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_춤, 새로운 시작입니다

2002광주비엔날레 뉴스레터 2호 요약   2002_0329 ▶ 2002_0629

Otto Berchem_The Glass Ceiling_1999 ⓒ Otto Berchem & Gwangju Bienn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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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산 149-2번지 Tel. 062_515_0555

네 번째를 맞는 2002광주비엔날레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반영하여 미술의 공공성과 문화적 소통을 넓히는데 비중을 두고 있다. 대중들의 다양한 의견을 공유할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당대의 문화현실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찾는 예술적 실천을 펼치고자 한다. ● 특히 본전시와 특별전이라는 비엔날레 전시의 익숙한 구분 대신 주제와 밀접히 연관된 4개의 프로젝트로 전시를 구성하며, 주 행사장은 물론 일상 생활공간 속에서도 미술과 축제 이벤트를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 작업중_프로젝트1 멈춤 책임기획_성완경_찰스 에셔_후 한루

제4회 광주비엔날레는 '멈춤'을 주제로 해서 동시대 미술의 전지구적 상황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필요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것은 세계화에 의해 야기된 변화하고 있는 맥락과 미술가들이 위치하고 있는 장을 배경으로 해서 동시대 미술을 관통하고 있는 역동적 전환에 특별한 주목을 하는 것이다. ● 비엔날레는 다양한 시공간 체계들을 상호 교섭시킬 필요, 특히 속도, 지속, 차있음과 비어있음 간의 긴장을,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지역문화들의 반응들 간의 긴장을 강조할 것이다. ● 우리의 불가피한 과제는 전지구적인 자본주의 헤게모니와 그것의 제도화된 시장 하부구조와의 관계에서 대안적인 사유, 제안 그리고 공간-생산을 증언하고 명시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들은 곧 열릴 비엔날레의 핵심을 형성한다. ● 덧붙여 비엔날레 자체의 지리·문화적 위치를 고려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다른 지역간의 교환과 교섭에 초점을 맞추는 것 또한 필요하다. 긴밀한 협동작업을 하는 국제적 팀으로서 큐레이터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동시대 미술과 문화활동의 가장 역동적인 지대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는 현실의 증인이 되기를 선택했다. ● 하나의 대척점으로서, 그리고 우리 개인 경험의 지리적 한계를 고려하여 새로운 유럽미술에, 특히 유럽미술의 지역성을 넘어서서 형성되고 있는 현대미술의 현장인 북부, 동부, 그리고 남부의 미술에 두 번째 초점을 맞출 것이다. ● 우리의 제안은 비엔날레가 미술가들, 건축가들, 큐레이터들의 긴밀하고 상호적인 협동과 다양한 개입을 통해 창출된 이벤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한' 미술작품들의 관습적인 전시회 대신 우리는 이 이벤트를 모험적 시도로, 비엔날레의 각 지점에서 일어나는 대중과의 실험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선택했다. ● 이러한 방식으로 '멈춤'은 미술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위한 인간적 접촉, 재고 그리고 사려의 필요성에 주목할 것이다. 이벤트의 속도와 규모는 멈추고 생각하려는, 그에 못지 않은 욕망과 긴장이 처리되는 매개체로서 실제로 진행되거나 기록된 대화와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 비엔날레의 기획은 미술가들과 대중 편에 볼 때, 세 수준의 참여방식으로 구성되는 구조를 갖는다. 첫 번째로, 아시아와 유럽으로부터 25개의 대안적 공간들 내지는 미술가 그룹이 자신들의 공동체를 제안하는 전시회를 자체적으로 큐레이팅하도록 초빙될 것이다. 두 번째로, 건축을 하는 많은 미술가들과 미술의 경계선상에 있는 건축가들이 비엔날레 홀 내부와 주위에 소규모의 정자와 같은 임시건물을 지을 것이다. ● 세 번째로, 단순히 많은 미술가들이 하나의 전체로서의 비엔날레의 이념을 확장시키는 자신들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새로운 기획을 창안하도록 초빙될 것이다. 이 구조는 미술이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참여 - 개인 작업에서 집단적 또는 협동적 실천과 특별한 종류의 공동체 재현에 이르기까지 - 를 초래할 것이다. ● 비엔날레는 이후 계속 발전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기획의 시작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비엔날레는 역사와 지역 속에 그 흔적과 유산을 남길 것이다. 통상적으로 규정되는 동시대 미술의 한계를 시험하는 초분과적 및 초문화적 실험을 위한 새로운 쟁점들과 공간들이 열릴 것이다. ● 기성의 개념들과 제도적 틀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서 이 기획은 우리 시대의 문화 및 미술활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위한 심화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이전의 비엔날레들은 백만 명 이상의 관람자를 끌어 모았으나, 이번 기획은 다양한 면면의 대중에게 미술과 대면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들을 제공하면서, 가장 동시대적인 미술작품을 소개할 것이다. 그것은 그 자체로 현재의 사회적 및 정치적 발전에 미술을 연결시키는 가장 흥미로운 국제적 기회들 가운데 하나다.

