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02_733_6469
나는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즐겨 타는 편이다. 가끔은 시간이 더 걸리고 조금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지하에서 멍청하게 앞사람만 바라보고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바깥 풍경이라도 보면서 이동하는 것이 훨씬 지루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런데 어느 때인가 밤거리를 환하게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네온사인들과 각종 전광판, 그리고 건물에서 새어나오는 불빛들과 거리의 가로등들이 한 대 모여서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시간에 환히 불을 밝히고 야근하는 사람들이야 빌딩 숲속에서 죽을 맛이겠지만 밖에서 바라보는 나에게는 참으로 즐거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 놀이공원의 야간개장이나 가야 볼 수 있는 반짝 반짝하는 조명들과 때로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불빛들은 이제는 오며 가며 매일같이 접하는 풍경이 된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항상 나에게 흥미로운 즐거움을 주는 꺼리가 되어준다. ●아무튼 어떤 간판이 가깝고 무슨 전광판이 먼지 그러한 현실적인 거리 같은 것들은 모르겠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불빛들은 원근이고 뭐고 일체의 화면을 구성하는 원칙 같은 것들은 뒤로 한 채 나에게 즐거운 화면을 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 그런 식으로 이리저리 쏟아지고 뒤죽박죽으로 보이는 도시의 야경은 그림을 그리는 나에게 축제처럼 들뜬 기분으로 일상을 접하게 해주는 즐거운 풍경이다. ■ 박윤경
Vol.20010531a | 박윤경 회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