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신하순展 / SHINHASOON / 申夏淳 / painting   2001_0404 ▶ 2001_0410

신하순_생각에 잠기다-오늘하루_한지에 수묵채색_143×170cm_2001

초대일시 / 2001_0404_수요일_05:00pm

덕원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번지 Tel. +82.(0)2.723.7771

그 소박함과 평범함으로 위장 된 생활일기 ● 동,서양 미술사를 통틀어 가장 완전한 인간으로서 또한 예술가로서 모델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였다. 사람들은 그것이 그의 가장 큰 영광이자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한다 . 다빈치는 예술적인 것은 물론 과학자, 수학자, 건축가, 발명가, 철학자, 박물학자 등 모든 것을 꿈꾸었다. 그는 천부적인 재능과 천재적인 두뇌로 이 세상의 미를 재현하고 싶어했고, 세상의 거대함을 헤아리며 , 그 신비한 뜻을 세상사람들에게 전달하려 평생을 바쳤다. 그리하여 수많은 계획을 세웠으나 완성시킨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르네상스 시대에 그는 경이의 대상이었고 영웅이었지만, 그의 생애는 완벽을 추구하는 휴지 같은 파편들의 흩어져 있는 미완성의 행로 였다고 사람들은 기록하고 있다. 그리하여 말년에는 그 자신 스스로 "나는 단 한가지도 이룬 것이 없다"고 쓰라리게 후회했다고 고백한다. 다빈치의 삶을 비판적으로 본 견해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의 지나친 겸손도 포함되어 있다. ● 다빈치의 거대한 이런 꿈에 비해 신하순이 화선지에 펼쳐 놓은 예술가로서의 꿈과 작업들은 너무나 소박하다. 우리가 그에게 소박하다는 것은 소극적으로 작업을 하거나 욕심 없이 작품 제작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소박함이란 그가 다루고 있는 주제와 내용이 우리들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풍경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가 보여주는 일상성의 대상이 우리들 매일의 삶을 비교적 담백하게 옮긴다는 점에서 그의 그림은 기록적이다. 뿐만 아니라 생활의 다양한 모습을 드로잉처럼 소묘적 양식을 빌어 일기풍으로 그린다는 점에서 그가 거느리고 있는 세계는 쉽고 편안하다. 그러나 그가 정작 화면 속에서 이룩하고 있는 인물 구성이나 균형 등은 그리 단순하거나 일상적이지 않다. ● 물론 그의 그림 속에 보이는 경치 속에는 아주 독특한 풍경이나 사건은 없다. 나무가 겹쳐 있는 도시나 거리의 풍경 , 창문에 다소 곳이 앉아 있는 고양이 , 여인의 앉아 있는 모습, 거꾸로 도치 된 사람들과 동물 , 벌거벗은 남자의 표정등 이렇게 정겨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여기서 우리는 작가들이 흔하게 취해 왔던 주제들 , 즉 특별하거나 회화적 모티브로서 성격이 강한 것을 버리고 오히려 가볍게 발견되는 장면들에 심취하고 있는 신하순의 태도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에게는 다빈치가 그토록 갈망했던 거창한 세계의 추구나 욕심, 그리고 야망이 보이지 않는다. 너무 하쟎은 주변의 이야기를 담아 내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 신하순은 말한다 . " 자신을 속이는 그림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느낌들을 편안하게 화면으로 기록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고 ,외형적이며 보여주기 위한 그림을 그려서는 안 된다" 고. 이러한 그의 자전적인 진술은 그의 예술세계를 명료하게 대변한다. 어떻게 보면 그는 육화되지 못한 타인의 이야기, 과장되고 위선적인 내용들이 그대로 미술언어로 표현되는 것을 경계하는 듯하다. ● 그런 예술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그에게 자신이 하루하루 생활하면서 느낀 일들 자체가 그대로 생활언어가 되어 그림으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보통 하루하루의 생긴 일들을 일기라는 형식으로 남긴다. 그러나 신하순은 그 모든 삶의 흔적을 그림일기로 매일 매일 남겨둔다. 그에게 있어 그림은 곧 그의 산 기록이며 일기를 대신한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들 , 아이를 낳은 일 그리고 아이와 같이 놀던 일 , 친구와 만났던 일 , 맥주를 마시던 일, 공원에서 산책을 한 일 등등 그의 예술가로서의 하루가 빠짐없이 그림으로 옮겨져 있다. 이것 자체만으로 그의 예술가적 부지런함과 열정은 모범적이다. 이 열정의 중심에 언제나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부대끼고 있는 모든 것들을 그냥 놓치지 않는 것이 신하순이다. ● 우리는 그것을 그의 생활이야기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생활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감정의 변화가 숨어 있다. 