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1_1010_수요일_06:00pm
갤러리 피플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2-2번지 청남빌딩 B1 Tel. 02_720_3833
나는 이번 전시에서 디지털 매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기존의 아날로그 환경이 디지털 세상과 맺는 관계와 그것의 변이, 치환 상황을 제시코자 한다. 더불어 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디지털'이라는 용어가 미치는 힘, 가능성, 혹은 폐해에 대해서도 다시금 사고하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 내가 이번 전시에서 관심을 갖는 것은 '스캐너'라는 매체이다. 스캐너는 공간 속에 존재하는, 고유의 질량과 냄새와 촉감을 가진 물질을 분절된 숫자데이터로 전환시키는 기계이다. 연속된 아날로그 물질은 스캐너를 거치면서 최초로 디지털화 된다. 스캐너는 소위 '아날로지탈'의 중심부에 있는 매체이며, 이미지의 디지털 프로세스가 비로소 시작하는 기본적인 기점이다. 그것은 하나의 매개체적 기능을 함으로서 중요성을 띤다. 이로부터 아날로그 상의 오브제는 디지털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것은 다른 차원으로 가는 하나의 창이다. ● 하지만 스캐너는 그것의 매체적 특성에 의해 기존의 이미지를 그 본성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것은 시점, 평면성의 문제를 제기하며 공간을 점유하는 물질의 단지 한 면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물질은 때로는 스캔을 위해 눌려진, 변형된 평면적 모습을 띤다. 또한 스캐너는 종종 기존의 물체를 분절, 해체, 변형한다. 사진과 달리 그것은 전면적으로 한 번에 그 이미지의 상을 모사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스캔함으로 해서 시간성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분명 스캔된 이미지는 기존의 속성을 떠나 새로운 생명과 위상을 얻는다. 디지털이미지는 모니터 상에서 유혹적일 만큼 매우 선명한 사실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 실체를 잃어버린 물체의 '표면'이며 그 표면 또한 숫자 데이터에 의해 조작된 미세한 색점들의 집합이다. 이것은 기존의 가치에 대한 부정이거나, 혹은 새로운 변형태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당히 파괴적이거나 새로운 영역을 향한 가능성. ● 디지털 매체는 분명 예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시각적 효과들을 가능하게 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매체이다. 하지만 그 매체의 본질은 '디지털'이란 언어 뒤를 따라다니는 화려함과는 사뭇 다를 수도 있다. 이미지의 결과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한번쯤 그 원리와 행위, 근원에 대해 따져 보아야 하는 것이 작업하는 사람의 의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나는 범람하는 디지털 이미지의 근원을 파헤친다. ■ 임상빈
Vol.20011011a | 임상빈 디지털 프린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