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사전

2000_0128 ▶ 2000_0209

윤여걸_벽사견-접근금지_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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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작가 강소영_권순구_김규정_김재웅_박민정_배성한_송계영_심철웅 엄정호_윤여걸_이광록_이성실_이재철_이종한_임영길_차재홍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제1전시장 Tel. 02_760_4601

디지털 굿: 신명과 조화의 회복을 꿈꾸며- 벽사전에 부쳐 -

마치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이 호들갑과 흥분 속에 고대하던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었다. 시간 그 자체로야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동일한 것이지만, 이를 새로운 단위로 분절시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과거의 모든 일들을 반추하고 새로운 소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인간에게만 허락된 신의 은총일 것이다.우리는 20세기에서 그 정점을 이루었던 인간중심의 가치관과 이성중심의 합리주의 사고로의 점진적인 전이로 특성화 되는 지나간 천년을 되짚으며, 새롭게 시작된 세기의 특질과 핵심적 과제에 대해 여러 각도로 논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세계로의 전환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리얼리티의 세계로부터 버추얼 리얼리티의 세계로의 이행을 논하기도 한다. 생태와 자연의 붕괴를 목도하면서 극단적인 과학과 물질문명에 반하는 새로운 생명주의도 하나의 새로운 담론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 어쨌든 새로운 세기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대변혁으로 이미 다가왔고, 기존의 질서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포기가 요청되어 지고 있기도 하다.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본토와 아비 집을 떠나 지시받은 땅으로 이주했던 구약세계의 아브라함이 처해있던 정황처럼 모든 기존의 제도나 사고의 틀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부터 삶을 재시작해야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정황으로 시작된 신년 벽두에 중견작가들의 작품전인 '벽사'전이 개최된다. 벽사(酸邪)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원래 짐승의 피를 문이나 벽에 바르는 우리의 세시풍속으로서 정월에 행해지는 무속신앙의 일단이다. 이 행위는 액막음을 목적으로하며 사악한 존재나 세력이 일절 틈타지 못하도록 하는 방재와 기복의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의 명제에서 보듯 작가들은 무속적 요소들을 작품의 공통적인 소재로 하고 있다. 이러한 그들의 의중에는 새 천년의 벽두에서 우리문화에 대한 벽사를 기원하며 동시에 민족문화의 뿌리인 무속신앙의 의미를 시각 예술적 차원에서 새로운 시대의 어법으로 재해석하고자하는 깊은 함의가 있다.

