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정동석展 / photography   2000_0719 ▶ 2000_0801

정동석_景·물위에 흐르는 생각들_컬러인화_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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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2-21번지 B1 Tel. 02_735_4805

정동석의 사진에 관하여 ● 비어있는 시골집 구해서 거처 마련하기, 제 손으로 밥짓고 빨래하고 군불때기, 걸어다니면서 산과 들, 바닷가와 개펄, 논과 밭, 시냇물 살피기, 그러면서 그 곳에서 관찰한 것을 카메라에 기록하기. 정동석은 열여섯해를 걸쳐 그 작업을 해왔다. 정동석은 강원도와 경기도의 산골, 그리고 서해안 일대 등등 우리 산하의 모습이 옛날과 크게 변하지 않은 곳을 찍었다. 그 자신이 직접 그곳에 살면서 늘상 대상을 보고 친숙해지고 비로소 그네들을 알 수 있을 때 사진기를 갖다 댄다. ● 정동석은 한국의 자연을 찍는 사진가이다. 그는 한국의 들판이나 산, 물만을 10년 이상 찍고 있다. 80년대의 작업에서는 분단의 현장을 보여 주었고, 그 구체적인 분단의 상징물이라는 소재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한반도의 현실, 역사의 흔적을 섬세하게 들추는 쪽으로 풀린 것이 90년대 이후의 작업이다. 그래서 그가 목격한 대상이 땅, 들판, 바닷가에 무성히 자라난 잡초와 들꽃, 조개 등이고 그곳은 버려진 땅, 제초제가 뿌려진 불모의 공간, 썩어버린 바다와 하천, 인간의 욕망이 깃든 황폐화된 장소인데, 그런 곳에서도 악착스레 생명을 이어가고 서로서로 공존하는 모습을 잡아낸 것이다. 이런 시선은 산, 물 작업에서도 공통적으로 검출된다. 분단으로 나뉘고 분열과 대립으로 얼룩진 이 땅이 현실을 자연속에서 발견하고 동시에 그 해답 역시 그곳에서 깨닫고 있는 것이다. ● 자연만을 그토록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깨달은 것-인생이나 세계, 우주에 관해서-들을 가감없이 보여주겠다는 의지 같기도 한데 이는 마치 동양의 문인화가들이 오로지 산수나 사군자만을 평생을 걸쳐 반복해서 그려내던 그 수행과 오버랩된다. ● 정동석의 사진은 분명 풍경사진이지만 그 사진에는 어떠한 풍경적 단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정동석의 사진에서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작품에 붙은 제목인데, 지명이나 장소가 무시되고 풍경을 찍었던 연도와 달만이 적혀있다. 그것은 '시간'을 느끼게 해준다. 시간과 계절의 변화속에서 수시로 변하는 자연의 단면들이 침묵속에 드러나며, '시간의 흐름' '역사' 같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 그의 사진은 스트레이트한 풍경사진이지만, 풍경에 대한 풍경, 메타풍경이며 반풍경이고 풍경 너머의 풍경이다. 가장 정직하고 소박한 풍경이면서 가장 예외적이고 이례적인 풍경사진이며 지나치게 익숙한 풍경이면서고 누구도 그렇게 들여다 본 적이 없는 풍경이다. 침묵과 절제속에 물든 풍경이면서도 결코 드러나지 않는 광맥같은 의미의 줄기들을 매달고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기계적 조작이나 테크닉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으면서도 선명한 색상과 절묘한 구도가 돋보이는 사진이다. 스트레이트한 정직한 표현어법에 충실한, 따라서 사진기라는 기계의 속성에 정직하게 대응하면서 찍혀져 나온 결과물이지만, 그 수사학의 그물에서 자신의 의도와 내용을 정확하게 일치시키는 사례를 보여주는 사진이기도 하다. ● 모든 사진은 사실상 리얼리티의 전체적인 시각의 실험이고 확인이고 구성의 수단이다. 그러므로 관념론적인 투쟁속에서 사진의 중대한 역할이 나온 것이다. 동시대의 사진계에서 정동석의 리얼리즘은 바로 그 같은 관념론과의 투쟁, 제안, 대안의 성격을 분명히 띄고 있다. ■ 윤구병_박영택의 글에서 발췌

Vol.20000719a | 정동석展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