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ERY TOUCH

길현수展   2001_1025 ▶ 2001_1101

길현수_Mystery Touch 요소 정원_요소꽃, 건조된 고기, 아크릴 판_설치_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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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1_1025_목요일_06:00pm

무심갤러리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253-5번지 Tel. 043_268_0070

우리가 길현수의 전시 공간에 들어서면서 마주치게 되는 작품들은 아주 낮선 느낌을 준다. 보통의 경우 미술가는 아름다운 장면과 이야기 혹은 역사적·사회적 이야기를 작품 안에 넣어 놓기 마련인데, 길현수는 아무래도 미술가가 아니고 물리학자나 수학자 혹은 화학자인 것처럼 보인다. ● '클라인병(kline's bottle)'·'3차원'·'4차원'·'스티븐호킹박사'·'막(膜)우주설'·'뫼비우스띠'·'소우주의 세계'·'병유리'·'곰팡이와 세균을 배양한 샬레'·'환자에게 사용되었던 약병' 등과 어느 먼 우주의 시간과 공간 좌표를 나타내는 듯한 영문자와 숫자들이 그러하다. ● 길현수가 사용하고 있는 이 모든 용어와 미술적 표현 매체들은 미술의 영역에서 낮선 것들이다. 나아가 작가는 이 모든 용어들을 하나로 묶어 "Mystery Touch"라는 제목으로 압축하고 있다. 즉 알 수 없는 어떤 신비의 세계에 작가 자신이 지금 손을 대고 있다고 혹은 손을 대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길현수_Mystery Touch NO.20010508-09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62cm_2001

길현수는 그 어떤 신비한 세계에 손을 대는 수단으로 물리학·수학·화학 등의 수단을 차용하고 있다. 그런데 솔직히 감상자 입장에서 볼 때, 아무래도 길현수는 물리학자·수학자·화학자라고 보기에는 어설퍼 보인다. 말하자면 감상자는 길현수가 그러한 분야에 전문가가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작가는 그렇게 쉽게 들통날 어설픈 짓거리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무언가 미술가로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 ● 길현수의 전시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전시벽면에 콘크리트 벽으로 보이는 새로운 벽면을 만들어, 아직 채 마르기도 전에, 힘차게 내지른 작품이고, 또 하나는 병원에서 화학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약병과 샬레 안에 곰팡이 혹은 세균처럼 보이는 형형색색의 요소 결정체이다. 그것들은 마치 곰팡이 꽃처럼 보인다. ● 작품 전체를 통틀어 공통적으로 묶어내는 소재가 있는데, 바로 뫼비우스의 띠와 클라인 병이다. 이것은 물리학과 수학의 영역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지금 여기의 우리가 살고 있는 차원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을 나타내고 설명하려는 수단이다.

길현수_Mystery Touch 뫼비우스의 띠_약병, 요소꽃, 검정 테이프, 아크릴 판_설치_2001

길현수의 전 작품을 묶어주는 클라인 병과 뫼비우스의 띠가 이 전시에서 하는 일, 즉 이것들이 상징하는 것은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음」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의 물리적 시간과 공간은 안과 밖이 완전히 절연된 세계이다. 결코 넘어 설 수 없는 벽이 있다. ● 계(界)와 종(種)이 다르고 류(類)가 다른 사물들 사이의 관계는 어떤 번역 수단이 없으면 결코 만날 수 없다. 즉 무언가 중간에서 매개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길현수가 클라인 병과 뫼비우스의 띠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즉 그가 이 전시의 작품에서 손대고 싶어하는 "신비로운 세계"란 매개 없이 구별 없이 직접 만날 수 있는 어떤 세계인 것 같다. 이러한 그의 의도는 각양각색의 샬레 꽃병들 사이로 뫼비우스 띠가 가로질러 둘러싼 작품에서 특히 잘 보인다. ● 길현수의 관심은 자연과학자로서의 관심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사람과 사람·사물과 사물· 사람과 자연세계 등, 말하자면 서로 계(界)·종(種)·류(類)를 달리하고, 서로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들 사이의 위치와 관계 그리고 그들 사이의 구별 없는 직접적 만남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길현수_Mystery Touch 클라인의 병_샬레, 요소꽃, 검정 테이프, 아크릴 판_설치_2001

이 전시 작품에서 또 다른 볼거리는 샬레와 유리병에 담긴 요소의 결정체이다. 이것은 초등학교 과학 실험시간에 한번쯤 해보는 것이다. 감상자는 이것을 보면서 참으로 예쁜 곰팡이라고 느낄 것이다. 곰팡이나 세균에 손대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는 곳은 길현수의 작품공간에서나 가능하다. 결국 길현수는 새로운 종류의 곰팡이와 세균을 만들어서 이 세상에 흩뿌리고 싶은 것처럼 보인다. ● 누군가 몸과 정신이 담겼던 차원, 그곳에 피어난 다채로운 결정체, 그리고 그 곰팡이와 세균은 날아서 내가 너에게로 네가 나에게로 직접 개입하고 나의 차원이 너에게로 직접 개입함으로써 새로운 색채의 새로운 곰팡이를 피워낼 수 있다. ● 지금 세계는 이슬람세계가 기독교세계에 보낸 것이라고 추측하는 탄저병과 테러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질 급한 이들은 제3차 대전으로 곧 인류의 멸망을 점치고 있다. ●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서로를 죽이려고 날아가는 세균이 아니라고... ■ 박종석

Vol.20011026a | 길현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