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1_1031_수요일_06:00pm
하우아트갤러리(폐관)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La fronti re entre lumi re et ombre ● 곧 사라질 것만 같은 이주형의 어스름한 풍경사진은 의미와 무의미 혹은 질서와 무질서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현실의 상황적 은유로 간주된다. 또한 그곳에서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제도나 양식 그리고 질서나 의미, 또한 코드 등과 같은 우리의 모든 사변적인 것이 언제나 과학적 논리와 같이 분명해야 한다는 일종의 "질서의 강압성"에 대한 의문이 될 것이다. ● 우리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체들은 사실상 의미가 아닌 "무의미(non sens)"의 망각된 존재들이다. 그들은 마치 여명의 빛을 기다리는 어둠의 만상들인 셈이다. 황당하고 비상식적인 사건과 같이 규정할 수 없는 불확실한 존재 혹은 의미의 과잉이나 결핍을 말하는 무의미는 현실 속에 간헐적으로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신의 존재처럼 언제나 우리들 주위에 산재하는 실존들로 그 범주를 넘어 오히려 의미와 규칙의 배경(fond)을 이루고 있다. 또한 감각의 세계에서 그것들은 어둠에 내재된 "출현적 조건(내재적 형상)"으로 단지 상황과 조짐을 앞세우며 우리들의 논리와 의미 주위를 선회하고 있을 뿐이다.
어둠에 침수된 이러한 풍경은 또한 기억과 망각의 혼동을 말하는 레미니센스의 은유로 간주된다. 사진이 외시하는 풍경은 흔히 조형적 감상을 유도하는 상징적 메시지가 아니라 단지 작가가 감지한 상황적 자국(index)일 뿐이다. 그 상황적 원인으로서 이해되는 작가의 의문은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서 모든 현실의 분명성에 관계한다. 예컨대 의미의 눈으로 보여진 현실은 언제나 확실한 기록과 정확한 기억을 요구하며 논리적 구조를 동반하는 역사성 혹은 질서를 요구한다. 그러나 원래 기억은 시간성의 부재 속에 언제나 과거의 불확실한 기록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 우리의 기억은 현실의 분명한 기록이 아니라 사실상 언제나 불분명한 우리 각자의 욕구가 만든 환상이다. 이주형의 사진은 바로 이러한 레미니센스의 환상임과 동시에 모든 현실의 분명성과 의미의 폭력에 던지는 감각적 의문이다. ● 결국 외부로부터 길들여진 모든 의미의 옷을 벗어 던질 때 우리들 심연에 내재된 전혀 예견치 못한 망각의 기억들이 갑자기 감각의 지류를 따라 분출하듯이 작가가 발견한 세상은 빛으로 구체화된 분명한 세상이 아니라 어둠에 침수된 불확실한 세상이었다. 왜냐하면 의미의 눈으로 들이 댄 렌즈는 단지 묵인된 분명한 양식만을 재생하지만 감각의 눈으로 조준된 카메라는 의미와 기억의 주위를 부유(浮流)하는 불확실한 감각의 생성 즉 "자동생성(gen se automatique)"을 재현하기 때문이다. ■ 이경률
Vol.20011028a | 이주형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