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thing Space

김미형展 / KIMMIHYUNG / 金美亨 / installation   2000_0920 ▶ 2000_1020

김미형_Breathing Space_2000

작가와의 대화 / 2000_1006_금요일_03:00pm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이전 PROJECT SPACE SARUBIA_Moved 서울 종로구 관훈동 74번지 Tel. +82.(0)2.733.0440 www.sarubia.org www.facebook.com/pssarubia www.twitter.com/sarubiadabang www.instagram.com/pssarubia

김미형의 초기 작품주제는 지극히 작가 개인의 얘기를 다루었다면 두 번째 개인전을 통해 자신의 주관적인 일상을 비교적 객관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생물의 가장 본원적이고 원초적인 생리 행위인 'Breathing(숨쉬기)'을 작업의 주제로 꾸준히 다루고 있는 것은 인간의 본연적이고 무의식적인 모습 그리고 작가자신의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세상을 향한 일상의 몸짓에 대한 관심, 이러한 것들에 대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그런 까닭에 그의 표현 방식은 매우 상식적이면서 기발한 데가 있다. 숨을 쉬려면 숨구멍이 있어야 하듯 그는 그 동안 작품대상의 표면에 수 없는 구멍을 냄으로써 작품의 전면과 후면 공간의 교류와 소통을 유도해왔다. 이러한 모습은 마치 수많은 전자가 순식간에 정보를 교류하는 것 같은 문과 같은 인상을 주기도 했고 인간의 가슴속에 깊이 박혀있는 수많은 얼룩과 상처를 의미하기도 했고 탁구공에 뚫린 구멍은 처방과 치유를 의미하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이 구멍들은 틈이자 간격이 되며 나아가 통로 그리고 마음의 문이자 처방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 가지 행위의 수 없는 반복을 통해 몰입해 들어감으로써 자신 속의 욕망을 극복하려는 몸짓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 이러한 배경을 지닌 그의 작품활동중 구멍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던 것은 98년에 열렸던 3회 개인전이 아닌가 한다. 이 전시만 보더라도 그는 양적인 면으로나 시간적인 면에서 엄청난 작업을 보여 주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욕망을 비우려는 의지가 더 지독한 욕망을 불러왔다고 작가자신이 말했듯이 이 전시를 통해서 김미형은 자신 내부 속에 꿈틀거리는 분출하고자 하는 욕망에 그대로 노출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할 정도로 자신을 직시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 놀랄 만큼 치밀하고 질릴 만큼 반복된 바늘구멍작업을 통해 그는 작가의 연령에 비해 매우 정제된 완성의 모습을 느끼게 해 주며 그가 작품에 쏟아 부은 엄청난 시간의 투자 속에 완성을 지향해 가는 수도승의 염원 같은 것이 있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그의 태도 속에 깊이 잠겨있는 세상을 향한 어떤 절연감과 고독함 이러한 요소들이 그에게는 오히려 응축된 에너지로 작업발상의 근원이 되고 있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들이 김미형으로 하여금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솔직하게 판단하는 작가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 그러나 이번 사루비아 공간에 전시하는 작업에서 그는 작품 소재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기법의 변화가 따르고 있다. 동기는 콩밭에 벌레 먹은 콩잎을 보다가 벌레들이 뚫어 놓은 구멍이 자신이 인위적으로 만든 구멍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조형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충격적인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기치 못한 경험을 놓칠 그가 아니다. 본능적으로 자연에서 소재를 선택하게 된 김미형은 자연의 완전한 모방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되면서 그의 새로운 구멍 뚫기 작업은 다시 시작된 것이다. 될 수 있는 한 자연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잎파리 위에 약간의 흠만 작가가 낸다는 자연 친화적 입장으로 작업에 임하게 된 것이다. ● 이제 그의 관심대상은 인간존재 그 자체에서 자연으로 조금씩 이양되고 있는 듯하다. 치밀하고 섬세하게 진행되는 조그만 바늘구멍에서 좀 더 커지고 듬성듬성 뚫린 구멍의 변화로 서서히 움직여 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자연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해 가는 모습 바로 이것이 이번 작업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가 밀도 높은 바늘구멍작업이 주는 인위적이고 의도적인 치밀함과 조밀함, 이것이 도시적 인간의 내면모습을 탈피하여 조금은 풀어지고 무작위적으로 형성되는 인간의 모습, 자연 속의 인간을 새롭게 생각하게된 것 때문 아닐까. 이번 작업에서 그가 보이고자한 구멍의 모습은 원뿔 모양으로 말린 잎파리 속의 내부와 외부 경계사이를 흐르는 호흡을 의미한다. 이것은 전 작업에 나타난 규칙적인 배열을 갖는 숨구멍, 이것이 조용한 자연의 명상적인 틀이라면 들숙 날숙한 커진 호흡은 새로운 성장과 살아 있는 생명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구멍을 통해 넘나드는 생명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고나 할까. 원뿔의 잎파리로 생긴 내부의 공간과 그 외부 공간의 교류, 이번 작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이 테마는 앞으로 김미형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하게 한다. ● 그가 지금까지 삶의 리얼리티를 담고 있는 일상적인 호흡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현대 문명 속의 인간을 다루어왔다면 이번 전시에서 그가 보인 인간에 대한 관심은 일상을 벗어난 더 큰 대상으로 열린 시각으로 바라 본 자연 속의 인간으로 조용한 전환을 보여 주고 있다. 틈과 사이, 공간의 소통, 이것을 마치 호흡의 리듬처럼 다루고 있는 작가 김미형의 네 번째 개인전, 사루비아 전시를 통해 이 작가가 새로운 작품세계로 가는 길이 열리길 기도한다. ■ 김성희

Vol.20000919a | 김미형展 / KIMMIHYUNG / 金美亨 / installation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