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포토展

2001_0215 ▶ 2001_0226

강상훈_99429 황학동_컬러인화_150×100cm_1999

참여작가 강상훈_김수강_윤정미_전흥수_주상연

갤러리 우덕 서울 서초구 잠원동 28-10번지 한국야쿠르트빌딩 2층 Tel. 02_3449_607

강상훈은 도시풍경을 찍는다. 사진가들이 풍경사진을 많이 찍지만 도시환경자체는 별로 찍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사는 곳 이여서 일까... 도시의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사는가는 사진에서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기껏 찍어봐야 대도시의 비인간성 소외 등 피상적이고 감상적인 주제만을 가지고 접근할 뿐이다. 대도시는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도시의 인간으로 주조해내는 공장이다. 도시의 사물들에는 그런 의미들이 빽빽이 채워져 있다. 강상훈의 사진은 인간의 공동체적 삶의 정서라든가 조화 등의 인간적 본질로부터 소외당했을지 모르나 도시공간에 공존하는 인간이 그 공간 속에서 끊임없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 김수강의 작업은 차분함과 편안함, 그리고 절제와 침묵으로 우리의 시선을 흡입한다. 감소시킬 수 있을 때까지 감소시키고 수식과 장식을 덜어낸 이 한 장의 사진은 외부세계와의 문맥이 상실된 진공 속의 정물이자 심연이 부재한 납작한 세계이다. 그래서 그것이 우리네 비근한 일상을 점유하고 있는 친근한 사물들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낯설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 낯섬은 이 사소한 사물들의 존재감을 비로소 사유케 한다. 이 사각의 프레임은 실재공간이 아니라 작가 사념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단색의 바탕에 힘입어 그 차분하고 적조함은 극대화되어 가득하다. 해서 우리로 하여금 오로지 그 사물에만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돌멩이 하나, 살포시 접어둔 팬티, 유리구슬, 병뚜껑, 티백 등은 그저 거기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정할 수 없이 내 앞에 존재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인다. 외형은 달라도 결국은 작가 자신이 깨닫고 느끼는 세계의 상이 거기에 맺혀있다. ● 윤정미는 유희 공간의 3류적인 인테리어, 싸구려 인테리어를 찍어 보여준다. 몇 년 전부터 언제부터인가 거리에는 무슨 무슨 방이라는 간판이 나붙기 시작했다. 노래방, 소주방, 비디오방, PC방, 전화방, 여관방, 카바레--- 주로 성인들의 유희 공간이 대부분이다. 각 방들의 인테리어는 키치적인 느낌을 준다. 가죽이 아닌 비닐 같은 질감의 유치한 꽃무늬가 있는 소파, 이태리 가구가 아니라 그것을 흉내낸 가구들, 이발소 그림에 금빛 액자, 싸구려 조명, 카바레 입구에 있는 빨간 융단에 무늬 벽지, 또 그 위에 한물간 연예인의 사진들---. ● 전흥수는 사진의 한계를 실험한다. 그는 기꺼이 사진의 경계에 걸어가서는 그것의 범주를 문제삼고 만다. 사진을 다루면서 그것의 전통적인 범주, 즉 현장성이나 기록성 등의 범주의 외곽을 기웃거린다. 찌그러진 캔이나 야적된 드럼통 등의 이미지는 팝의 사회학에 근접하기도 했는데 갈대로 덮인 들판의 해바라기 등의 차별없이 동원함으로 그것이 상징의 일관한 증후이거나 자의적인 해석학의 개입을 명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다. 그의 이미지가 색의 신비를 표방하고 자주 탈현실주의를 누설하고 문명론의 언급에 관여했다해도 이미지로서의 자신의 한계를 긍정하고 스스로의 본분에 충실한다. 사진적 의미로서의 리얼리즘은 뛰어넘지만 과도한 담론과 관념의 작동을 요구하지 않는다. 피사체의 윤곽은 여전히 사실주의의 주변에 있다. 그것은 그가 사진가로서의 경계를 넘나들긴 하지만 여전히 사진 안에서 긍정의 도출이 목적되는 실험적 태도를 지키기 때문이다. ● 주상연의 사진에서의 포토몽타주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의식 속에서도 변치 않고 계속되는 근원적인 심리현실을 허용하는 형식이다. 사실, 몽타주 기법은 어디서나, 항상, 그 누구에게나 속하는 심리적 심층구조를 원형적으로 드러내는 신화의 세계에서 결코 낯선 것이 아니었다. 신화가 구현되는 이러한 몽타주 기법을 통해 작가는 '흙, 물, 하늘, 날개'의 상징들이 원초적으로 간직한 인류학적 의미를 찾아가고자 했다. 깊이의 상상력은 대상의 우주론적 맥락, 상징의 존재론적 심층구조를 탐색했다. 역동적 상상력은 태초의 신비를 간직한 빛을 물과 대지, 대기의 표상들과 합체시킴으로써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질료의 존재론적, 우주론적 의미를 소환했다. 빛과 더불어, 보다 정확히 말하면, 작가가 포착하여 감광지 위에 투사한 빛과 더불어, 평이한 돌, 수면, 떠오르는 물고기, 어둑한 숲 그리고 계단, 사다리는 태초의 순수, 끊임없는 초월, 우주적 영원을 육화했다. 대기에 스며든 빛은 존재의 무게를 떨구고 가볍게 비상하려는 영혼의 원초적 욕망을 흐릿한 새의 날개짓에 투사했다. 결국 작가에게 있어서 빛은 지상과 피안, 유한과 무한, 태초의 공간과 현재의 시간을 연결시키는 영매이며, 지상의 대상들을 원형적 상징의 무한성에 이르게 하는 신비이다. 상반되는 질료의 불가해한 화해, 종종 구원과도 같은 최상의 조화의 모색을 보여준다. ■ PS 포토

Vol.20010215a | PS 포토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