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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이란 그 제작과정이 (복잡하고) 복합적인 사진작업과 유사한 관계에 있다. 여기서 김범수가 말하는 '자화상'은 작가의 회귀(回歸)적인 사진작품과 잘 어울리는 명제가 되고 있다. 초상 과정이란 개념 안에서, 작업은 연작으로 진행되며 각각의 작품에 요소들로 비추어진 형상화된 본질은 초상의 주제를 밝힌다. 주제에 관련된 이 회귀성은 본질적으로 작가의 시선만큼이나 모델의 시선 또한 세상에 대한 심사숙고한 반영의 시선이라는 것으로부터 유래한다. ● 관객에게 보여주는 것 : 우리는 기이한 대상들처럼 굴절된 똑같은 형상이 연속적으로 구성되고 있음을 본다. 바로 시선이 모이는 얼굴이다. 그런데 작가는 어떤 얼굴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일까? ● 모델에 의해 인위적인 것처럼 보이는 그 얼굴이 있는 곳. 거기는 끊임없는 수집을 통해 찾은 인형의 머리, 촬영 시 흔히 잘려나간 일부분, 가끔은 거울을 통해 보이는 반상(半像)이나 해부학적 도식, 오려진 X선 사진, 소설책의 문장들 같은 것으로 절반은 감춰진 얼굴이 있다. 얼굴엔 가끔은 반사를 흡수시키기 위해 파라핀을 입히기도 하고, 때로는 화면의 숨겨진 곳에 의해 그 얼굴이 고립돼 있기도 하고, 시선을 변형시키는 형광빛에 의해 확연히 드러나기도 한다. 그 인위성의 확증은 암시적인 사고들을 구체화한 기억들로 가득 찬 세계를 통해 그 한계를 넘고 있다. ● 여기에서 상기 시켜주는 것은 (모든) 삶의 두려움이다. 인위성은 창조과정 속에서 살아있는 자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있고, 동시에 죽음이 하나의 단계일 뿐인 그 곳에서 총괄적 순환과정의 순간을 보여준다. 삶이 영향을 취하는 곳인 이 두 상태의 경계에서 낯설음으로 다가오는 것이기도 하다. ● 순환 속의 순환, 고집스럽고 지속적이며 회귀적인 이 시선의 순간은 모든 삶의 운명을 마주하고 있는 두려움, 그리고 또 다른 자신을 창조하게 허용할 미래 앞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의 불확실한 현실에 대한 색다른(특별한) 공포를 표현하고 있다. 또 역시 죽음 이후에 떠오를 여지가 있는 또 다른 삶을 엿보게 하는 그 변신의 두려움, 특히 그런 변형의 두려움이 같이 한다. ● CIORAN의 해석으로 본다면 김범수의 사진 작품들은 거울 반사적인 분해 이후 재구성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지금 시작된 여정의 실마리와 모든 인간의 운명 위에 지표를 예견하기도 한다. Jean STAROBINSKI는 익살스러운 작가의 초상들로 재현된 이 자화상들은 빈정거림이 두려운 이상한 감정들로 확대(증폭)된 의문의 초상들이라고 표현한다. ● 확고한 대조를 이루는 위의 다양한 형상들과 재료들은 김범수의 사진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우연한 상황들과 수집, 조합(혼합) 작업(Assemblage)들을 완성한다. 그것은 우리가 사는 삶과 죽음사이의 모든 장소(공간), 모든 시간, 모든 문화 안에서 다시 만난다. ■ Bernard GERBOUD
Vol.20000908a | 김범수展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