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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1_0905_수요일_05:00pm
대안공간 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21번지 Tel. 02_735_4805
'마음의 여행'은 96년 일곱번째 개인전 이후 줄곧 내 그림의 주제가 되었던 것으로, 99년 유로갤러리의 여덟번째 개인전에서 일부를 선보인 바 있다. 나는 주로 전국의 사찰을 돌아다녔으나 절을 그리고자 함은 아니었고, 문자 그대로 그냥 '마음의 여행'을 그리고 싶었다. 이 세상엔 아름다운 풍경들이 많이 있지만 마음이 따르지 않을 때 그 아름다움은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다. 이 말은 당연하게 들리지만 그런 마음을 표현해내는 건 쉽지 않다. 형태와 색채가 계절과 맞아야만 하고, 질감과 붓의 터치가 인물들의 표정에 따라 속도와 힘의 조절이 필요하다. 윤곽이 너무 뚜렷하거나 흐려도 흐르는 공기의 리얼함을 담을 수 없고, 색채가 뿜는 향기가 너무 짙거나 희박해도 안 된다. 아무튼 모든 것이 적절해야 거기에 온전히 나의 마음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항상 이렇게 예민함만을 화면 속에서 추구해 왔던 것은 아니다. ● 나는 여태까지 거리풍경과 사람들을 주로 그려왔다. 나의 그림들은 82년 미국에서 "Perception and Expression"이라는 주제로 대학원논문을 쓸 때부터 시작되는데, 84년 서울 미국문화원에서의 첫 개인전에서는 글레이징(Glazing) 유화기법으로 전통유화를 현대적으로 보여주었다. 88년 갤러리현대에서의 2회 전시에서는 붓터치를 끊어서 강조하는 방식으로 서울 거리의 사람들을 역동적으로 그렸었는데, 이는 당시 민중미술의 영향으로 소위 민중적 시각을 읽을 수 있다. 89년 인사동 인데코에서의 3회 전시에서는 서울 풍경을 주제로 하여 내 방식의 리얼리즘을 선보였는데 이를 통해 화단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91년 신사동 인데코의 4회 전시는 200호 이상의 거대한 화면의 수채화들을 통해 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회화형식의 영역을 넓히는 매체적 실험을 했었고, 93년 코아트갤러리의 5회 전시는 압구정동을 주제로, 당시의 압구정동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문화읽기 시도를 하였다. 95년 웅전갤러리의 6회 개인전은 재건축아파트의 붐이 일기 시작하는 내가 사는 동부이촌동의 아파트단지를 연작으로 그렸었는데, 이 때까지만 해도 화면의 크기가 지금과 달리 100호 정도로 큰 편이었다. 96년에 웅전갤러리와 청주 무심갤러리에서의 7회 개인전 때는 '한국야금'의 커미션에 의해 한국의 전형적인 제조업체의 현장을 방문해 생산현장의 활기와 노동자들의 일상을 화폭에 담았다.
97년 IMF금융위기 이 후 우리의 미술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화랑들이 문을 닫거나 전업을 하고 컬렉터는 자취를 감추었다. 기업의 비영리 미술관도 기획전의 수를 대폭 줄였다. 많은 돈이 비엔날레 등에 풀렸으나 새로운 미디어 작업에 국한됐다. 화가들은 제각기 살길을 찾아 떠나야 했고, 나는 마음의 여행을 떠났다. 고로 마음의 여행은 단지 개인적인 여행인 것만도 아닌 셈이다. ■ 박강원
Vol.20010901a | 박강원展 / PARKKANGWON / 朴康遠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