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흙의 예술제

구림마을 프로젝트 1展   2000_0329 ▶ 2000_0628

개막행사_2000_0329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육근병_이불_조덕현_이형우_윤석남_임충섭_임옥상_민현식

영암 도기문화센터 및 주변 마을 일대 전남 영암군 구림리

전라남도 영암군과 이화여대박물관은 올해부터 메 격년주기로 '훍의 예술제'를 개최한다. 한국에서 가장 질 좋은 영암 황토의 우수성과 고장의 아름다움을 지속적으로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초청, 전시의 축제를 벌이기로한 것이다. 영암군은 가마터 발굴지로 유명한 영암군 구림리의 한 폐교를 현대식으로 개축하여 '영암 도기문화센터'(운영:이화여대 박물관)를 건립하고 지난해 이미 개관전을 가진 바 있다. ● 올해 처음으로 치뤄질 제1회 흙의 예술제는 객원 큐레이터 박경미씨가 기획을 맡았으며 육근병, 이불, 조덕현, 이형우, 윤석남, 임충섭, 임옥상, 민현식 등 8인의 현대 미술가 및 건축가들이 참여한다. ● '구림마을 프로젝트1'이라는 타이틀의 이번 전시는 영암 도기문화센터 내부 전시실은 물론 아담한 구림마을 전체를 무대로 삼아 이 땅에서 보기 드물게 훼손되지 않은 모습으로 남아있는 전통 마을의 역사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보여줄 것이다. 영암군 구림리는 백제시대 왕인 박사가 일본에 문물을 전하기 위해 배를 타고 떠났던 상대포와 풍수의 대가 도선 국사의 탄생 설화로 잘 알려진 고장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흙, 물, 바람 등 자연적 요소가 인간의 삶과 진정한 일체를 이루었던 옛 서식지의 기운이 그대로 간직된 구림마을에서 생명적 바탕으로서의 터에 대한 사색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고대 옹관의 유물들과 작가가 흙으로 구운 미래형 사이보그의 파편화 된 조각의 공존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연결을 보여줄 이불의 작업을 비롯하여 불과 10여년 전에 매립되어 이제는 농토로 탈바꿈해 버린 과거 속의 물의 공간을 아쉬움으로 기억하며 논 위에 다시 물을 끌어들여 그 위에 부유하는 조각들을 설치할 임충섭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참여작가들은 구림마을 곳곳에 축적된 삶과 자연의 역사와 기운을 새롭게 찾아낼 것이다. ● 산업화와 소비문명의 세례 속에서 자연은 황폐해지고 전 국토는 이미 거의 도시화하였다. 이처럼 피폐해져버린 삶의 환경과 조건 속에서 그 대안적 가치로서 흙과 자연의 의미는 우리에게 더욱더 절실히 다가온다. 나아가 정보통신 혁명에 의한 세계화, 첨단화의 세기적 변혁의 물결 속에서 진정한 문화 자존의 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을 또한 우리가 진지하게 해답을 찾아야 할 대상이다. 이에 대해 가능한 대답의 하나는 자신의 정체성과 차별적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것을 보편적 언어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문화의 glocalization을 이룩하는 작업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남도 끝 영암땅 작은 부락에서 그 가능성에 대한 접근의 작은 몸짓을 만들어 보이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기도 하다. (전시 기간 중 광주 비엔날레 본 전시장과 영암 도기문화센터를 잇는 셔틀버스가 매일 운행될 예정이다.) ■문의: 이화여대박물관 / Tel. 02_3277_3151

담갤러리에서 알려드립니다.

● 담갤러리는 지난 1997년 5월 사간동에서 개관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개관기념전으로 워밍업전(김 준, 문종숙, 최연식)과 양김씨전(김지원, 김태헌)을 시작으로 300여명의 젊은 작가들이 참가한 가칭 삼백개의 공간전, 매년7월에 열리는 July Seven전을 비롯해 회화, 설치, 사진 등 여러 장르의 젊고 의욕적인 작가들의 전시를 꾸준히 치뤄 왔습니다.

● 2000년부터는 일년에 정기적으로 다섯번의 기획전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전시는 3월 1일(수)부터 3월10일(금)까지 김학량, 배준성의 2인전 『不作蘭』이 열립니다. 전시내용과 작가들의 작업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김학량 작업노트: 일단 난(蘭)이라는 이미지에서 출발하는 작업들이지만, 난이라는 실재(풀)에 접근한다기보다, 난이라는 '공인된 이미지'와 '공인된 이름'을 비껴서서 보거나 이리저리 굴려보거나 새삼스럽게 냄새를 맡아보거나 심지어 지워보기도 하는 비평적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배준성의 경우에는 실물과 이미지와의 관계를 틀지우는 재현주의적 시각이라든가 이미지 자체의 신화적 성격을 유머러스하게 해체하고 있는데, 그것은 난초인가 했는데 알고보면 과일껍질이고, 과일껍질의 재현적 리얼리티를 확인하는 순간 그 이미지는 난초 쪽으로 슬꺽 옮겨 앉는다. 결국 난 이미지는 난과 과일껍질 사이, 이미지와 그 이미지에 부여하는 재현주의적 상상력 사이에서 떠돈다--실재와 이미지 사이에서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우리 육신-- 김학량은 인증된 이미지-권력으로서의 난고, 난을 둘러산 '말 '(상징의 권력)을 흔들어보고자 한다. 어떤 풀(난)에 특별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는 인문적 상상력을 회의하면서 난을 풀 본래의 편안한 무인칭의 자리로 다시 데려다 주고 싶어한다. 동시에 시선을 끌지 못햇던 풀이나 잡동사니들에 대한 경의를 통하여 범상함의 다치를 돌보지 않는 인문적 상상력의 대를 벗겨버리고자 하는 꿈도 아울러 지닌다.

