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메시지, 긴 여운

플럭서스 단편영화 상영회   2001_1020_토요일_02:00pm~04:30pm

1960년대 거리에서 공연중인 플럭서스 작가들

플럭서스 단편선Ⅰ_조지 브레히트, 오노 요코 등 7명_단편영화_약 00:35:00 플럭서스 홈무비_조 존스_애니매이션_약 00:15:00 플럭서스 단편선Ⅱ_볼프 포스텔, 피터 캐네디 등 8명_단편영화_약 00:35:00 디터 로스 단편집_디터 로스_단편영화_약 00:08:00 플럭서스 단편선Ⅲ_벤 보티에_단편영화_약 00:30:00 En cigarets tid..._아더 쾨프케·안더스 하우크_단편영화_약 00:08:00

국립현대미술관 시청각실 경기 과천시 막계동 산58-1번지 Tel. 02_2188_6000

여러 배우들이 차례로 화면 가득히 벗은 엉덩이만 실룩대는 영화가 있다면? 그저 맛있게 담배 한 모금 내뿜는 것만으로 끝나는 영화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플럭서스 단편영화이다. ● 대부분 1960년대 중·후반에 플럭서스 작가들에 의해 제작된 이 단편영화들은 비록 흑백 필름으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연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충격을 던지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가득 채워져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영화적 테크닉에 문외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개척한 부분은 영화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파격적인 것이었으며 그 영향은 현재까지도 알게 모르게 이어져 오고 있다. ● 담배 한 모금 내뿜는 동작을 3분 동안이나 상영하는 조 존스의 초 슬로우 샷이라든지, 빈 필름만을 영사기에 돌리는 백남준의 「선(禪)을 위한 영화」, 엉덩이만을 클로즈업하여 미니멀하게 표현함으로써 우리 육체를 전혀 다른 각도에서 부각시키는 오노 요코의 「Four」 등은 영화란 마땅히 어떠해야 한다는 우리의 기존 관습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특기할 만한 것은, 우리에게는 존 레논과의 관련으로 더 친숙한 오노 요코의 플럭서스 영화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플럭서스 그룹과 관련한 그녀의 예술활동은 당대의 전위예술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 그러나 어쩌면 플럭서스 영화의 진정한 의미는 그 테크닉이나 기발한 아이디어보다도 우리의 일상적인 사건, 동작 하나 하나가 그 어떤 영화적인 구성보다도 더 극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플럭서스 특유의 인간애에 있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시장에 의자를 놓고 그저 앉아있는 장면을 6분동안 상영하는 벤 보티에의 「무제」는 바로 그 일상의 느린 속도감에 대한 재발견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 이번 플럭서스 단편영화제는 짧고 단순한 메시지를 통하여 우리 삶 속에 공명하는 긴 여운을 의도했던 독특한 영화들을 체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플럭서스 단편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느긋한 주말, 이 영화들을 통해 일상의 느린 속도가 가지는 무게감을 실감해 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 될 것으로 믿는다. 현재 전시중인 {독일 플럭서스1962-1994}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것도 기분좋은 보너스가 될 것이다. ■ 국립현대미술관

Vol.20011021a | 플럭서스 단편영화 상영회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