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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1_0421_토요일_03:00pm
하우아트 갤러리(폐관)
내 삶은 아직 어둠의 습작 중이다. 저 쏟아 놓은 불빛들이 모조리 방전放電될 때까지 몸부림치고 싶었다. 막춤을 추고 싶었다. 그 막춤에 혼절하고 싶었다. 허기진 배가 나를 부를 때 나는 어둠에 다시 부화되고 싶었다. 나는 나의 어머니며 아버지며 아들이고 싶었다. 득시글한 세균들의 아침이 오기 전 그 전율의 미명으로부터 멸균되어 푹, 쫘악 세상을 찢는 나방의 첫사랑이고 싶었다. 여섯 번의 허물을 벗고도 어여쁜 나비의 성충이 되지 못해 밤을 거처하는 삶 함부로 그 나방의 사랑이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 태연히 벌거벗고 침묵에 발을 담그듯 은입자로 서서히 박혀가는 시간 동안 현현顯現되는 나의 껍질들이 바람을 탄다. 이제 나는 아주 긴 시간을 기다려 그리움의 모서리에 콕 찍힌 작은 상처 하나를 간직하고 가는 저 나방의 상투적인 죽음처럼 살아갈 수 있으리라. ● 약 2년여에 걸쳐 나는 내가 노동하는 공간을 중심으로 기계장치와 인간(나)에 관한 연작을 촬영했다. 그 첫 번째가 "어둠의 정원"이며, 두 번째 작업이 "HUMAN REFINERY"였다. "HUMAN REFINERY"는 "어둠의 정원"을 작업하면서, 나의 몸과 기계장치가 더욱 내밀하게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한 시도로 시작되었으며,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에서 우연히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접하게 되었다. 물론 충격이었다. 나는 그가 그린 「육체에 관한 습작」들이 내 작업의 밑그림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믿었으며, 심오한 질서가 부여된 혼돈의 질서, 그리고 우연의 중요성을 믿는 베이컨의 본능이, 해야 할 일을 해주기를 희망한 것처럼, 나 또한 내 본능이, 작열하는 어둠의 기계성 속에 감각된 육체를 풀어놓음으로써 작용하기를 희망했다. ■ 지성배
Vol.20010419a | 지성배展 / JISUNGBAE / 池成培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