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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제대로 읽혀질 것인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다. 여기서 '제대로'라 함은 작가 김태헌이 3년여에 걸쳐 담아낸 삶의 기록들이 얼마만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 채 우리에게 읽혀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미 주변에 넘쳐흐르는 이미지와 텍스트, 그 상호간의 과도한 담론들에 지친 우리들에게, 이번 전시는 성의 있는 태도와 호기심을 가지고, 타인의 눈과 목소리에 주목하면서 읽어나가야 하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는 미술작품을 매개로 한 작가와의 상호소통이 힘든 시대에 살고 있으며, 오늘날 미술이 처한 현실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번 목격하게 될 지도 모른다. ● 역사를 지닌 인간의 삶, 그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문화, 시각문화에 속하는 미술, 그 중에서 회화를 그리는 작가, 그리고 일련의 그림들. . . 때로는 시대적 분위기가, 때로는 작가 스스로가,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연장으로 볼 수 있는 예술적 창조물에 대해 너무 많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소위 '작가정신'이라는 명목 하에 끊임없이 자문할 수밖에 없는 미술의 의미, 미술작업을 하는 당위성,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역할 기능, 대중과의 소통문제, 진정한 의미의 삶과 예술의 결합은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 것인가를 끊임없이 되뇔 수밖에 없다. 하나의 이상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작가 김태헌에게 있어서도 이런 중압감은 예외일 수 없었다. 그러한 현실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실천적인 미술을 모색해왔던 지금까지의 그의 작업들은 '역사', '시대정신', '사회'라는 무거운 주제의식 속에 감추어진 조각들을 찾아 짜 맞추는 작업이었다. 내용이 전달되는 방식, 보여지는 작품의 형식에 얽매이게 되면서, 어느새 작업량에 대한 부담이 작업과정을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몰아 넣었다고 작가는 토로한다. ●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그는 생각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이런 부담을 떨쳐 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즐거운 작업을 하고자 노력했고, 일상적인 삶의 과정 기록물로서의 미술, 주변의 일상생활 속에서 놓치거나 간과하기 쉬운 간격, 틈새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으로 새로운 탈출구를 찾아 낸 것이다.
김태헌의 畵亂中日記는 이렇게 출발하였다. ● 삶과 유리된 미술의 양식화는 외부로부터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높은 문턱을 스스로 쌓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화를 삶 그 자체로 인식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미술을 좀더 다르게 바라보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자신을 둘러싼 외부의 상황들을 관람자이자 예술가로써 관찰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하거나 또는 유사하지 않은 사람들의 의식, 사고, 그리고 사회, 주변환경과의 관계를 새로운 시각의 틀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주변과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차원에서, 소박한 일화성의 경험들이 공유되고 친근한 방식으로 미술이 대중과 접근할 수 있다면, 미술은 삶 속에서 의미 있는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헌은 그 틈새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 더욱이 이미지와 언어가 만남으로써 그의 작품은 한층 더 의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공유, 상호작용으로 그의 작업을 보게 되면, 이미지들은 이미 일상적인 것으로 수용된 인식의 틈새에서 활발히 작용하면서, 때로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인식과 사고방식의 차이 경계를 노출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질적이면서 어색한 문화적 요소들을 포착하고, 낯선 것들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 주변의 환경을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 조화와 부조화, 친숙한 것과 낯선 것, 유사성과 차이, 중심과 주변, 타자와의 다름을 보여주는 '비딱하게 바라보기'의 방식은 그림을 눈으로 바라보고 읽으면서 생각하는 작품으로 변모시킨다. ● 김태헌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로 미술과 현실과의 만남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畵亂中日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시각적인 형태로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그림들일지도 모른다. 소진되어 가고 있는 기존 미술의 관행을 변화시키고 대체하기 위해 미적(美的) 완성도가 결여된 듯한 비(非)예술적인 형태 또는 저급문화로 인식되어온 형식들을 빌어서 표현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에게 있어 그림일기는 동시대적 경험을 조명하고 삶과 사회의 변모를 논평하는 수단이면서 현실의 리얼리티를 재발견하는 장치이다. 미술이 더 이상 삶으로부터 차단된 단순한 '형태'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읽혀질 수 있는' 일종의 '흔적'으로 남겨지게 되는 것이다. ■ 황신원
Vol.20010210a | 김태헌展 / KIMTAEHEON / 金泰憲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