성완경 ⓒ Gwangju Biennale

■ 성완경은 2002광주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이며, 현재 인하대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작가이자 비평가로서 한국을 비롯한 국제 무대에서 독특한 이력을 쌓아왔다. 지난 1995년과 1997년 광주비엔날레의 커미셔너를 비롯해, 1999년 뉴욕시 퀸즈 뮤지엄의 「세계의 개념주의 : 다양한 기원들」, 1993년 후쿠이 비디오 비엔날레, 1988년 뉴욕시 아티스트 스페이스의 「민중미술-한국의 새 문화운동」등 여러 국제현대미술전의 전시기획자로서 활동해오고 있다.

찰스 에셔 ⓒ Gwangju Biennale

■ 찰스 에셔는 스코트랜드 에딘버러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큐레이터이자 평론가이다. 현재 그는 스웨덴의 말뫼 현대미술관의 디렉터이며, 진보적 예술을 위한 신개념의 미술교육 형태인, '프로토 아카데미'의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2000년 런던의 테이트 갤러리에서 열린『뉴 브리티시 아트2000: 인텔리전스』전과 괴테르보리 미술관에서 열린『아마추어: 다양한 연구 제안들』전 등 큰 행사에 공동 큐레이터로서 참여하였다.

후 한루 ⓒ Gwangju Biennale

■ 후 한루는 1990년부터 파리에서 거주하며 독립큐레이터와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조형미술 아카데미의 교수이며, 미국 미네아폴리스 워커 아트센터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0년 상하이비엔날레 총감독을 비롯해,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프랑스관 커미셔너, 2000년 부산 국제아트페스티벌의 공동큐레이터를 역임하였다.

■ 작업중_프로젝트2 저기 : 한국의 이산(離散)지대 책임기획_민영순

임원주_윌밍턴을 그리며_혼합매체_2000 ⓒ Wonju Lim & Gwangju Biennale

「저기: 한국의 이산지대」는 재외 한국인 작가들이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제작한 동시대 작품들을 전시한다. 이 프로젝트는 동시대의 미술 매체를 교육 프로그램 및 역사적이고 상호적인 디스플레이와 통합시킨 다층적인 전시가 될 것이다. ● 프로젝트2의 전시는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작가이자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는 민영순에 의해 구상되고 조직되며, 교육 부문은 인류학자인 진수영 박사의 감독을 받는다. 이 전시의 특별코너인 장편영화와 독립 비디오 부문은 영화 제작자이자 프로듀서인 폴 리(Paul Yi)에 의해 조직될 것이다. 프로젝트의 바탕이 된 광범위한 수준의 조사 연구는 세계 각지의 여러 자문위원들로부터 인도 받았다. ● 「저기」는 한국의 이산민들이 사는 다섯 개의 주요 도시에 초점을 맞춘다.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서로 다른 이 도시들은 로스앤젤레스(미국), 상파울로(브라질), 알마티(카자흐스탄), 연변(중국) 그리고 오사카(일본)이다. 이 다섯 장소들은 가장 초기인 1800년대 중반 중국에서의 이산민 형성에서 과거 몇 십 년 동안의 상파울로에서의 정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이산의 역사를 수용하고 있다. ● 전시는 이 상이한 지역들 각각의 독특한 성격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 장소들을 한국인의 이산의 전지구적인 역사 및 그 역동성과 연결시키게 될 것이다. ● 한국 역사의 많은 부분은 대규모의 이주와 분산이라는 현상을 고려할 때 더 잘 이해될 수 있다. 동시대에 이 분산은 급속히 진행되었고 범위에 있어서도 전지구화 되었다. 거의 6백만에 이르는 한국인들이 160개의 세계 여러 나라들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한국인들의 이산은 출신국 인구 대비 해외거주 인구의 비율로 따질 때, 중국인, 유대인 그리고 이탈리아인에 이어 세계 네 번째 규모이다. ● 이산에 대한 연구는 전지구적 자본주의로 소급되는 경제적 및 문화적 전환과 '시공간적 압축' 내에 위치 지워져야 한다. 시공간적 규모는 이 전환을 야기한 새로운 기술의 결과로서 우리가 경험하듯이, 시간이 더 빨리 흘러가고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이다. 이 전환과 압축은 많은 이들에게 세계 속에서의 자신들의 위치를 더듬어 찾아야만 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이 상황은 장소에 대한 더 신장된 관심, 정체성과 공간적 위치간의 더 증대된 상관관계를 낳았다. 특히 그들의 일상적 삶이 주변이나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느낌의 지역적인 것과 전지구적인 것의 생각들로 굴절되어 있는 이산민들에게서 그러했다. ● 이 전시는 한국인의 이산 경험과 역사를 각 지역의 문화적 산물들을 통해 검토하면서 정체성 일반의 쟁점들에 관해 많은 통찰을 제공하고 많은 질문들을 제기하고자 한다. 정체성은 어떻게 표현하고 이해되는가? 세대가 바뀜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가? 우리는 몇몇 미국의 문화연구에서 선언했듯이 '후기-종족성(post-ethnicity)'의 시대에 살고 있는가, 아니면 지난 9월 11일의 사건(세계무역센터 테러)은 다시 한번 종족성이 '전면과 중심'에 등장하게끔 민족주의와 이산주의적 틀간의 논쟁과 긴장의 항들을 바꾸어 놓았는가? ● 9월 11일의 지속적 파장은 다섯 도시 중 세 도시로의 조사연구 여행을 연기시켰다. 큐레이터팀은 8월에 상파울로와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해서 도큐멘터리 촬영작업을 했으며, 11월에 카자흐스탄, 중국, 일본을 방문할 것이다. ● 이 프로젝트는 세계 각지에 사는 약 20여명의 재외 한국 작가들을 등장시킬 것이다. 그들은 이전 비엔날레에 참여한 적이 없으며, 최근 한국에서 주요 전시를 연 적도 없다. 이들 모두는 동시대적인 표현방식을 이용해 작업한다. 작가들을 선별하면서 선별된 작품들 각각과 그 모두에 '한국성'이라는 하나의 포괄적 관념이 부과될 위험을 잘 알고 있기에 본질주의적인 종족성 및 동질성 개념을 회피하고자 했다. 상파울로의 리나 김(Lina Kim)이나 로스앤젤레스의 임원주 같은 작가들의 조각 설치물들은 외관상 한국성에 대한 어떤 지표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외관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이산을 검토하려는 의도는 이산이라는 쟁점이 이민 경험에 중심적임을 확인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성이 어떻게 정의 또는 이해되느냐와 한국성에 대한 이 감각이 국경선들과 지역적 관행들에 의해 창출된 문화적 맥락들을 초월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라는 견지에서 그들이 어디에 살고 있는 지와 무관하게 한국인의 정체성에 관해 복합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민영순 ⓒ Gwangju Biennale

