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비행기를 물다

'색다른 일상, 진부한 일탈' 영상展   2001_1012 ▶ 2001_1127

유지숙_10years self-portrait_비디오 영상_00:04:00_2001

참여작가 강애란_강홍구_김린다_김진형_김창겸 김해민_백은일_심철웅_양아치_유지숙 이부록_이소미_장지희_조지은_한계륜

일주아트하우스 서울 종로구 신문로 1가 226번지 흥국생명빌딩 내 Tel. 02_2002_7777

흔히 말한다. 기술시대, 정보네트워크 시대의 도래로 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한 혁명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서있다고. 미디어의 끊임없는 탄생과 기술적 발전이 지배하는 미디어폴리스(Mediapolis) 패러다임이 우리의 낡은 전통과 기존 구조를 뒤흔들지만, 매몰된 의식 속의 소박한 일상에서 이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또 디지털 시대 미디어아트에 대한 관심이 날로 확대되고 있지만, 첨단 테크놀로지를 예술의 새로운 지표와 동일한 말로 이해하면서 예술적 상상력이나 컨텐츠는 간과하기 쉬운 것도 지금의 현실이다. ● 일주아트하우스가 개관 1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기획전 "상어, 비행기를 물다"는 테크놀로지나 미디어라는 형식에 치중하고 있는 최근 미디어아트 전시의 흐름에 벗어나 있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즐기는 비디오, 사진, E-Mail 등 친숙한 미디어를 통해 '일상의 가치'를 첨예한 우리의 문제의식에 따라 새롭게 조명하려 한다. 자기 반영(Self-reflection)이라는 미디어의 기본 특성을 되새기면서 일상의 익숙함, 안위, 무감각하게 외면하는 소외의 측면도 다시 비춰본다. 최신 미디어로 예술의 형식실험을 하기보다는 일반인들과 '공유'하는 이슈를 함께 논하면서 예술과 그 경험을 일탈의 영역으로 구분하지 않고 삶을 즐기는 '일탈의 일상'적 행위임을 재확인하고자 한다.

심철웅_허가받지 않은 이륜구동의 주인_비디오 영상_00:10:00_2001

이번 기획전이 "상어, 비행기를 물다"라는 제목처럼 상상의 사건 혹은 일탈의 담은 것도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자연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하나의 개별 생명체가 거대 문명, 미디어의 지배 및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이 유영한다? 일상일 수도 일탈일 수도 있다. 거친 상어는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로 문명의 산물인 비행기가 중앙 통제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존재들이 서로 만나고, 게다가 약자가 강자만의 세계로 뛰어오른다는 설정은 반복적인 일상에서는 분명 도드라진 일탈의 양상이다. 일탈이 일상의 개념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일상의 바탕 없이는 일어날 수 없음을 생각할 때 색다른 일탈은 진부한 일상이 잉태하고 있는 또 다른 이름이다.

양아치_일주(일주)_넷아트_2001

일탈을 배태하는 일상의 다층적 의미를 예술적 콘텐츠로 해석하는 작품들로 선정된 이 기획전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는 미디어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20대에서 40대의 15명의 영상작가가 갤러리와 아카이브를 비롯하여 빌딩의 로비나 엘리베이터, 인터넷 등의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장소에서 전시를 하면서, 건조한 일상 공간을 문화적으로 풍부하게 한다. 내용 면에서도 일반인들과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한다. 샐러리맨, 주부, 아저씨 등 오늘, 여기는 살고 있는 익명의 현대인을 대상으로 하여 일상의 이중성, 일상의 병리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진부하면서도 일탈적인 일상 즉 '일상의 이중성'을 소주제로 하는 이소미, 조지은, 김창겸, 한계륜, 유지숙, 김진형, 강애란, 양아치의 작품들과, 일상의 안위감에 마취될 때 발생하는 '일상의 병리현상'을 경계하는 이부록, 심철웅, 강홍구, 장지희, 김린다, 김해민, 백은일의 작품들로 구성된다.

