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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나는 단조로움을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거나 영화를 보면서 미처 경험해 보지 못하던 타인의 시선에 고마워 하거나 때로는 증오하기 까지 하면서 그날, 그날을 이어 나간다. ● 지금의 나는 어제도 없고 오늘도 없어 보인다. 단지 앞으로 있을 한두서너시간 이후의 일들만이 내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담배를 또하나 꺼내어 피우면서 담배연기가 내 폐와 빈방의 구석을 채울 때까지 잠깐동안 두리번거린다. ● 사물들은 말이 없다. 나도 말을 꺼낼 수 없다. ■ 박주욱
점점 사진기에 찍히는 것을 멀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어려서부터 지금까지의 사진들을 조금씩 버리기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나한테 남아있는 사진이 별로 없다. ● 오늘 본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자신의 사진이며 기억을 버리고 다시 드러내길 꺼려하는데 그 여자는 과거의 상처로부터 피하고자 애쓰는 중이었다. 영화는 끊임없이 여자의 과거를 뒤쫓아 보지만 여자는 자신의 과거로부터 타인이 되어 영화를 괴롭힌다. ● 기억을 뒤쫓는 일은 그렇게 늘 타인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그 타인을 잊고, 잇고 있다. ■ 김형관
Vol.19991207a | 잇...잊...다...-김형관_박주욱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