무속 또는 그 원천인 무(巫)란 고래로부터 한국의 전통종교로서 점복,부적,세시풍속,통과의례,고사 등 한국인의 삶 속에 뿌리깊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생활 전반에 폭넓게 퍼져있다. 또한 이는 춤,음악,악기,복식,신화,설화,무가,연극,상차림(음식),판소리 및 탈춤 등에서 보듯이 우리의 문화 속에 편만해 있으면서 기층문화 또는 심층문화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도하다. 『設文解字』에 의하면, 무(巫)라는 글자는 '여자로서 형태 없는 것을 섬기고 춤추어 신을 내리게 하는 자'라 풀이된다. 이 글자는 한편 하늘과 땅을 잇는 기둥 양옆에 사람들이 춤추는 모양을 취한다. 기둥이란 신목 또는 우주목(cosmic tree)이며, 춤추는 자는 곧 무당이라할 수 있다. 결국 무(巫)는 무당이 굿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그 전체 종교현상을 설명해 주는 용어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무(巫)와 동의어로 사용되는 샤머니즘은 인류전체문화에 보편적인 '엑스타시'의 원초적 기술(엘리아데), 또는 고대 수렵인의 예술성(롬멜)으로 이해되어진다. 이러한 견해에서 보듯 무(巫)란 신명과 조화를 중핵으로하는 미분화된 시대의 예술과 관련된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한동안 우리는 이 무속이나 무에 대하여 귀신신앙,운명신앙,요행주의,윤리의식과 역사의식의 결여, 주술신앙 등 우리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극복해야할 정신구조로 이해되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유교적 입장이나 서양의 합리주의적 잣대로 평가되어온 것으로서 그 가치가 폄하되어 온 것이었다. 진정한 의미의 무(巫)란 인생의 조화를 회복하는 것을 그 이상으로 하며 그 자체가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인간 편에 서서 천지인의 화합과 조화를 추구하는 사유방식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巫)란 한마디로 신들림과 조화의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무는 저들 조상과 인간과의 무한한 조화를 추구하고 그 조화 가운데서 삶의 창조적인 힘을 되찾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결코 요행이나 운명에 기대지 않는다, 늘 '지금, 여기'에서 모든 것과의 조화 속에서 삶을 충실히 해온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듯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중신앙의 대상이 되어온 무(巫)에 대하여 우리는 이 역사와 현상을 소중하게 여기고 그것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무를 기반으로 미분화된, 보다 통합된 정신세계를 가진 채 풀어야할 과제를 단번에 깨우쳐 이루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은 그러한 창조적 역동성을 삶의 리듬으로 하여온 민족적 특성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벽사전을 통해 작가들이 다루고자하는 무속의 문제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근대적 시대에 사용되어지던 미신을 숭상한다거나 단순한 소재주의의 차원과는 거리가 멀며 무(巫)를 새 시대 예술의 존재방식으로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서구의 합리적 사유가 가지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극단적인 과학기술의 소산인 디지털적 사유와 비합리적 요소의 결합시키며 ,다양한 표현매체와 기법,소재,쟝르의 혼융을 통해 전인미답의 목초지를 향하여 유랑하는 유목적 사유를 꾀한다. 합리적 사유에 의해 규명이 불가능한 무(巫)가 가진 비합리적 요소, 이를 통한 우주와 인생의 조화, 신명의 근원적 요소들을 새로운 매체와 표현방식을 통해 풀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그들은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디지털적 사유와 무의 다양한 접맥을 시도하고 있다. 모더니즘 작업들이 마지막 보루였던 실체로서의 오브제,개념 성,창조와 생산등의 문제들로부터 벗어난 버츄얼리얼리티와 상호소통성,이미지와 오브제의 동등한 접합, 의미보다는 기호의 선호 등 대부분 모더니즘 이후의 사고에 기초하지만 서구적 사고에 의존하기 보다는 이를 동양적 사유를 접맥시켜 재해석하고자 하고 있다. 사이버 스페이스와 무의 결합, 무에 대한 전자적 해석을 골자로 뉴미디어를 사용한 인스톨레이션, 인터랙티브 익스프레션, 사이버스페이스 굿, 핸드메이드 북 등 다양한 어법을 활용한다.이를 통해 우리가 처해있는 폐색된 농경 문화적 현상을 탈피하고 새로운 과제를 향해 떠나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러한 작업행위를 통해 우리문화현상에 대한 벽사를 꾀하고자하고 있는데 서구적 가치관과 인식으로 오염되고 망가진 우리의 건강하고 신명나는 문화를 되찾자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유목적 사유가 어느 만큼의 성과가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유목이란 결론을 상정하고 이동하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며 예견할 수 없는 미지의 환경을 대상으로 행하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여정엔 사막의 불뱀과 기아, 갈증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곧 도달하게될 새로운 소망인 아름다운 오아시스를 확신하며 그들의 행보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 김찬동·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전시기획자

음.. 드디어 이동기의 캔버스 1호짜리 아크릴릭 회화작품 '아토마우스'를 드릴 분들을 확정했습니다.

당첨되신 분들은 이메일 [email protected]나 전화 02-3770-3873번으로 자신의 실재 이름 전화번호와 주소를 보내 주십시요. 되도록이면 '아토마우스'를 서남미술전시관에 직접 오셔서 가져갔으면 하는데 피치못할 사정이나 지방에 계신 분들은 우송을 해 드리겠습니다.

0. 현상필 **[email protected] 1. **[email protected] (김수진님 추천) 2. 조수선 **[email protected] 3. **[email protected] (무엄하지 않은 상상력) 4. 김효정 **[email protected] 5. 양아치 **[email protected] 6. 백진충 **[email protected] 7. 이예희 **[email protected] 8. 신정희 **[email protected] 9. 노정환 **[email protected]

주의!!! 2000년 2월 3일 목요일까지 연락이 없는 분들은 다시 추첨을 하겠습니다.

Vol.20000131a | 벽사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