수퍼스타 수퍼샤이걸이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자 간절한 기도 끝에 전설적인 수퍼스타 짐모리슨을 만나게 되지만 결국 발음만 연습하다 헛되이 시간을 보내고 만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기존의 시스템과 이미 구축된 논리에서 이탈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자리매김하고 그 안에서 균형잡기를 시도한다.
정은영_ 차고갤러리 ● 정은영은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이야기를 미술이라는 형식을 빌어 자기 자신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한 여성이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 「elsewhere」은 정은영 자신에 관한 자전적 소설의 제목이자 이번에 내놓는 작품의 제목이다. 작가에 의하면 「elsewhere」은 남성질서 체제에 대한 저항의 한 공간이자 가상의 공간이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긴 지도를 들고 정처 없이 길을 떠난다는 내용을 가진 소설 속의 나는 바로 전시를 준비하는 나 즉, 작가 정은영이기도 하다. 작가는 소설 속의 나를 현실 속 작가인 나로 전환시켜 전시장의 상황을 실제처럼 보이게 하여 상상과 실제의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상상의 대안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상황을 관객이 목도하게 함으로써 여성적 정체성 찾기의 한 대안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 쌈지스페이스 갤러리
Vol.20020109a | EmergingⅢ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