배준성 작업노트: 어떤 기존 이미지를 차용하여 그곳으로부터 자신의 취미에 의해 변형, 변모되는 개인적 이미지는 본인 선택에 의한 것이기에 또한 본인의 감수성으로 이해된 어떤 이미지이기에 대상에 대한 이미지의 반복적 이해보다 작업을 하는 나 자신의 이미지를 아울러 노골화시킨다. 사실 대상의 이미지와 나 자신이 비틀어 놓은 이미지와의 사이에는 아무런 필연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 자신에 의해 이해된 대상성은 그저 본인이 선택한 또다른 오브제일뿐이다. 예를 들면 근래 이루어진 본인의 작업은 어떤 텍스틀을 읽거나 보고 나름의 느낌을 시각화시킨 것인데, 본인이 경험한 이러한 텍스트들은 본인과 그 텍스트 간에만 오로지 관계가 있지, 어떤 보편적 필연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18세기 어떤 화가가 그린 그림을 보고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흥미의 방향은 감상자(독자)으 입장에 의해 정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그것에 대한 입장은 어떤 텍스트를 구체화시켜 준다기보다는 그 텍스트를 겪는 감상자의 입장의 관계라는 측면보다, 그것을 읽거나 보며 집중하는 감상자의 태도이다. 이러한 감상자의 태도는 기존의 감상자로서가 아닌 이미 작가의 입장으로 탈바꿈해야 비로소 가능한 태도라 생각한다. 즉 어떤 대상에 대한 감상자(독자)의 해석은 결국 감상자를 작(위)가로서 은밀히 위치이동 시킨다고 할 수 있다. 본인도 이러한 감상자(독자)중 한 사람일 뿐이다.

김학량 작업노트 : 누구든 그러하겠지만, 나 또한, 나는 '내가' 주인으로서 하늘을 보고 남을 보고 세상을 보고 무슨 짓을 하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가끔, 요즘들어 퍽 자주, 내가 주인이 아니라 '客'일지도 모른다고, 아니 정녕 客이라고 느낀다. 말하자면, 하늘이 나를 보고 남이 나를 보고 세상이 나를 본다는 것..... 결국 나와 세상은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주인이기도 하고 객이기도 한 이도 저도 아닌, 이것인 동시에 저것인, 그런 끈끈하고 쉼없는 인연 속에서 눈길을 주고받고 하였던 것. 共生의 참뜻. 하여, 내작업은 내가 본 세상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세상이 본 나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시선의 逆轉'은 결국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를 범상치 않은 문제로서 새삼 환기시키는 동시에, 그 환기 과정을 통하여 참다운 범상함의 의미를 회복하고 나의 肉身에 밀착시키는 일을 可하게 한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蘭은 풀이다.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형이상학적, 정치적 말 '들(이를테면 외유내강한 선비를 상징하는 대표적 식물로서 이미 장구한 세월을 칭송을 누리며 온갖 아름다운 修辭에 둘러싸여 신비화되어온 사실)을 벗겨내어 난으로 하여금 허허로운 풀의 자리로 데려다 주고 싶다. 목숨 있는 것이 어디 난 뿐이랴. 눈 속에서 만난 잡초에게서, 또 공사장에 흉물처럼 방치돼 있는 철근 줄기에게서 올 겨울 나는 허허로운 목숨붙이들의 숭엄한 모습을 보았다. 하여 이번 사진과 글씨들의 제목은 '不作蘭'쯤.....

● 한가지 더 중요한 내용. 여러분들깨 공고합니다. 2000년 담갤러리 대관전시일정이 너무나 널널합니다. 작품판매나 기타 영리사업을 통한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담갤러리는 대관수입으로 유지되고있습니다. 때문에 적자상태를 벗어나기가 쉽지않답니다. 담갤러리에서는 대관 전시기간을 열흘씩 할해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시기간은 작가들에게 참 부족한 시간입니다. 언제부터인지 관습적으로 매주 수요일에 전시를 오픈하지만 담갤러리에서는 요일에 상관없이 매달 1일 11일 21일 오픈을 해서 열흘씩 전시가 이뤄짐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전시장 대관료는 150만원입니다. 150만원이라는 금액이 상대적이긴하지만, 갤러리를 유지하기위한 최소 비용이랍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접하게 된 작가분들이나 기타 분들의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 담갤러리 Tel.02-.732-9862, 머슴 이준희 017-223-5001 [email protected]

Vol.20000228a | 제1회 흙의 예술제-구림마을 프로젝트 1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