■ 민영순은 재미 한인 2세로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를 나와 뉴욕 휘트니미술관 큐레이터프로그램을 수료했고, 캘리포니아 주립대 미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송골매의 비행」(이탈리아 코토나, 2001), 「원더보드 이미지화」(런던, 2000), 「새천년의 창조성」(필리핀 바구이오, 1999)을 비롯한 여러 전시들에 참여했고, LA 차이나타운 서비스센터 공공미술부문 커미셔너(2000), 뉴욕시립박물관 리노베이션 프로젝트의 아시아지역미술 커미셔너(2001)로 활동했다.

■ 작업중_프로젝트3 법정·영창: 장소 특수성의 해석을 위한 전제들 책임기획_박만우

상무대 법정 영창 ⓒ Gwangju Biennale

광주시내 상무지구에 위치한 5·18 자유공원에 발을 들여놓기 이전에는 누구도 그 장소에서 느낄 수 있는 묘한 분위기를 짐작하기 어렵다. 영화 촬영장의 세트와 같은 느낌. 복원된 법정·영창, 내무반, 식당, 헌병중대 사무실, 그리고 그 건물들 사이에 가지런히 다듬어진 잔디밭은 주변의 아파트동들과 실내골프연습장과의 대조로 인해 아무런 표정이 없다. 가끔 상공을 나는 비행기 소음이 이 공간을 더욱 침묵하게 만들곤 한다. ● 장소특수성이란 이곳에서 이루어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위치하는 맥락을 뜻한다. 흔히들 말하는 '컨텍스트'와 예술작품인 '텍스트'가 어떤 관계를 맺는가의 문제이다. 컨텍스트는 텍스트를 조건화시키는 구속적 틀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 텍스트는 그 틀에 깊숙히 침투함으로써 컨텍스트 자체를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소위, 탈맥락화 혹은 재맥락화의 과정이 여기에 해당된다. ● 비유컨대, 하나의 이미지를 놓고 보자면 배경이 있으므로 전경에 위치한 형상이 의미를 갖지 않는가. 그러나 배경과 형상의 관계는 근대를 거친 오늘의 삶의 조건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과거 도시의 형상은 전원과 같은 자연을 배경으로 자기성격을 드러냈다. 그러나 요즈음은 도시 주변도 또 다른 외곽 도시들로 에워싸여 있어서 그 구분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다. 점차 근원, 출발점 또는 귀환점에 대한 고정된 관계가 무너지고 끊임없이 많은 지점을 옮겨다니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들의 삶의 형태가 아닌가. ● 따라서 한 장소에 대한 우리들의 기억도 깊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표면 위를 불안정하게 이동한다. 원근감이 배제된 '기억의 평면화'라고나 할까. 마치 벽지의 패턴화된 문양을 이미지로 본다면 아무런 배경 없이 규칙적인 형상들의 반복이 그 자체로 배경도 만들고 형상도 되는 것과 같다. ● 우리 기억의 무늬는 이렇게 '벽지화'되고 있다. 5·18 민중항쟁이라는 무거운 역사적 배경과 헌병대의 물리적, 공간적 맥락은 이러한 기억의 양식들에 의해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구별해보자면, 이 장소는 과거 증언의 시기를 거쳐, 애도의 시기 그리고 이제는 기억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20주년, 21주년 하는 기념제는 그 역사의 주역들과 그 이후의 새내기들에게 무엇을 공유하게 하는가? 기념비적 기억의 문화는 집단의 기억, 공공의 기억을 강요한다. ● 그러므로 기억의 장소에는 거짓된 아우라가 자리잡게 되는 것이 아닐까. 과장된 위엄과 코믹함이 공존하는 곳. 그러나 여전히 5월의 당시를 회상하며 오열할 수밖에 없는 이들, 그저 침묵하게 되는 이들, 어색한 웃음으로 대신하는 이들, 아예 그나마 속뜻을 알 수 없는 표현조차 할 수 없이 이제는 사라진 이들은 오늘날 범람하는 기억의 문화에서 '잊혀지고' 있지 않은가? ● 결코 말하여질 수 없었기에 드러나지 않았던 화석화된(fossilized) 언어들. 5·18에 대한 한 개인의 사적인 경험들은 공공의 기억에 가려 단지 징후에 머무른다. 그러므로 예술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표현의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프로젝트3은 일종의 반기억(counter-memory)을 겨냥한다. ●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를 보고 난 관객은 어떤 느낌을 갖게 될까? 보다 자유로워진 느낌. 아니면 무언가 더 불편하고 거북스러운 느낌. 아무튼 이곳의 장소성에 대한 해석을 위해서는 우선 크기라는 문제가 고려될 수 있겠다. 구금된 이들이 겪고 느낀 물리적, 심리적 공간의 면적도 상관이 있고, 반성되어야 할 기념비적 문화의 규모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형상의 크기, 작품의 규모, 보이는 것과 보는 이와의 거리감 등이 작품 제작과정에 포함될 수 있다. 다음으로 경계의 문제가 여전히 유효하다. 고립된 공간과 그 밖의 공간, 공적인 역사와 개인의 이야기, 환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 자연과 문화 사이의 경계(예를 들어, 인공화된 자연으로서의 정원), 혹은 과거와 현재 시간 사이의 경계, 예술표현 매체들 사이의 경계들 말이다. 현대미술이 당면한 모든 핵심주제들이 이 전시에서 다루어질 수 있다고 보여진다.

