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에 해가 솟는다

최근 아시아 작가들의 모습展   2000_0926 ▶ 2000_1130

양젠종_닭 가족 시리즈_컬러인화_60×100cm_1998

참여작가 한국_김정선_배준성_이정진 중국_홍레이_양젠종_자오 반디_젠 구오구_주 메이 준_왕준 일본_고바야시 히데오_고야마 호타로_요시로 도시히로 대만_첸치에젠_훙퉁루

대전 한림미술관 Tel. 042_222_1211

세계화 시대에 아시아적인 가치와 공통점을 주장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세계화 속에는 하나의 문명에 의한 전 세계의 통일이라는 패권주의적인 의미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의 특수한 문화가 세계적인 문화 유산의 서열에까지 오를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한 과정 중에는 필연적으로 여러 문화 사이의 충돌과 교차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교묘한 타협도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특히 이러한 충돌과 타협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났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만 할 것이 있는데, 다름 아니라 이러한 충돌의 모습이 과거 기성 세대의 아시아 작가들에게서보다 왜 이제 갓 예술장에 입문하기 시작한 신진 작가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이 작가들은 분명 그들의 선배 작가들 세대보다 서구화한 환경 속에서 자라고 살았기 때문에 그 문명에 대한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 확실하고, 또 그것이 사실임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선배 세대에서는 아방가르드라는 확실한 조류가 세계 미술계를 지배하였기 때문에 그 커다란 흐름 속에 몸을 던져 전진하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이다. 우리 아시아 작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 앞에서 그 문화의 수입과 동시에 나름대로 그것들을 소화하기 바빳고, 정작 자신의 고유한 문화와의 접목을 시도할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아방가르드적 문화의 본질은 순수함의 추구였기 때문에 다른 문화와의 접목이나 조화 등은 그 자체가 불경한 일이었다. 이것은 아방가르드적인 예술의 포기를 의미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 이제 세월이 흘러 순수와 본질이란 원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학적 회의의 시대를 맞이 하였다. 모든 종교와 이데올로기적 순수함에 대한 회의, 사회적 개혁 의식의 실종, 진위에 대한 판단 유보, 시뮬라크르의 범람은 문화적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신세대 예술가들이 처한 역설이다. 이미 문화적 순수함이나 정체성 자체가 실종되었고, 아시아 문화가 서구 문화에 거의 의식할 수 없을 만큼 동화되어 버린 이 마당에 다시 정체성 운운하는 자체가 아이러니컬한 역사적 숙명같기도 하다. ● 문화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새로운 환경 속에서 부단히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과거의 것을 아무리 현재에 가져다 놓은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한 문화적 형식은 그것의 탄생과 발전, 전개를 위한 모든 사회적 컨텍스트가 묻어있기에 더욱 더 그렇다. 이번 우리의 사진전은 이런 혹독한 문화적 시련을 몸소 체험한 신세대들의 작품전이다. 문화적 충돌의 작품화는 아시아적 문화의 공백과 공허를 경험한 이들 세대에게서나 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비판이나 비난보다는 향수와 희망 그리고 절망이 있기 때문에... ■ 이수균

Vol.20001003a | 동녘에 해가 솟는다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