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와띠에 POITIERS 시내 전역, 프랑스
프랑스의 밤거리는 음산하다. 중세의 건물들이 어둠속에 누워있는 풍경은 마치 드라큐라가 나오는 공포영화를 연상케 한다. 오렌지색 가로등이 깜박거리며 간간히 지나가는 행인을 비추지만 그 역시 영화속 엑스트라처럼 보일 뿐이다. 여기가, 지금이, 중세가 아닌, 21세기의 어느 지점이라고 보여주는 것은 불꺼진 상점의 간판과 선전벽보가 다닥다닥 붙은 벽면뿐이다. 이 벽면에 우리는 주목한다. 자본주의의 심장을 옮겨놓은 듯 외설스럽고, 조잡한 광고들이 사람들을 유혹하는 곳. 전시장을 찾지 못한 가난한 예술가의 전시장일 수도 있는 이곳. 그러나 이곳에는 중세가 아닌 현재가 있다.
도시의 빈벽은 애써서 관객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그들의 일상을 예술이라는 허위로 파고들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일상속으로 이미지가 찾아갈 따름이다. 직장을 가는 길목에서, 애인을 만나러 가는 약속길에서 그들은 잠깐씩 눈길을 주었다가는 다시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 잠깐씩 아주 잠깐씩 거리에서 보았던 이미지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들을 부르지 않고, 우리가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예술의 한 모습이다. ■ 책임기획_CALMETS FREDERIC
Vol.20011005a | 김윤환·김하 게릴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