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프라자갤러리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5번지 Tel. 02_758_3494
공상, 꿈, 현실과 휴식... 그리고 말하기 힘든 잡다함들... ● 이번 전시는 여러 소재들이 합쳐있는 듯 보이지만 이것은 개인적으로 생활의 변화가 가져온 시선 속에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한 여성으로 결혼적령기에 결혼을 한 이후의 변화들... 잠시 가능성이 모두 꿈으로 변한 듯한 현실과 맞부딪쳐 있는 것 같았다. ● 공상이라는 이 테마는 본인이 살림을 꾸리고 제품이라는 이름의 잡다한 것들을 사기 직전까지 이 모든 것들은 디즈니 동산의 환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 환상들은 충분히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고, 미키미우스가 단지 쥐였듯이, 환상이 아닌 물성-현실-으로 내 주위 구석구석 붙어살게 되었을 때 이것들은 소란스런 생명체들로 바뀌게 되었다. 이것들은 나에게 많은 소리로 명령하고, 가끔은 나의 명령에 불복종한다. 어쩌면 이것들은 내가 잠든 사이 합체되어 어떤 음모를 짜거나 나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들은 나보다 훨씬 지능적이고 똑똑하다. 나는 그들을 만들 능력은 없지만 나의 이러한 상상을 토대로 - 엉터리 과학자가 되어서라도 - 그것들을 그려서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러한 공상들과는 또 다른 본인의 얼굴을 이용한 꿈이라는 테마의 새는 본인의 어릴적 기억을 토대로 작업되었다. 어릴 적 새를 키운 적이 있었다. 어느날 그 새가 철장에 매달려 자던 중에 새가 쥐에게 배를 갉아 먹히게 되었다. 그 새는 뚫린 배를 가지고 살게되었는데, 그후로 새는 오직 먹는 일에만 전념을 하게 되었다. 몸에 쌓이지 않는 모이들이 뚫린 배를 통해 나오는 것을 목격한 바 있었다. 그 새의 구멍은 조금씩 더 커지는 듯 보였고, 얼마 가지 않아 굶어죽었다. 살림이란 끝없는 뚫림인 것 같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깨진 독처럼 말이다. 동화에서처럼 뚫린 곳을 두꺼비가 막아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물은 차있어야 한다. 이 끝없는 반복이 지겹거나 예민해지면 유지되기 힘든 부분이 살림인 것 같다. 배가 뚫린 새는 날지 못했다. 나는 법조차 점차 잃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결혼 후 여성이란 글자가 들어간 책들을 탐구하듯 읽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생각으론 그곳엔 내가 기대한 나는 법이 있진 않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또 다르게 '여성'에 대해 예민해 지는 방법이 들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본인이 작업을 통해 역사적이거나 기타의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개혁하고자 하는 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오히려 작은 범주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바퀴벌레의 작은 몸뚱이가 반으로 갈려 내장으로 간신히 연결되어 기어가는 모습은 개인적으로는 '분단'이상의 더 큰 의미들이 있는 듯 보인다. 생활들은 크게 반전시켜 보거나 의인화하는 과정들이 본인 작업의 지향점이 되어있는 것 같다. 사실 사사로운 것들이 예술이라는 지향점에 도달하는 것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예술'이란 지향점 또한 다양화되고 개인화된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어느 지점을 향해야 할 것인가 또다시 고민해 보게 된다. ● 이번 전시를 통해 본인은 어떤 환경을 조성해보고 싶었다. 그것이 세련되거나 발달된 시스템 등으로 조성한 환경은 아니지만 보다 직접적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펼쳐놓고 싶은 것이다. 그것의 경험이 일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시선을 유발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 간혹 내가 들고 있는 밥통이 무언가의 머리일 수도 있다는 짧은 유희들 말이다. 가끔은 부시맨이 든 콜라병처럼 상상이 사물을 앞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현실성 없는 현실을 생각해 본다. 유치하지만 솔직할 수 있다면. ■ 송하나
Vol.20010920a | 송하나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