■ 작업중_프로젝트4 접속 책임기획_정기용

백운광장주변 ⓒ Gwangju Biennale

도시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부단히 움직이고 변모한다. 광주도 지난 세기 초 인구 만 명 미만의 작은 마을이었던 것이 불어나 이제는 인구 13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하였다. 도시는 지난 30여 년간 지하철까지 건설할 정도로 수평적 확산을 보였으며 이 땅에 불어닥친 건설과 개발의 열기는 광주를 비켜가지 않았다. 지난 70년간 광주시를 남북으로 횡단하던 광려선의 일부 10.8Km의 철도가 도심의 20여 개소의 교차로와 만나면서 교통난을 가중시키고, 빈번한 사고의 유발과 인근 주민들에게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사적 생활영역을 침해한다는 이유 등으로 폐선 되어(off the rail/site off) 도시 한 가운데 멈춰있다(pause). ● 그리고 이렇게 갑자기 비워진 땅은 도시와의 새로운 접속(on the city/sight on)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광주의 폐선부지는 여타의 공공부지와는 다른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철도가 개설되던 당시 광주의 외곽이었던 이곳은 이제 도시의 중심에 위치하게 되었으며 이는 마치 도시 성장의 파도를 비켜 가는 흔적으로서 개발이 유보된 '공간의 도장'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광주 폐선부지는 도시가 자라나면서 각인한 '시간의 도장'인 셈이다. 레일이 걷히고, 침목이 걷힌 폐선부지의 정경은 역설적으로 이제 막 철길을 놓을 채비를 하고 있는 현장처럼 보인다. 2001년 현재의 광주땅 위에 갑자기 70년 전으로 되돌아간 과거의 땅이 겹쳐있는 꼴이다. 그래서 이 땅은 광주를 새로운 공간과 시간으로 풀어내야 할 열쇠구멍과 같다. 즉, 광주비엔날레 프로젝트4는 광주의 미래를 열 또 다른 열쇠와 같이 작동할 것을 기대한다. ● 폐선부지는 땅이라기보다는 광주에 남아있는 근대유적이며 단순히 비어있는 면적이 아니라 주변에 의해 살아있는 잠재력이며, 선이기보다는 이어진 면이며 철길이라기보다는 연속되는 풍경이고 경계와 단절보다는 연결과 접속을 상기시키는 곳이며, 쇄석만 있는 광물질이 아니라 이미 자연이 복원하려고 애쓰는 생태적 표현이고 폐기될 길이 아니라 새롭게 열어줄 미래이다. ● 어떤 형식으로든 사용하기 전에 다시 한 번 다양한 시각으로 되돌아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질문의 땅이다. 세계적으로 도심의 철도가 폐선 되는 사례가 흔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런 모든 사실들을 천착하여 공공미술이 도시와 새롭게 만날 수 있는 장을 열기 위해, 그리고 나아가서는 광주를 '문화도시'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가능성들을 탐색하기 위해 이 전시가 마련되었다.

정기용 ⓒ Gwangju Biennale

■ 정기용은 서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6건축대학과 파리 제8대학에서 수학했다. 프랑스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후 기용건축연구소 대표와 서울 건축학교 운영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2000년에 제3회 교보환경문화상을 수상하였으며, 주요작품으로는 서울 공항동성당, 계원조형예술대학, 프랑스 대사관 별동 계획안, 동숭동 무애빌딩, 동명중·고등학교 등이 있다.

