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 마리아 토레스_요코 오하시_박지은 안세은_이주은_주영신_하영주
갤러리 창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Tel. 02_736_2500
이 전시에는 한참 관심을 끌던 회화와 미디어 아트간의 대립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구호도 없다. 하나의 대답이나 결론을 유도해 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그 동안 현대미술의 역사 속에서 되풀이되어 탐구되어진 여러 영역들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미니멀리즘...반복적인 작품 배열, 다다...레디 메이드의 사용, 페미니즘...오브제들, 개념미술, 현상학...신체를 통한 대상의 경험, 그리고 모든 다른 미술형식들. ● 7명의 젊은 작가들은 관람객들이 그들의 작업을 특별한 어떤 것(something), 예를 들면 예술작품으로 읽을 수도 있고, 또는 아무 것도 아닌 것(nothing)으로 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관대하다. 미술작품 일수도, 아닐 수도 있다. 아닌 것 같은 작품. 이러한 열린 가능성이 전시기획의 출발점이자 주제가 되었다. 이 전시에서 미술해석의 준거점은 작가의 의도와 그 산물인 작품으로부터 작품과 관람객(수용자)의 관계와 그 속에서 생산되는 관람객(수용자 -→ 능동적인 해석자)의 작품 읽기로 명백하게 이동되었다. ● 미술의 긴 역사 속에서 미술의 개념과 그 기능은 끊임없는 변화를 겪어왔다. 이번 전시는 미술의 기능을 작품이 관람자에게 환기시킬 수 있는 특별한 경험으로 본다. ● 갤러리에 들어서면서 흰 벽과 마주하게 되는 관람객은 짧은 순간 아무 것도 없는 빈 전시장에 들어선 듯한 당혹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전시작품들을 흰색이나 투명 재료를 사용하도록 제한함으로써 오는 현상인데, 관람객은 곧 뿌연 안개가 낀 듯한 공간 속에 사물들이 존재함을 알아차리게 된다. 전시장의 분위기에 익숙해진 관람객들은 마치 태아가 모체속을 부유하는 듯한 고요함과 평화로움 속에서 작품들을 마주한다. ● 멜리사 토레스(Malisa Torres)의 흰 눈 스티커의 일회성과 비가시성, 요코 오하시(Yoko Ohashi)의 머리카락이 보여주는 미세함, 박지은의 오브제의 병치를 통해 보여주는 신체의 미시안적 단위들, 병명, 치료약들,안세은의 흰색의 fortune cookie들이 드러내는 일상성, ● 이주은의 실리콘이 주는 투명함과 미세한 질감의 변화,주영신의 인조 손톱이 주는 반투명함과 가벼움.
이 7인의 각기 다른 작가들은 흰색의 재료, 가벼운 재료, 반투명한 재료의 사용에서 일관된 공통점을 나타낸다. 또한 이 전시의 작업들은 재료 자체가 가지는 시각적인 느낌뿐만이 아니라, 소재의 일상성으로도 주목받을 만 하다. 작가들은 주변에서 인조 손톱, 머리카락, 쿠키, 스티커등을 발견, 흔적을 남기고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 내었다. ● 시각적으로 강력하게 無를 시사하는 작업들은 역설적으로 관람객을 보다 가까이로 초대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강한 시각적 스펙터클을 가진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 볼 때, 이 전시의 작업들은 그 재료의 미세함과 가벼움을 통해서 관람객과 작품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며 친밀감을 창출해 낸다. 이 전시의 작품들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소재들이 그 일상성으로 인해 오히려 관람객과 작품과의 소통을 쉽게 한다. 일상성과 유머가 넘치는 소재들을 희미하게 보일 듯 말 듯 배치함으로써 관람객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 이 전시는 반복 나열된 단순한 오브제들을 통해 크고 작은 많은 흥미로운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시각예술이 가질 수 있는 가시성 vs. 비가시성의 문제, 미술의 개념과 기능에 대한 질문, 현대미술과 관람객의 문제, 스펙터클한 예술 vs. 친밀한 예술의 문제. 이 모든 의미 있는 질문들과 그 대답들은 전시장에 들어서서 그 만의 경험을 가지고 떠나는 모든 관람객들의 것이다. ■ 최유경
Vol.20010706a | SOMETHING OR NOTHING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