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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연展 / HONGSOOYEON / 洪受沇 / painting   2001_0712 ▶ 2001_0809

홍수연_Template#1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8×60inch_2001

포스코미술관 서울 강남구 대치4동 892번지 포스코센터 서관2층 Tel.02-3457-0793

나는 한없이 맑은 물, 속이 그대로 들여다 보이는 투명함을 좋아하고, 그런 투명함이 보여주는 여유와 당당함을 좋아한다. 내게 있어서 형태는 시간의 프레임 속에 갇힌 듯한 움직임과 무한한 확장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또 다른 방식으로 투명함을 얻는 매체이다. 방향성과 색채에 의해 고조되는 긴장감, 서로 밀고 당기는 가운데 얻어지는 형태들의 평형은 천천히 화면 안에 자리를 잡게 된다. ● 끊임없이 자연을 소생시키는 생명의 순환과 그 순환 속에서 일상의 생명을 잉태하는 씨앗이나 꽃가루 같은 미세한 존재들은 그 존재의 크기를 넘어 내게 우주의 본질로 다가온다. 나는 내 안에서 이 우주를 쓸어 안고, 보듬고, 다시 새롭게 부화 시켜 그 한없는 순환의 질서 그 자체를 받아들인다.

홍수연_Eye-lands_설치_peel on acetate_2001

내게 비어있는 공간은 그 자체로 긴장감과 신비로움을 지닌 형태이고, 이미 존재하고 있는 형태의 근간을 이루는 실체이다. 그러므로 내 작업에서 여백은 칼라와 형태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여백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자유를 기반으로 전개 시킨 표면성의 확대 작업을 통해 발견하는 물질의 순수한 존재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은 내게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을 채집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상의 작업이 되어버렸다. 이 표피의 층들은 자유롭게 그리고 앞 뒷면의 구분조차 무의미하게 하는 유동성을 가지고 실제 공간으로 확산되어 가면서 예술을 향해 가는 내 작업에 의미를 부여한다. ● 삶의 여정에서 같은 것은 없다. 완벽하게 동일하다고 믿었던 것들도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아마도 그것들은 처음부터 같은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가려지거나 벗겨지고, 허물어진 후 다시 만들어 지는 지층의 형성과 같은 시간의 물리적 과정을 삶과 작업의 은유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오히려 이러한 과정들은 나 자신을 을 새롭게 발견하고 바라보게 만들며, 삶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을 가져다 준다. ■ 홍수연

Vol.20010730a | 홍수연展 / HONGSOOYEON / 洪受沇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