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기획 / 이관훈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이전 PROJECT SPACE SARUBIA_Moved 서울 종로구 관훈동 74번지 Tel. +82.(0)2.733.0440 www.sarubia.org www.facebook.com/pssarubia www.twitter.com/sarubiadabang www.instagram.com/pssarubia
'꺼풀'전은 재현과 대상(실재) 사이의 간극을 더듬어 회화, 사진, 영상이라고 하는 장르의 특성에서 나타나는 유사성(연관성), 차별성, 중성적인 관계를 '사루비아다방'공간의 특성(혼잡한 이미지)과 맞닥뜨려 몇 가지 담론을 실험해보는 전시이다. ● 즉 첫째로, 회화(그리기, 수행하기)로서의 역할, 용도에 대한 제 물음과 동시에 '회화가 갖는 신화적/절대적인 것'에 대응 또는 비켜서서 '딱딱한 벽'으로부터 '얇은 변화'라는 표현의 유연성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실천적 제시이고, 둘째로 사진적 재현의 한계에 대해 비평/제안하는 논증을 '실재(벽 이미지, 절대적) : 재현(경우의 다수)' 관계상황에서의 제시이고, 셋째로 회화, 사진에서 갖는 재현적 유사성 너머에 3차원적인 영상이 갖는 빛의 실재와 재현이 그들과 어떤 연관성 내지는 차별적인 시지각을 엿볼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 작업을 보면, 배종헌(회화)은 벽에서 어떠한 이미지를 찾아 더듬는다. 그 이미지는 작가의 기억 속에서 잠재하고 있는 어떠한 환영과 맞물려 두 가지 대상 사이에서 어떠한 이미지가 재현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배종헌은 사루비아 벽에서 쥐와 유사한 형상을 발견하고 투명한 비닐을 덮어씌운 다음 그 위에 빨간색의 '보드마카'라는 도구로 일 획을 그어 그 선으로 인해 쥐의 형상을 가능케 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모호한 형상이 뚜렷한 텍스트가 부여받는 상황을 드러내는 작업이다. 또 다른 작업은 , 인데, 이 또한 각각의 벽을 통해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정선의 금강전도의 환영을 기억하고 그 벽 위에 아크릴판(전자)이나 비닐(후자)을 덮어씌운 다음 복제된 인쇄도판의 그림을 보고 더듬어 벽안 형상의 유사성을 찾아 붓(단색 아크릴물감)으로 어떤 선을 그어 그 사이에서 발생되는 또 다른 이미지를 찾는 작업이다. 그러니까 실재(현실)와 환영(기억) 사이에서 맴도는 중간선상의 이미지를 끄집어내는 그 자체에 미적 탐구를 하는 작업이다. ● meta4(프로젝트팀;이경민, 손승현/사진)는 사진에 있어서 재현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작업으로 사진이 갖는 특성 중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정면성, 대표성, 명료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데서 출발한다. 그래서 대상의 재현적 절대성이 아니라 대상을 통해 사유되어 나타나는 여러 가지 경우의 유연성을 보여주고, 또한 실재를 재현한 것에 또다시 재현하는 역전의 재현 방식을 제시한다. 이러한 논점을 바탕으로, 후자는 바다 또는 바다와 유사한 이미지를 대상으로 재현한 작품인 배병우의 (1997), 히로시 스기모토의 (1990), 구본창의 (1998)를 사루비아 공간 벽과 유사한 이미지를 찾아(오브제 삼아) 모방한 작품을 보여준다. 전자는 (벽에서 하나의 흔적을 촬영하여 같은 크기 49개의 다양한 농도로 프린트하여 하나의 프레임으로 보여주는)라는 작품을 통해 사진적 재현의 외연이 확장되는 상징적 의미를 던져준다. 또 같은 제목의 다른 작품(나열된 벽이미지 5가지를 노출을 5가지 단계로 하여 니스필름에 인화한 작품)은 실재와 재현의 이분법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벽으로부터, 사진으로부터의 재현이 상호 침투적인 모습으로 재현되면서 실재와 재현이 따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동시에 보여주는 작업이다. ● 김형기(영상)는 위의 회화, 사진의(두 작가의) 작업이 벽에서 이미지를 끌어내는 작업과는 달리 빛이라는 물질을 통해 대상이 재현되는 영상의 특성을 살려 빛의 원초적 에너지인 '불'을 이용한 작업을 보여준다. 이 의 작업은 사루비아 작은 구석방 중심에 촛불을 설치하고 그 촛불 높이에 맞춰 4개의 돋보기를 설치한다. 촛불형상은 이 돋보기를 통해(옵스큐라 원리처럼) 4개의 스크린에 촛불형상이 거꾸로 보여지고, 보들레르의 '춤추는 뱀' 제목의 시구절과 음악이 스피크를 통해 흘려 나온다. 이 때 초의 흔들리는 상은 시의 제목처럼 뱀의 구불거리는 모습과 일치한다. 즉, 이 작품은 동일한 시공간 속에 가상이지만 현실을 느끼는 작품이다. ● 결국 이 전시는 전시장 벽이나 공간의 일부가 오브제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주요한 지점을 차지하고 있다. 회화나 사진 등이 이동 가능한 것이 아닌 벽이나 공간 자체가 작품이라고 우기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형태 유사적인 것을 찾는 의미의 과정을 보여준다. 즉 이 담론은 요즘 세태에 너무나 시각 중심적인 것에 대한 비판적/반성적인 실천 사례를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습관되어온 시지각의 문제(보통 방식의 상투성) 즉 결정되어진 하나의 '틀-꺼풀'을 벗겨내는 것이 이 전시의 초점이다. ■ 이관훈
Vol.20001204a | 꺼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