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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안나展 / LIMANNA / 林安羅 / photography   2001_1010 ▶ 2001_1016

임안나_안식의 150만원_디지털 프린트_510×330cm_2001

초대일시_2001_1010_수요일_06:00pm

갤러리 룩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5번지 인덕빌딩 3층 Tel. 02_720_8488

금지된 상상력으로 꾸는 꿈 ● 사진이 애초에 의도했던 건 현실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포커스는 자연에 맞추어져 있었다. 조셉 니세포르-니엡스(Joseph Nic phore-Ni pce)는 사진이라는 발명품이 공식화되기 일주일 전 이 기계를 어떻게 명명할까라는 고민 끝에 이 기괴한 기계를 아래와 같이 명명해 보았단다. ● '자연 자체에 의한 그림, 자연 자체에 대한 복사, 자연 자체에 대한 초상, 자연 자체의 제시, 진짜 자연, 그리고 자연의 진짜 복사'. ● 이 여섯 가지 분류법에 따르면, 자연에 대한 일부로서의 프레임, 자연에 대한 복사로서의 사진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또한 대상으로서의 자연만 강조되고, 창조적 프레임을 구성하는 '작가'가 빠졌다는 것도 눈치챌 것이다. 창조적 작가의 역할이 사진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사진의 다양한 테크닉의 배제와 기술력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진가의 '창조적 상상력'이 배제되었다는 것이기도 하다. ● 사진가가 상상력을 발휘하는 과정은 사진기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즉, 사진가 스스로 사진기를 들고 자연의 여러 모습을 담으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상상력을 사진기와 하나로 통합한다는 말이다. 작가가 자연의 모습이 시각적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프레임을 통해 느끼는 과정은 작가 스스로 자신의 상상력을 창조해 가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프레임의 창조적인 생산은 자연의 모습에 있다기보다는 사진가에게 있다. 프레임이 자연에서 사진가로 넘어가는 순간 사진가는 자연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욕망을 프레임에 담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사진이 탄생되는 것이다.

임안나_횡재를 기다리며_디지털 프린트_510×330cm_2001

작가 임안나의 사진은 바로 이러한 연장선 위에 있는 사진이다. 그녀의 프레임에는 금지된 상상력을 배태하고 있다. '금지된'상상력은 다름 아닌 유토피아이자 돈이다. 유토피아는 현실의 영원한 재조합인 이상 실현되지 않는 꿈이고, 돈은 지극한 현실의 표상으로써 욕망이라는 개념어인 이상, 이 둘은 실천 불가능한 꿈의 영역이자, 현실에서는 금지된 욕망의 표상이랄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는 이 두 가지 종류의 꿈을 가장 많이 꾸는 지 모른다. ● 우리는 늘 꿈을 꾼다. 한 번은 유토피아를 꾸는 용꿈이고, 또 한 번은 여지없이 개꿈이리라. 그 두 가지 이외의 꿈을 우리는 꾸지 않는다. 적어도 그 두 종류의 중간지점의 꿈,-구덩이에 빠진다든가, 나무에서 떨어진다든가-역시도 길몽 아님 흉몽에 속하는 꿈이다. ● 임안나의 프레임 구성방식은 이 두 종류의 꿈을 동시에 보여준다. 화면의 반은 유토피아를 꾸는 꿈이요, 또 그 반은 돈에 대한 꿈이다. 이는 마치 이상과 현실, 로고스와 파토스,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적 범주 구분을 요하는 것 같다. 다분히 직설적 어법을 택한 이러한 프레임 구성방식은 장단점을 동시에 갖는다. 장점은'보는 것을 장면(scenic)으로 또는 형상적(pictorical)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그 속에 하나의 서사적 구조를 가진다는 장점을 가진 것이고, 단점은 직설적 어법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작가는 바로 이 두 장단점의 합일을 통해 부분적인 프레임을 독자적으로 구성해 낸다. 그녀의 프레임 속의 이상적 풍경이나 몽환적 풍경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화가 될 수도 있고, 공상화가 될 수도 있으며, 초현실화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가능성의 공존이 그녀의 프레임의 직설적 어법의 단점을 보하고도 남는다. ● 오늘도 그녀는 '하늘과 바다만이 그곳에 있어 감당치 못 할 나의 짐을 덜어'주는 꿈을 꾼다. 그녀는 현실의 변화무쌍 속에서 부단히 이탈을 꿈꾸지만, 그 꿈은 헛된 '나비의 꿈'이다. 그리고 작가 역시 이러한 현실과 꿈간의 괴리의 편차를 알고 있다. 그렇다고 작가는 이 금지된 영역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 꿈을 포기한다는 것은 삶을 포기함을 의미하는 것처럼, 그녀의 꿈은 비록 철저히 깨어지는 헛된 꿈일지라도, 부단히 꾸어야 할 꿈이고, 쉼없이 욕망해야 할 꿈이다. ■ 정형탁

Vol.20011009a | 임안나展 / LIMANNA / 林安羅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