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벽!을!공!격!하!라!

김윤환·김하 게릴라展   2001_0922 ▶ 무기한

김윤환_미국이, 자본주의가 폭격을 맞았다. 거대한 빌딩이 수많은 목숨을 안고 스러지는 티브이 속의 풍경은 어쩌면 너무도 허리우드 적이다. 자본주의가 빚어낸 또하나의 거대한 공포가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것이다. 폭력앞에 폭력을 사용하는 것은 레몬을 먹으며 군침을 삼키는 것 만큼이나 쉽다. 인간내면에 도사린 폭력이 빚어내는 전쟁과 환경파괴는 어쩌면 우리 모두를 뜯어먹는 일이 될 것이다._2001

쁘와띠에 POITIERS 시내 전역, 프랑스

프랑스의 밤거리는 음산하다. 중세의 건물들이 어둠속에 누워있는 풍경은 마치 드라큐라가 나오는 공포영화를 연상케 한다. 오렌지색 가로등이 깜박거리며 간간히 지나가는 행인을 비추지만 그 역시 영화속 엑스트라처럼 보일 뿐이다. 여기가, 지금이, 중세가 아닌, 21세기의 어느 지점이라고 보여주는 것은 불꺼진 상점의 간판과 선전벽보가 다닥다닥 붙은 벽면뿐이다. 이 벽면에 우리는 주목한다. 자본주의의 심장을 옮겨놓은 듯 외설스럽고, 조잡한 광고들이 사람들을 유혹하는 곳. 전시장을 찾지 못한 가난한 예술가의 전시장일 수도 있는 이곳. 그러나 이곳에는 중세가 아닌 현재가 있다.

김하_구멍을 못 찾은 열쇠는 무용하다. 열어야 할 곳을 찾지 못한 열쇠는 거추장스러운 소지품일 따름이다. 예술이라는 열쇠로 이 사회를 열어보고 싶었다. 이 사회의 어딘가를 열어서 다 같이 아파하며, 혹은 즐거워하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가진 열쇠들로, 이미 만들어진 열쇠로 열수 있는 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열쇠를 만들어서 문고리에 집어 넣어야 한다. 새로운 열쇠는 쉬이 만들어지지 않고, 기존의 열쇠와 새로운 열쇠를 필요로 하는 그 공간 사이에서 아직은 혼돈스럽다._2001

도시의 빈벽은 애써서 관객을 전시장으로 끌어들이지 않는다. 그들의 일상을 예술이라는 허위로 파고들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일상속으로 이미지가 찾아갈 따름이다. 직장을 가는 길목에서, 애인을 만나러 가는 약속길에서 그들은 잠깐씩 눈길을 주었다가는 다시 자신의 길을 갈 것이다. 잠깐씩 아주 잠깐씩 거리에서 보았던 이미지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들을 부르지 않고, 우리가 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예술의 한 모습이다. ■ 책임기획_CALMETS FREDERIC

Vol.20011005a | 김윤환·김하 게릴라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