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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와 관련하여 '1980-1999 한국 현대미술의 비판과 검증'이라는 주제로 문예진흥원 대강당에서 3월 22일부터 3일간 전시기획자 김종호의 사회로 세미나가 열립니다. 1. Now & After Monochrome·3월 22일 수요일 pm02 ·박영택·김춘수·이인현 2. Strategy & Method · 3월 23일 목요일 pm02 ·심상용·윤동천·조덕현 3. Sensation & Identity 3월 24일 금요일 pm02 ·이영철·최정화·오상길
무엇이 '아니'고 왜 '나쁜 징후들'인가? ● 이번 기획에 선정된 주제들은 80년대 이후부터 90년대까지 우리나라 미술의 흐름 속에서 주요한 내용으로 다루어져 왔으며 또한 형식면에서도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 생각되는 것들을 세 부분으로 분류하여 선정하였습니다. 시기적으로 1980년대 이후를 잡은 이유는 이 시기가 한국의 현대미술사에서 본격적으로 자생적 미술개념들이 논의되고 쟁점화 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기에 선정된 작가들 역시 시기적으로 80년대 이후 현재까지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나름대로의 방향성을 가지며 작업을 해왔고 국내외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치와 이에 상당한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작가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 생각되는 작가들을 선정하여 보았으며 이에 따라 선정된 작가들은 김춘수, 이인현, 조덕현, 윤동천, 최정화, 오상길(이상 6명, 무순)입니다. ● 이 전시는 여기에 선정된 작가들의 인기를 반영하는 또 하나의 이벤트가 아닙니다. 오히려 전도가 유망해 보이는 이들 작가들이 '무엇'을 통하여 '어떻게' 미술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검증의 자세와 비판적 물음을 가지고 기획된 전시입니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 미술계의 풍토에서는 어떤 형태의 미술이 진행될 때 이 흐름이 전문가 집단에 의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파악, 하나의 텍스트로 정체화시키는 작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정리된 자료가 거의 없고 몇몇 미술잡지에 전시에 따른 평론가들의 간단한 이슈성 리뷰가 존재할 따름입니다. ● 그리고 이렇게 불충분한 자료들이 미술계의 잘못된 풍토와 비정상적인 메카니즘에 의하여 이미 우리미술사의 일정한 위치에 편입하여 자리를 틀어가고 있을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모호하고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을 '아니'고 '나쁜 징후들'로서 경계하며 반드시 되짚어보고 넘어가야 겠다는 하나의 장치적 마련된 것이 이번 전시의 근본적 기획의도입니다. ● 이런 대안적 전시를 통하여 다양한 시각으로 이론을 정착시키고 새로운 미술의 펼침을 보여주는 방법론이 지속되어야 하며 객관적으로 명백한 몇가지 틀에 입각하여 이들의 미학을 검증하고 진정한 미술사적 자리매김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현실화시켜 동시대적으로 검증하고 체계화하는 지속적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시스템이 정착될 때 미약한 미술들은 스스로 안전장치나 거름장치에 걸려 새롭게되거나 퇴화되고 양질의 미술들이 우리의 미술계를 건전하고 열려진 공간속에서 제대로 이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시 주제의 기본 개념 ● 1. Now & after Monochrome ·김춘수·이인현 ● 첫번째로 1960년대를 전후하여 유럽의 앵포르멜과 미국의 추상표현주의가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유입된 이후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아직도 그 흐름이 면면히 유지되고 있는 단색화의 경향(모노크롬, 혹은 한국적 모더니즘, 미니멀리즘)에 대한 주제로서,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탈평면적이며 반모더니즘적 경향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노크롬 작업을 해온 작가를 통해 현 시대에서의 모노크롬의 미술사적 의의와 앞으로의 전개방향에 대해 살펴 보고자 합니다. 김춘수는 198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탈모던, 탈평면의 경향속에서도 지속적이고 일관성있게 추상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이며, 이인현 역시 캔버스의 오브제화, 혹은 캔버스와 색의 지층화 등을 통하여 색 자체가 주는 물질성, 혹은 그 너머의 정신성에 천착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김춘수는 캔버스의 전형적 틀 속에서 이제는 이미 낡은 이슈가 되어버린 물성에 집착하고 있다고 보여지고, 이인현은 작품의 오브제화를 통하여 얼마든지 방법적 변화가 가능한 작업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모더니즘의 낡은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왜 이들은 이렇게 캔버스를 고집하며 이제는 한국 미술사에서도 낡은 이슈가 되어버린 모노크롬이라는 주제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 두 작가를 통하여 1980년대 이후부터의 지금까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의 모노크롬의 존재가치와 지속성에 대하여 조명해 보고 앞으로의 전개 가능성과 한계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 2. Strategy & Method·윤동천·조덕현 ● 두번째로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일종의 '전략과 방법론'으로서, 198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커다란 흐름으로 보여지는 설치미술의 경향(탈 모던, 반 형식주의)을 통하여 한국 현대미술의 현황을 검증하고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주제와 관련하여 윤동천은 현재 상당히 개념적이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설치미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가 강조하듯이 예술이 가지는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성의 문제, 그리고 언어유희를 통한 개념의 희롱 등, 어떻게 보면 상당히 유치하지만 어떻게 보면 상당히 고도의 전략과 같은 암시적 이미지를 풍기고 있습니다. 조덕현은 커다란 열정을 가지고 작업을 해 왔으며 일상생활 속에 실존했던 인물들을 작품의 소재로 하여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적 방법을 혼용하여 서사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윤동천과 조덕현은 상당히 다른 전략과 방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윤동천은 비교적 일시적인 아이디어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보여지며 조덕현의 작품은 끈질기고 집요한 노력의 산물로 그의 진지함은 지금도 변함없이 일관성있게 지속되고 있으나 방법적인 한계에 부딪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들의 작가적 방법론을 통하여 작가가 자신의 예술을 펼치기 위한 전략과 방법론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합니다. ● 3. Sensation & Identity·최정화·오상길 ● 세번째로는 순수미술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아이덴티티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최정화는 아마도 전시에 앞서 스캔들을 먼저 생각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전시회에 항상 스캔들을 달고 다니는 작가입니다. 오상길은 현재 신체를 소재로 하는 비디오 아트에 열중하고 있으며 주로 미술이 가지는 순수성에 천착하는 듯 보여집니다. 이 두 작가를 대별해 볼 때 한 쪽의 전략은 간단하지만 많은 이슈를 가지고 다니고 일종의 센세이션마저 일으키나, 다른 한쪽은 작품 속에서 보이는 치열함 만큼의 이슈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몇몇의 특별한 기억속에서만 강하게 존재하고 이내 숨겨지고 마는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 백남준이 말한 것처럼 예술은 고도의 사기인가? 이를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위 일종의 사기성을 내포하고 있는 쇼맨쉽으로서의 센세이셔널리즘과 순수미술에서의 정체성을 획득해 가는 방법론을 대별하여 순수미술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경계를 살펴 보고자 합니다. ■ 김종호
Vol.20000316a | 아닌 혹은 나쁜 징후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