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디자인과 문명에 대한 역사적 비판 ● 이 책은 20세기의 디자인에 대한 일종의 문명론적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비판의 핵심은 20세기의 모던 디자인(Modern Design)이 근본적으로 미래를 그려내고자 한 활동이라는 점에서 SF적이며, 그로부터 발아한 유토피아주의가 실제 역사에서는 한낱 백일몽이 되거나 디스토피아로 귀결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20세기 초에 만개한 기계문명이 낭만주의적 충동을 배태하였고 20세기 역사를 점철한 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의 체제 경쟁이 디자인을 유토피아를 그려내기 위한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삼았기 때문이다. ● 요컨대 이 책은 SF, 유토피아, 이데올로기라는 개념을 축으로 삼아 20세기의 디자인과 문명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면서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1920년대의 『메트로폴리스』와 같은 영화와 거기에 등장하는 인조인간(로봇) 이야기, 1930-40년대 미국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들이 SF적인 연결망을 이루고, 독일의 바우하우스와 러시아의 아방가르드와 미국의 산업디자인이 각기 디자인을 통해 유토피아를 만들어냄으로써 체제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하였다는 것이다. ● 일본의 대표적인 디자인 평론가이자 디자인사 연구자인 저자는, 마침내 20세기 디자인의 궤적이 2차대전 이후 전자매체의 등장에 따라 변용되고, 점차 세계가 전지구화 되어가는 전자정보자본주의 체제에 빠르게 통합되어감으로써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
■ 차례
I. 근대의 꿈과 투쟁 1. 공상도시 디자인 2. 미국의 미래상과 바우하우스 3. (비)합리적인 꿈: 근대 프로젝트 4. 20세기의 망상: 미국 디자인의 유전자 5. 20세기의 시스템: 포디즘 6. 속도의 디자인
II. 기계의 낭만주의 1. 근대의 괴물, 인조인간 2. 이상적인 생활과 순수전쟁 3. 소비에트적 생활양식의 꿈 4. 부르주아 유토피아: 전원도시
III. 전자매체의 공간 1. 전자정보에 의한 모던 디자인의 변용 2. 수용자의 도상학 3. 이데올로기 투쟁의 종언과 욕망의 전략 4. 전자정보자본주의의 정치학 5. 전자전시대의 비물질적 전쟁
저자_카시와기 히로시 ● 1946년 생. 무사시노 미술대학 졸업. 일본의 대표적인 디자인 평론가로 모던 디자인사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도쿄 조형대학 교수. 저서로는 『욕망의 도상학』, 『일상도감』, 『도구와 미디어의 정치학』, 『근대 일본의 산업디자인 사상』, 『일용품의 디자인 사상』, 『장난감의 신화』, 『미시적 유토피아의 가족』, 『초상 속의 권력』, 『디자인의 20세기』 등이 있다.
역자_최범 ● 1957년 생.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와 같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하고 『월간 디자인』 편집장을 지냈다. 디자인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여러 대학에서 디자인 이론을 강의했으면, 현재 홍디자인 출판부 주간으로 있다.
Vol.20010623a | 디자인과 유토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