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다

송유정 사진展   2001_0502 ▶ 2001_0515 / 일,공휴일 휴관

송유정_흑백인화_14×11inch_2001

갤러리오투(폐관)

우리는 운명적으로 익숙함이라는 의미의 옷을 끝없이 입으며 살고있다. 아무리 낯선 환경과 그 인상이 새롭다 할지라도 이상함은 반복에 의해 평범과 진부의 형태로 지금도 진화하고있다. 세상 만물이 풍화와 침식의 필연적인 순환 고리에 놓여있을 때 누군가 만들어 놓은 의미의 형상들은 생성과 소멸의 영원한 회귀 속에서 단지 진화의 한 단계로 나타날 뿐이다. ● 또한 운명적으로 순응이라는 의미의 폭력에 끝없이 강요되며 살고있다. 우리가 두 발로 딛고 서 있는 이땅의 수많은 대상들은 그와 같이 타자에 의해 과거에 규명되었고 현재에 정의되고 또한 언젠가 새로운 언어의 옷을 강요당할 것이다. 그때 앎과 지식 그리고 문화가 짜 놓은 절대적 의미의 맹신 속에서 우리를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인 모든 주관적 사고는 사라진다. 단지 삶은 강요된 반복의 연속일 뿐이다. ● 우리가 만드는 의미와 타인에 의해 길들어진 의미는 다르다. 마치 첫 인상이 주는 특별한 것과 반복이 만드는 평범한 것이 분명히 다르듯이. 그것은 단지 동일한 대상에서 각각 다른 문화적 익숙함이 만드는 의미의 장난일 뿐이다. 사실상 모든 의미는 상대적 가치만을 가진다. 그저 자신이 서 있는 곳을 바라보았을 뿐인데도 또한 그 곳 사람들에게 지극히 평범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적어도 자신이 입지 않은 생성의 의미가 보일 것이다. ● 우리는 의미의 연속인 이 땅에서 대상들의 진실한 상대적 의미를 알지 못한다. 모든 것이 의미화 되어 있고 끝없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의미의 폭력, 그 속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는 모두가 억압된 피조물이다. "말과 사물"의 부조리 연극에서 누군가 말하듯 "인간의 증발"을 예고한다. 모든 사물(현상)은 말을 앞세우며 인간은 그 말에 종속되어 진정한 우리들의 자아(Moi)는 의미의 굴레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감각은 말을 앞세우지 않는다. 단지 침묵의 제스처로만 존재한다. 사진은 그때 말의 벽을 넘어 사물에 감추어진 의미의 생성을 보여준다. ■ 이경률

Vol.20010508a | 송유정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