현장중계_전시기획 총괄조정회의 2001_1025 ▶ 2001_1029

전시기획 총괄조정회의 장면 ⓒ Gwangju Biennale

지난 2001. 10. 25일부터 29일까지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성완경 예술감독, 프로젝트1 공동큐레이터 찰스 에셔, 후 한루, 프로젝트2 큐레이터 민영순, 프로젝트4 큐레이터 정기용, 전시부장 박만우, 공간구성을 진행할 건축가 장영호, 김영준과 재단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2002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 총괄조정회의'를 개최했다. 전시 방향과 전시주제의 개념, 전시구성, 참여작가, 공간구성, 예산운영, 출판, 홍보 등 전시행사 전반에 관한 의견을 교환한 회의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진행_성완경 예술감독 장소_광주비엔날레 회의실

2001_1025_전시주제의 개념, 전시구성, 공간 구성개념, 도록 참석_성완경, 찰스 에셔, 후 한루, 박만우 외 전시스텝

2001_1026_프로젝트1: 작가선정, 작가지원, 아시아지역미술 네트워킹 참석_성완경, 찰스 에셔, 후 한루, 박만우 외 전시스텝

2001_1027_프로젝트1: 파빌리온 작가선정, 공간구성 방향 참석_성완경, 찰스 에셔, 후 한루, 장영호, 김영준, 박만우 외 전시스텝

2001_1028_각 프로젝트별 프리젠테이션, 작가선정, 작가지원 참석_성완경, 찰스 에셔, 후한루, 민영순, 정기용, 장영호, 김영준, 박만우 외 전시스텝

전시기획 총괄조정회의 주요내용

전시기획 총괄조정회의는 각 프로젝트별 큐레이터들과 공간 설계를 담당할 건축가 그리고 전시 스텝들이 만나 주제와 전시단위 설정에 대한 각자의 진전된 견해와 각 프로젝트별 기획과정을 공유하고, 실행 과정상에 드러나는 제반 문제들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한편으로는 전시의 주요한 구성주체인 참여작가들과 그들이 광주에 준비해 올 작업들이나 광주에 와서 작업할 내용, 그들 작가들이 어떠한 과정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도 진행되었고, 그것은 참여작가 선정의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이 논의는 4일간 이어졌는데, 실제적인 논의의 내용은 무척 다양하고 많은 분량의 것이지만, 독자들의 편의상 전시의 과정과 결과를 예측하는데 중점을 두어 논의내용을 소개한다.

