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미술공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3층 Tel. 02_760_4720
19세기 프랑스의 사회학자 J 타르드(Jean-Gabriel de Tarde)는 '공중(公衆, the public)'은 '군중(群衆, crowd)'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사람들이 동일장소에 집합함으로써 형성되는 것이 '군중'인데 비해서, '공중'은 분산하여 존재하지만 매스미디어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조직적인 결합 없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또한 군중은 사태에 대하여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이른바 군중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한편 공중은 저마다 자유롭고 독자적인 의견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산업적 대중사회인 20세기에는 이렇게 자주적이며, 이성적·독창적 사고를 하는 '공중'은 수동적· 정서적 비합리적 '대중'(the mass)으로 변질되어 간다는 것이 사회학적 입장이다. ● 오늘날 대중이 이룩한 승리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혜택과 풍요를 약속한다. 그러나 문제는 비록 대중이 각 개인의 모습이 투영된 하나 하나의 개인이 모여 이루어진 것일지라도 그 실체를 보여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진수의 작업은 시작된다. 현대사회에서 개인과 대중과의 관계, 즉 대중을 이루는 실질적인 주체인 개인은 사라지고 관념만이 남아있는 지점에서 작업이 의미를 갖는다. 주체는 사라지고 현상만 남아있는 일종의 환영상태가 이번 전시 "공중"의 주제이며, 전시장 벽면 전체를 가득 메우고 있는 약 2만여 개의 백색 인간 픽토그램이 의미하는 바다. 또한 회전하는 기계적인 형태의 자궁은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자존과는 별개로 재생산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유기적 형태의 백색 분수대에서 흘러내리는 백색액체는 우유와 정액을 의미하는 동시에 섹슈얼리티의 생명성을 지시한다. 작품 전체를 뒤덮은 백색은 순수보다는 무관심을 의미한다. 하나 하나의 독자성, 아무런 관심도 없는 무심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세상, 그래서 무서울 정도로 창백한 세상을 의미한다. ● 작가는 이러한 상황을 거부하거나 어떤 특별한 지향점을 뚜렷하게 나타내지 않은 채, 세상에 대한 하나의 설명서로서 작품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 관람객들은 점점 개인의 가치가 감소되고 거대조직만이 남아있는 오늘날의 상황을 인식하고 각자의 정체성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 인사미술공간
Vol.20010928a | 한진수 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