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 ARKO ART CENTER 서울 종로구 동숭길 3 Tel. +82.(0)2.760.4850 www.arko.or.kr www.facebook.com/arkoartcenter
마지막과 새로움, 그리고 내용과 형식 ● 어찌되었건 세기말이고 새천년이란다. 끄트머리라고 무기력하게 처져있기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며 도전하는 것이 젊은 작가들에게 있어 더 즐거운 일일 것이다. 과거 90년대 초반까지의 미술에서의 새로움은 80년대 또는 그 이전의 미술/문화로부터 대립되며 그 힘을 키워왔다. 하지만 1999년 현재의 새로움은 전지구 또는 전인류의 변화로부터 출발한다. 이제 굳이 과거 미술처럼 서로의 영역싸움 때문에 힘을 소진시킬 필요는 없다. ● 기왕에 있어왔던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의 '한국현대미술 신세대의 흐름전'이 올해에는 전시기획자 김혜경씨에 의해 '믹서 & 쥬서'라는 테마로 꾸려졌다. 시간에서건 장소에서건 그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각기 다른 문화들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큐레이팅되었다. 물론 기획자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물리적 충돌 뿐만 아니라 화학적 반응까지 포함한다. 그래서인지 디스플레이된 작품들을 살펴보면 무척 밝은 사고로 아주 쉽게 문화충돌을 즐기는 작품이 있었는가 하면 반면에 충돌이 결과한 새로운 소외의 문제를 무겁게 다루는 작품들도 있었다. 아마도 무거운 것은 아이덴티티의 문제를 가벼운 것은 새로움의 유희 또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 같다. ● 이번 전시에서도 영상기기 및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시지각 미술형식들이 젊은 작가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사용하는 기기나 기술은 하이 테크놀러지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전파사'보다는 더 전문적인 곳에서 해결했어야 할 문제들을 '문방구'나 '슈퍼마켓' 등에서 절충해버린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도 여러 환경의 제약으로 한국에서 영상/설치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들 대부분이 이런 함정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한국의 영상/설치미술을 '써브아트' 또는 '양아치 성향의 조금 세련된 정크아트'로 구분하기도 한다. ● 어차피 미술작품이라는 것은 형식으로 결과된다. 그렇다면 형식에서 보여지는 취약한 점들은 미리 의도되어진 경우라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형식의 어수룩함으로 인해 그 내용마저도 심하게 왜곡되기 십상이다. 특히 영상/설치기기로 새로움을 이야기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시지각 미술형식에 있어서 소프트웨어의 '버전업'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 또한 무시 할 수 없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오히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숙련된 솜씨의 유화보다 더 낡아빠진 영상/설치작업들이 있을 수 있다. 미술은 결국 형식이라지만 그것이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내용담지체적 형식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최금수 (이 글은 가나아트 1999년 가을호에 실릴 전시리뷰 원고입니다.)
Vol.19990901a | 믹서&쥬서展