프로젝트1 '멈춤' ● 프로젝트1은 그동안의 비엔날레들이 추구했던 모델보다 훨씬 전복적인 방식의 대안 모색의 장이 되고자 한다. '멈춤(Pause)'은 동작의 정지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다음 동작을 위한 준비과정이기도 한데, 우리는 광주비엔날레를 포함한 여러 실험적 전시형식들 역시 기존의 모든 관습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스스로의 모습을 재성찰해야 한다고 본다. 그동안 이뤄졌던 여러 대안적 예술가 및 그룹들의 시도 역시 그러하며, 예술과 비예술적인 것들과의 관계, 성공적으로 만들어지는 예술작품들과 전시, 예술적 맥락 속에 포함되어 온 다양한 이슈들, 전시공간의 구성 및 시각적 구성물들의 공간·지리적 이동방식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우리는 통상적인 전시의 경우 대부분 명확한 결과를 설정해놓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을 결과에 종속시키는 관행을 뒤집고, 참여자들의 풍부한 창안과 대화, 감각의 흐름을 따르는 과정의 유동성을 중시할 것이다. 우리의 계획은 자동 큐레이팅된 공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또는 하나에서 다음 것으로 그것들이 어떻게 나아갈지 마지막 순간까지 알 수 없는 살아 있는 과정처럼 전시를 구성하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방향의 대척점에는 시간과 공간을 비롯한 여러 제약요소들이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우리의 의지와 조건 사이를 횡단하는 여러 형태의 기술적 수단들을 동원하려 하고 있고, 그 핵심은 다음과 같다. ● 전시구성_이 프로젝트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5개중 4개에서 실현되며, 구성은 크게 세 개의 범주로 이루어질 것이다. 첫째, 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지역의 제도와 조직, 그리고 미술과 사회간의 관계에 대한 상이한 접근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방향을 실천하고 있는 대안그룹들을 초청하여 자신들의 활동지가 아닌 광주라는 전이된 공간에 알맞은 작업들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다. 이 대안공간의 작가들은 스스로 공간을 구성하고, 자신들이 해왔던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미지를 전시하거나 비디오 프로그램을 실현하거나 지역간 네트워킹을 실현하고, 퍼포먼스, 해프닝 등을 진행하게 된다. 이로써 광주를 찾은 관람객들은 전시관에 마련된 세계 각지의 대안공간 방문을 통해 각기 새로운 예술적 작업을 시도하는 시각적 구현물들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한편 이들 중 8개 정도의 그룹들이 미리 한국에 와서 서울과 광주에서 도시의 공간구성을 중심으로 한 문화 전반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강의와 토론, 현장답사, 출판 등을 포함하고 있고, 이러한 과정들은 전시공간 안에 '살아있는 문헌보관소'로 설치될 것이다. ● 둘째, 2002광주비엔날레의 주제 '멈춤'을 물리적으로 실현하려는 의도에서 작가와 건축가들이 구성하는 매우 개방적인 형태의 15개 정도의 정자가 설치될 것이다. 이 정자들은 숨가쁘게 돌아가는 현대의 도시에 일종의 휴식을 제공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는데, 대중의 개입이 쉽고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가게, 카페, 정원, 집, 입방체, 건물 등의 형태를 갖게 하고, 이 속에서는 여러 가지 일상의 재현이 일어나거나, 그냥 텅 비어있음으로 해서 고요한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집짓기 프로젝트(에코 프라워트 Eko Prawoto), 큰 건물들 속에 틈 건물을 집어넣는 건축(바우 와우 BOW WOW) 이슬람식 건축과 실내장식을 만들어내는 작업(에이에스 AES) 등이 그것이다. ● 셋째, 시간, 지속성, 비어 있음, 불화, 그리고 모든 종류의 지배적 사고, 정형화된 형태, 습관화된 행동양식 등에 대한 의문과 대안적 제안들을 실현하고 있는 각 대륙의 개별작가들의 작업이 구현될 것이다. 숫자를 읽는 소리작업을 진행하거나(온 카와라 On Kawara), 전시장 바닥에 그림을 그림으로써 휴식이 가능하도록 하거나(미첼 린 Michael Lin), 지역의 어린이들과 함께 작업하거나(에스라 에르센 Esra Ersen), 날카로운 정치적 퍼포먼스(시슬레 하파 Sislej Xhafa)를 보여주기도 할 것이다. ● 공간연출_프로젝트1의 전시공간은 공동큐레이터 3인의 제안과 참여작가들의 공간구성 구상을 수렴하여 혁신적인 건축가인 장영호와 김영준의 공동작업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유럽의 오랜 전통에 기초한 낡은 서구적 전시공간 구성의 모델을 전복시키고자 하는 공간디자인은 높은 천장을 가진 곳과 천장으로부터 자연광이 들어오는 곳, 기둥이 없는 곳과 같은 각 전시관의 조건을 최대한으로 극대화시키고, 작업들과 관객들간의 '소통'이 원활하도록 구성될 것이다. 전시공학을 기초하는 주요한 개념적 틀은 도시 속의 멈춤(Pause in the city), 외곽 도시 속의 멈춤(Pause in the suburb), 촌락 속의 멈춤(Pause in the village), 도시의 황량한 공간 속의 멈춤(Pause in the urban wilderness) 등 네 가지 국면이며, 관객들로 하여금 전시장을 하나의 도시로 느끼게 하는 흐름과 동적인 리듬을 창조하며, 관람/참여의 관습을 바꾸고, 공간 속에 배치된 모든 구성요소들이 살아 숨쉬는 것을 추구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큐레이터, 작가, 코디네이터, 참여자들, 관객들과의 활발한 의사소통과 작업의 편의성, 관객들의 현장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전시장 안에 전시 사무실을 만들고, 그것으로 하여금 정자의 한 부분을 이루도록 할 것이다. ● 실무진행_특별히 프로젝트1은 아시아와 유럽지역 작가들의 참여비중이 높고, 국제미술계 안에서의 아시아미술에 대한 높은 관심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미술기획활동 및 네트워킹의 강화를 유도할 것이다. 이를 위해 참여작가들은 물론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지의 젊은 전시 기획자들의 참여를 유도해 전시실행 과정에서 도출되는 경험과 교육, 훈련 프로그램들을 공유하고, 이들간의 상호 교섭을 활성화 할 예정이다. 한편 우리는 한정된 예산과 인력의 효과적인 배분을 시도하고, 전시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경비와 인력, 장비의 확보를 위해 각 국가, 기관, 기업, 개인 등 후원자들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데, 큐레이터와 작가, 광주비엔날레측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우리는 2002광주비엔날레 진행과정과 가시적 형태 및 성과를 지리적으로 떨어진 지역의 사람들과 공유하는 면적을 넓히는 홍보활동을 위해 미술을 중심으로 한 여러 국제적인 매체들과 시스템들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며, 이러한 취지에 공감하는 매체들과 기관, 개인들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전시도록은 시각적 결과물을 기록하는 차원을 넘어 광주에서의 작업 진행과정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주제', '정자', '네트워킹', '포럼', '설치모습' 등의 단위로 설정하고 있고, 이것들은 호사가들의 장서고에 안치되기보다는 예술적 실험과 전시의 실행과정에서 살아 있는 참고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참여작가_이 프로젝트 참여작가는 세 축의 공간구성에 따라 이번 큐레이터회의를 통해 다음과 같은 작가와 단체들을 선정했고, 오는 12월까지 추가적인 선정작업이 계속된다. ● 그룹_아티스 프로 엑티브(말레지아), 빅 스카이 마인드(말레지아), 카스코(네덜란드), 체메티 아트 하우스(인도네시아), 드 흐징(네덜란드), 디지탈 아트 랩(이스라엘), 폭살 파운데이션(폴란드), 글래스 박스(프랑스), 아이티 파크(타이완), 로프트(중국), 모울펀드(필리핀), 오다 프로제시(터키), 파라 사이트(홍콩), 프라스틱 키네틱 웜즈(싱가포르), 프로젝트 304(태국), 프로토아카데미(영국), 루앙루파(인도네시아), 수퍼플렉스(덴마크), 유니버시티 방사 우타마(말레지아), 우가바트(태국), 비디오티지(홍콩), 포럼 에이(한국), 루프(한국). ● 파빌리온_에이이에스(러시아), 아틀리에 바우와우(일본), 클로드 레베크(프랑스), 에코 프라워토(인도네시아), 림 치 첸(싱가포르), 마르코 펠리한(슬로베니아) 미카엘 에름그렌/잉가 드라셋(덴마크), 시니치 오가와/알란 존스톤(일본/영국), 얀 리/후지에(홍콩), 양 지창(중국), 양 쉬첸(중국), 김소라/김홍석(한국), 박문종(한국) ● 개별작가_안다 마니크/마린탄 시레(인도네시아), 뷸렌트 상가(터키), 카스튼 니콜라이(독일), 젱 지아니(중국), 구 덱신(중국), 마이클 린(타이완), 마크 루이스(캐나다), 온 카와라(일본), 오라프 니콜라이(독일), 숀 스나이더(미국), 빌헬름 사스날(폴란드), 장 페일리(중국), 아라마이아니(인도네시아), 안토니오 갈레고(프랑스), 에스라 에르센(터키), 하릴 알틴데레(터키), 힐러리 로이드(영국), 얀스 하닝(덴마크), 요하나 빌링(스웨던), 조셉 그리질리(미국), 주디 프레야 시바니안(필리핀), 류 쿵 유(말레시아), 린 일린(중국), 린 르벤쉬타인(영국), 매튜 응구이(싱가포르), 네드코 솔라코프(불가리아), 니나 피셔/마라온 엘 사니(독일), 오토 버쳄(미국), 포스트8(타이완), 시슬레 하파(코소보), 츠요시 오자와(일본), 베로니크 부디에(프랑스), 주재환(한국), 정연두(한국), 윤주경(한국), 임흥순(한국), 장영혜 중공업(한국), 김상길(한국), 김순기(한국), 유승호(한국), 박불똥(한국), 성능경(한국), 함진(한국)

