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 강희덕_김봉구_김승환_김연_김영원_김준_김형준_김희경_박경희 박충흠_박항률_박혜수_신은숙_원인종_유동혁_이동용_이상길_이종빈 전귀남_전뢰진_정국택_정영철_차종례_최병상_한진섭_홍성균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30번지 Tel. 02_760_4602
내가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을 느끼고 헬렌 켈러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는 도중에 플로렌스에 들러 미켈란젤로의 다윗상을 감상할 계획이예요. 생각만 해도 떨려요. 오래 전부터 그 작품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녀의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나는 헬렌 켈러의 보호자로 동행중인 미스 톰슨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미스 톰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입니다. 헬렌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탈리아 정부가 특별히 받침대를 설치해 주기로 했답니다. 그 위에 올라가서 다윗 조각상을 만질 수 있게 말입니다. 헬렌이 그 작품을 '본다'고 말한 의미가 바로 그것입니다." 미스 톰슨의 설명이 끝나자, 헬렌 켈러는 말했다. "저는 모든 예술작품 중에서 조각이 가장 좋답니다. 난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조각 작품을 만질 수는 있으니까요." ■ 릴리파머가 쓴 『헬렌 켈러와의 점심식사』중에서
예술은 창조활동을 통해 삶에 무한한 풍요로움을 제공함으로써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평가된다. 특별히 미술은 시지각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우리는 오랫동안 원근법이나 명암법과 같은 시각적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기실 시각을 통한 세계인식이란 실재에 접근하는 많은 방식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현대에 들어 예술은 특별한 감각적 훈련을 받은 소수 사람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왔고 미술의 경우 시각적 사유를 심화시켜 인간의 삶으로부터 예술을 분리시켜온 노정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번 '손끝으로 보는 조각'전은 일차적으로는 시각예술로부터 소외되어있는 시각장애인들로 하여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또한 일반 관람자들이 장애체험을 통해 작품을 감상케 함으로써 장애인들과 일반인들이 경험을 공유함으로 소통과 사회적 통합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참여작가들은 장애인들과 함께 장애체험을 통한 워크숍과 세미나를 개최하였고, 장애인들이 가지는 예술작품의 감상욕구를 함께 나누었다. 조각은 속성상 시각뿐만 아니라 촉각에 의존함으로 조각가들의 참여는 이러한 장애인들의 욕구와 접점을 찾기 매우 유리하였을 것이다. 참여작가들의 장애체험은 단순히 장애자들과의 소통방식으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종래의 시각적 관념으로부터 좀더 색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자신 등의 작품과 창작의 과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전시장의 편의시설에 대한 배려와 작품에 대한 점자 설명문이 제공되는 등 감상에 따른 여러 가지 세심한 배려가 주어지며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장애체험을 통한 작품의 관람방식이 주어질 것이다. 이 전시를 통해 작가와 관람자가 촉각을 매개로 좀더 직접적으로 넓은 세계와 만나며, 소수자들만의 전유물이던 예술작품을 좀더 가까이 느끼고 체험하게 하는 좋은 장이 될 것이다. 아울러 이를 통해 창작의 영역과 예술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키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김찬동
Vol.20011206a | 손끝으로 보는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