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새로운 예술의 해, 문학분과 선정

生時·生詩 livepoems展   2000_1117 ▶ ON_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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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기획_김정란_이중재

www.livepoems.net은 텍스트 기반의 시를 웹에서 인터렉티브 동적 이미지로 확장 구현함을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이는 시와 미술과의 단순한 만남을 넘어 멀티미디어 콘텐츠 자체를 생산해냄으로써 웹아트의 확장과 질적 발전을 도모한다.

www.livepoems.net 제작_푸른사람들 www.blupers.com

디지털 문명과 문학 ● 어떤 이들은 디지털 문명과 문학의 관계를 적대관계로 설정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상호보완의 관계로 보기도 한다. 디지털 문명은 문학을 죽일 것인가? 아니면, 문학의 형질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 아직 우리는 어떤 결론도 내릴 수 있을 만큼 디지털 문명 안에서 살아 본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것은 지금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장르들은 부서지고, 연합하고, 새로운 변종 장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디지털 문명이 가능하게 만든 다매체 환경은 기계가 제공하는 테크놀로지에 미적 요소들을 도입하는 것을 허용하고, 머릿속에서만 가능했던 온갖 해체와 재구축을 실제로 가능한 현실태로 구현시킬 수 있는 물질적 요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의 특성은 그것이 종합적이며, 물질적이며 감각적이라는 것이다. 이 매체를 통해서 인간은 바벨 이전의 얼룩덜룩한 통합언어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나이산에서 모세는 신의 계율을 받으며 그 신성한 간접성의 아우라에 싸여 있었다. 그는 분노에 가득차 이시스의 직접성(이시스여신의 베일은 일곱 색이었다고 한다)을 그리워하는 대중에게 계율의 석판을 내던졌다. 알록달록한 여신 앞에서 위안을 받던 대중은 십계의 휘황한 단일한 언어 앞에서 위압당했다. 가나안은 유일신의 땅, 잡신을 허용하지 않는 질투하는 신의 신성한 구분의 땅(우리는 그 이래로 오랫동안 늘 단 하나의 최고만을 남기고 다른 못난 것들을 죽여야 했었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다시 직접성의 언어가 슬그머니 발을 들이밀고 있다. 희디흰 만나는 이미지-우상들의 알록달록한 잡색의 초콜릿으로 변하여 매일처럼 인터넷이라는 가짜 하늘에 뿌려지고 있다. 이시스는 멋지게 복수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어떤 이시스인가를 물어야 한다. 모든 것은 휘황하지만 잡다하고, 자유롭지만 억압적이고, 풍요롭지만 가난하다. 만나의 희디흰 정결함이 우리의 가슴을 쥐어뜯게 만든다. 문학의 역할은 이 지점에 생겨난다. ● 그러나 만일 문학이 근대이래 문화의 왕으로 군림하며 자랑하던 그 휘황한 단색 언어의 영광을 꿈꾼다면, 문학의 영광은 다시는 없다. 그러나 만일 문학이 잡색의 종합 매체 안에 다시 겸손하게 자리잡을 생각이라면, 근대 이후 어느 예술 장르보다도 명민성을 자랑하던 문학은(그 명민성이 언어 매체의 수련 과정을 통해 얻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명민성의 축적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형태의 문학을 창조해낼 수 있을 것이다. 도약은 충분히 가능하다. (중략) ■ 김정란

Vol.20001116a | livepoems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