조지은_웨딩웨딩_애니메이션_00:04:00_2001

'일상의 이중성'-일탈을 배태하는 일상 ● 진부한 일상에 신선한 활력을 주는 이소미의 'I love you'는 갤러리 내 외부에 센서를 부착하여 미디어와 인간과의 관계 맺기를 실험한다. 스마일맨 마스크를 쓴 사람이 조용히 누워있다가 사람이 접근하면 춤추는 동작과 함께 'I love you'를 외치는 인터렉티브 작업이다. 조지은은 낮에는 백색의 웨딩샵, 밤에는 분홍 네온사인의 사창가가 공존하는 아현동이라는 도시 공간의 '야누스적인 면'을 담은 애니메이션 '웨딩웨딩'을 선보인다. 행복, 가정이라는 이름의 지루한 일상과 도시의 익명의 집단이 분출하는 일탈의 욕망을 지적한다. 고호의 그림액자와 영상설치로 유명한 김창겸이 새롭게 시도하는 비디오작업 '창문너머'는 일상과 일탈의 중첩된 경계를 다룬다. 외부세계를 외경하는 나는 자기만의 방에 은둔한다. '창문'을 통로로 내부는 바다, 도심의 한복판 등의 외부의 공간으로 이어지는데, 안도감을 주는 일상의 틀을 벗고자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한계륜의 '일기'는 안락한 가정을 일구며 사는 아내의 반복되는 삶의 담담한 이야기를 문자 텍스트와 함께 담아낸 비디오 작품이다. ● 유지숙은 매일 아침 자신의 얼굴을 촬영하는 기록성 비디오 작업 '10years Self-portrait'에서 자고깨고를 반복하지만 그 어떤 하루의 모습도 동일하지 않은 일상의 반복성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김진형의 사진작업 '김이박 시리즈'은 오늘 이 곳을 살고 있는 특별하지도 않고 주목받지도 못하는 평범한 군상의 표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강애란의 'Virtual Space'는 프린트와 오브제 설치작업으로 일주아트하우스의 아카이브 외벽에 설치하여 디지털 시대의 책방의 형태를 제안한다. Chinarobot.net에서 인터넷 작업을 펼쳐온 양아치는 이 세상 모든 생명체의 일상의 이미지를 소리화한 웹 작업을 펼친다. 과거, 현재, 미래의 시대를 관통하여, 일상적인 기준과 환경을 기억하고 상상하는 작업으로 www.iljuarthouse.net (10월 25일부터)에서 전시한다.

이부록_Appendix^상어, 비행기를 물다^2美g도詩_E-mail아트_2001

'일상의 병리현상'-소통과 소외, 주어진 삶과 권력 ● 이부록은 'Appendix^상어, 비행기를 물다^2美g도詩'라는 제목으로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 200여명에게 E-mail로 말을 건넨다. 노동과 생활의 전과정을 비틀거나 암시적으로 보여주는 드로잉과 짧은 텍스트를 날마다 보내며 일반인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예술을 실험한다. 지리적 제한없이 일반인들과 공동의 예술을 창작하는 개방적인 작업이다. '허가받지 않은 이륜구동의 주인'에서 심철웅은 고물 리어커를 끄는 백발의 허리 굽은 할머니의 질곡(桎梏)을 담아 소외된 이들의 삶에 주목하여 싱글채널 비디오만의 예술적 문맥을 구성한다. 장지희의 'exclu'는 친밀한 관계를 맺는 사이에서의 소통의 부재를 공간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비디오 설치작업이다. 강홍구는 디지털 사진작업 '유토피아'에서 어떤 이에게는 성공의 상징이자 유토피아로 여겨지는 도심의 마천루의 허구성을 위트 있게 지적한다. '한 청년이 부르는 노래'라는 뮤직비디오에서 백은일은 '시키는 데로 다할 줄 아냐'는 청년의 외침을 통해 지배 논리 앞에 무기력했던 평범한 이들을 일깨운다. 김린다의 애니메이션 '거짓 인형, False poup'은 꼭두각시 인형이 끈을 잘라내어 묶여있던 한정된 세계를 떠날 준비를 한다. 주어진 틀에서 거대한 힘의 지배를 부정할 수 없는 일상의 삶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김해민의 'R.G.B. Cocktail'은 마티니 잔에 힘, 권력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세상이 부어진다. 마티니 잔은 가진 자들의 축제의 상징으로 축제에 동참할 수 없는 자들은 빛나는 잔을 지켜볼 뿐이다. ● 기획 전시 "상어, 비행기를 물다"를 통해 삶 속에서의 예술, 익명의 다수가 살고 있는 일상의 여러 문제를 점검하면서, 거대담론 속에서 외면되었던 일상의 가치를 재해석하길 바란다. 또한 일상을 담는 또다른 그릇인 빌딩에서 예술을 체험하면서 건조한 일상에 정서적, 문화적인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을 기대한다. ■ 전성희

Vol.20011017a | 상어, 비행기를 물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