프로젝트2 '저기: 한국의 이산지대' ● 이 프로젝트는 자신의 터전을 벗어나 다른 집단의 생활공간에 이주해 살아가고 있는 한인들의 과거와 현재를 전시를 중심으로 한 기록물, 답사 등과 같은 방법을 수반한 입체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인의 정체성 문제와 나아가서는 국가간 인종간 경계가 허물어져 가는 오늘날의 문화환경에서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이 어떻게 보전되거나 변화하는지 등과 같은 다문화적이고도 문화인류학적인 해석을 이끌어낼 것이다. 주로 이주 한인들이 겪는 현지문화와 모국의 문화 사이의 조화와 갈등, 흡수와 거부, 친밀함과 낯설음이라는 갈등구조들을 '정착'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해 새로운 혼성적 문화의 면모들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큐레이터 민영순과 함께 진수영(문화인류학)이 역사교육적 측면의 기획을, 폴 이(영화감독)가 장편영화와 비디오 선정 및 상영 부분의 기획 분야에, 로널드 스트라우드(전시코디네이터)가 전시디자인 부분에 협력하고 있다. ● 전시구성_이 프로젝트는 광주비엔날레의 제5전시관을 사용하게 될 것이며, 역사교육적 측면과 예술문화적 측면을 축으로 전시가 구성될 것이다. 역사교육적 접근방식은 연대기(한국인 해외이주의 역사를 고대부터 현재까지 한눈에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젝션 이미지와 텍스트가 함께 제시되는 연대기를 제작)와 다큐멘터리(중점적인 5개 이산지역에 대한 조사여행을 통해 제작한 참여작가의 인터뷰를 포함한 각각 5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전시 도입부에 상영), 장편영화(한국 이산을 주제로 한 장편영화 및 비디오 상영을 통해 보다 대중적인 방식으로 관객에게 접근), 교육프로그램(전시 기간중 국내외 학자 및 작가 초청 영상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국민의 이산과 분단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며, 대중의 지적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냄)으로 구성된다. 예술문화적 접근방식은 이산지역으로 선정된 5개 지역에서 태어나거나 살고 있는 한국인 작가들의 다양한 장르의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것이다. 특별히 관객이 전시를 관람하는 도중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라운지 공간에도 관객참여형 작품을 설치해 관객과 작품과의 친밀도를 높여나갈 것이다. ● 참여작가_지금까지 미국 9명, 브라질 2명, 일본 1팀, 중국 1명, 한국 1명을 참여작가로 선정했고, 11월중의 아시아지역 조사여행을 통해 6명 내외의 참여작가를 추가로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된 작가는 다음과 같다. 고병옥(한국→LA), 리나 김(상파울로), 류은규(서울→연길), 제니퍼 문(LA), 조셉 박(오타와→시애틀), 성상원(한국→상파울루), 요시코 시마다/황보 강자/미리내여성회(동경, 오사카), 이진(시카고), 임원주(광주→LA), Y. 데이비드 정(본→워싱턴), 천성임(한국→뉴욕), 수잔 초이(서울→LA), 데이비드 코티(LA), 김주영(서울)