남자의 얼굴 앞에 몽환적으로 나타나는 여자의 얼굴 , 크게 변형 된 모딜리아니 풍의 여인들이 수묵으로 대담하게 묘사된다 . 이렇게 그의 표현은 거침이 없다 . 그가 살면서 느끼고 체험한 이미지들이 그의 그림에 주요한 예술적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세심한 배려와 관심을 갖고자 한다. 그러한 관찰은 그에게 대담함보다는 자연스러움을, 주제의 무거움보다는 가벼운 장면들을 스케치 풍으로 옮기는데 큰 힘으로 기여한다. ● 그의 작업실에는 수백장의 작품이 되기를 기다리는 완성된 밑그림과 에스키스가 있다 . 그 스케치들은 그대로 그의 그림이다. 그가 쉬운 풍경이라고 함부로 그림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이들이 증거 한다. 그는 이러한 모든 인상들을 수묵이란 매재로 또는 수묵 담채로 담아낸다. 동양화를 전공하고 오랫동안 화선지 위에 그것도 전통적인 수묵 작업에 열중했던 그의 작업경력을 감안하면 최근 그가 작업하고 있는 일련의 화풍들은 다소 의외임을 느끼게 한다. 전통적인 동양화풍의 기법도 아니고, 오히려 모필의 맛을 주려는 의도도 보이지 않고 색채가 없는 형이상학적 회화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는 발묵이나 농담에도 크게 주력하는 듯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1996년서부터 2000년까지 독일의 슈트트가르트에서 유학을 하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 그가 수묵을 기초로 자유자재로 일상적인 표현을 구사 할 수 있는 드로잉에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일만은 아니다. ● 비교적 회화작품에 비해 드로잉의 예술적 가치를 훨씬 낮게 평가하고 있는 우리나라 풍토로 볼 때 그의 작업은 언뜻 스케치나 삽화 정도로 보여질까 두렵기도 하다. 그의 그림이 우선 쉽기 때문이다. 영국이 낳은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는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그림들이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더 자발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어 추상과 구상의 갈등 속에서 일상적이고 쉬운 팝아트 풍의 쉬운 그림들을 선택했다. 사실 우리는 드로잉을 통하여 완성된 작품의 기본적인 의도와 작가의 세계를 더욱 완벽하게 이해 할 수 있다 . 그것은 마치 드로잉을 통하지 않고는 "소박함을 위장한"양식을 표출하려 했던 많은 위대한 작가들의 고유한 세계를 흘려버리는 것과 같다. ● 최근 그의 작업은 대략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화선지에 수묵담채의 화풍으로 제작된 전통적인 작품들과 , 간결한 필치와 수묵으로 생활상을 담아내는 이야기 풍의 그림들 - 작은 일기풍의 옴니버스식 작업. 그리고 그가 최근에 부쩍 흥미를 갖고 제작하기 시작한 작은 흙 조각 작품들이다. 이 작업들은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동양회화의 정신들을 담아낸다. 짜임새 있는 공간과 여백의 적절한 활용이라든가, 변형된 인물들의 강렬한 표현주의 화풍 ,일상의 모습들이 보여주고 있는 단순성의 세계를 드로잉으로 복권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신하순 회화의 힘이다. 그리고 스토리 중심의 표현이 동양화 주제로 적합할 것인가에 대해 신하순은 어떤 가능성의 부분을 열어 놓은 것은 아닐까. 그는 흙으로 인체를 표현한 조각작품들도 보여준다. 동양화작업을 하는 작가가 웬 난데없이 입체작품이냐고 힐난 할 수 있겠지만 그의 작업들이 그가 평소에 해왔던 이야기 적인 표현이 강한 인물들을 동일한 맥락에서 형태화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 작업들도 그의 표현 영역을 확장 시켜 주는 한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그의 그림은 언제나 그의 생활에서 출발하여 그의 생활로 돌아온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그가 움직이고 생활하는 것이 그대로 그에게는 그림이다. 이러한 생활이 훌륭한 예술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소박함이나 평범함으로 위장하는 작가의 치열한 언어의 힘과 번득임, 그것을 회화적 언어로 전이시키는 감성이 더욱 요구된다. 그가 이 세계를 어떻게 극복하고 형상화 해 낼 것인가는 전적으로 그가 다소 넓게 흐트러진 표현의 일관성과 테마를 어떻게 결집시키는가에 좌우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극히 평범함으로 위장한 그의 일상의 기록인 신하순의 작품이 관심과 배려 없이 살아온 우리들 삶을 되돌아보는 더없이 소중한 거울이 되기를 소망한다. ■ 김종근

Vol.20010404a | 신하순展 / SHINHASOON / 申夏淳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