프로젝트3 '법정·영창: 장소 특수성의 해석을 위한 전제들' ● 20세기의 잦은 전쟁들은 제3세계에 군부정권이 들어서는 토대를 제공했고, 1980년 광주에서는 시민들이 봉기해 한국에서의 군부통치 종식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그 파장은 아시아 각국에 이어졌는데, 상무대 영창은 그 관련자들이 투옥돼 생존의 조건을 제한 당했던 장소였다. 지금 이 장소는 신개발 택지지구의 한편에 거의 화석화 된 채 현재의 일상으로부터 일탈되어 있는데, 프로젝트3은 이러한 잊혀져 가는 역사의 기억을 되살리고, 감성활동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예술적 지향을 살려, 유폐된 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고, 오감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작업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특별히 역사적 사실의 해석에서 비롯되기 쉬운 표현의 제약을 뛰어넘는 생동감 있고, 자유분방한 예술적 시도들이 진행되고, 광주비엔날레를 주목하고 있는 각국의 인사들과 전시관계자들, 광주에 온 관객들과 인근시민들이 이 장소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전시구성_이 프로젝트는 보존중인 상무대 영창의 시설물들을 활용해 진행될 예정이다. 자유관은 5·18 관련자료를 상설전시하는 곳으로, 전시기간 중에도 상설전시는 유지하면서 강당(영상실)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세미나와 비디오 상영과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미술과 사회의 관계를 조명하려 한다. 법정·영창, 헌병대 중대 내무반, 헌병대 식당, 감시탑, 본부사무실, 창고, 식기세척장 등으로 이루어진 보존공간은 모두 8개의 분할된 공간 형태를 그대로 살려 정치적, 물리적 구조로 인해 박탈당했던 인간의 감각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작품들을 배치할 예정이다. 한편 잔디가 깔린 옥외공간 역시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참여자들을 위한 리셉션 장소로도 활용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세부적인 공간 연출 및 참여작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프로젝트4 '접속' ● 도시형태의 변화에 따라 기능을 멈춘 광주의 도심철도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 프로젝트는 이 폐선부지에 새로운 기능과 역할을 부여하려는 예술적 시도로, 참여작가, 시민, 행정기관 등의 다양한 욕망과 의지, 이해관계들 사이를 횡단하는 유기적인 소통과 접속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 '돌아온 땅'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이 기획은 부지와 시설물들의 재활용, 텃밭들이 이루는 대지미술, 과거의 역사를 체험하는 야외박물관, 주변환경과 임시구조물을 활용한 건축적 풍경, 인접 지역들간의 접속, 유목민적 삶의 근거지인 임시구조물, 주변에 산재하는 학교와 학생들을 위한 야외교실, 식생과 생활의 흔적들은 되살리는 도시생태, 시민들의 일상에 개입하는 도시산책, 도시적 삶의 미래를 예감하는 도시의 미래라는 작은 단위의 주제들을 실현하는 방식의 작업들이 예정되어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폐선 곳곳의 지점들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으로 시작될 이 작업은 이번에 그치지 않고 전시가 끝난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광주시민, 광주비엔날레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작업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 전시구성_폐선부지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도심을 관통하는 10.8Km 전 구간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번 작업과정에서는 주요한 몇 개의 지점에 초점을 두고 크게 두 가지의 전시로 구성될 것이다. 하나는 작가들의 작업을 설치, 전시하는 것으로 전시의 범주를 미술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공공예술 관련영역으로 확장시켜 건축가, 대지미술가, 미술작가, 조경예술가들이 참여하여 현장작업을 위주로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료전 성격의 특별전으로 폐선부지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역사적 시각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광주지역의 대학, 서울대 대학원 건축과, 서울건축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과정 건축과 학생들의 폐선부지와 관련된 학생작품전과 폐선부지와 관련된 사진전 및 회화전 그리고 광여선光麗線의 역사, 그 밖의 관련자료전 성격의 기록전이 열린다. ● 참여작가_이 전시는 현장작업을 위주로 하는 공공예술 전시의 특성을 감안하여, 작가를 선정하는 방식은 우선 후보작가를 선정하고, 그들 작가로 하여금 현장을 답사하도록 한 뒤 작품의 초안을 제출하고, 이를 큐레이터와 광주비엔날레측이 공동으로 검토해 최종 참여작가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참여가 예상되는 작가들은, 건축가로는 김영준, 김종규, 서혜림, 이민, 이종호, 장영호(중국), 조경건축가로는 아드리안 게즈(네덜란드), 알레 한드로(영국), 조경예술가로는 질 끌레망(프랑스), 자크 시몽(프랑스), 올가 떼라소(스페인), 미술작가로는 공성순, 김기철, 김용익, 도흥록, 박상호, 박정환, 안규철, 이용백, 이중근, 정선휘, 정현, 최정화, 홍순명 등이다.

2002광주비엔날레 전시건축 김영준 ⓒ Gwangju Biennale
2002광주비엔날레 전시건축 장영호 ⓒ Gwangju Biennale

이상의 내용은 이번 회의의 논의 결과를 전시의도 및 주요개념들, 전시구성 방식, 공간연출, 실행방안, 참여작가 등을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2002광주비엔날레의 전시진행 방식은 기존의 전시진행 방식과 형태를 달리하므로, 우리는 진행 과정 중에도 각 큐레이터들 및 참여작가들, 협력자들의 창의적 제안에 따른 유동적 변이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들은 기획의 취지에 효과적이라는 전제가 성립된다면 다양한 형태로 변화될 수 있다. 참여작가들이 더욱 추가되는 것은 물론 우리를 포함해 외부의 다양한 제안들을 적극 수용할 것이다. 회의록의 일부를 인용한다. ● "장기적으로 볼 때, 전통적인 비엔날레로부터의 단절은 훗날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비엔날레를 준비하는 조직 안에서 창조적인 엔진을 찾아내고 아이디어를 제안해야 하는 '창조적인 관료제(creative bureaucracy)'라고 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 필요가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많은 나라들이 이벤트, 비엔날레 등과 같은 것을 만들어 내려 하고있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를 이끌어 내려고 여전히 시도한다. 우리의 실험적 비엔날레는 미래에 있을 가능성을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장소가 될 수 있다." ■ 2002광주비엔날레

Vol.20011205a | 2002광주비엔날레 뉴스레터 2호 요약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